[비즈니스포스트] 더현대서울이 오픈한지 2년5개월 만에 루이비통을 품으면서 고객층 다변화에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평소 '은둔형' 오너라는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아르노 LVMH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불어로 대화를 나눌 정도로 루이비통 유치에 공을 들였는데 명품 판매 전략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더현대서울은 올해 안에 루이비통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다. 더현대서울이 개점한지 2년5개월 만이다. <현대백화점그룹> |
19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은 올해 안에 루이비통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다.
백화점업계에서는 올해 3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효과를 현대백화점이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아르노 회장이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방문했을 때 직접 접견하며 판교점을 소개했다.
이 때 정 회장은 통역을 거치지 않고 아르노 회장과 불어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노 회장은 2박3일 일정 동안 한국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을 돌며 유통업계 총수들과 만났는데 정 회장과는 불어로 직접 소통하며 좀 더 편하게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매장 입점 조건을 까다롭게 따지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서울권에서는 신규 백화점이 오픈할 때부터 에루샤 매장과 함께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백화점 개점 이후 매출 추이와 집객 효과 등을 지켜보면서 출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더현대서울은 여의도에 위치해 있어 업무지구라는 불리한 입지조건을 안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2년5개월 만에 루이비통 입점이 결정되면서 더현대서울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더현대서울 매출과 집객 효과만 놓고 보면 여느 백화점 매장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2021년 2월26일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개점 이후 1년 동안 올린 매출이 8천억 원을 돌파했다. 당초 계획했던 매출 목표인 6300억 원을 30% 가까이 초과달성한 것이다.
더현대서울이 1년차에 기록한 매출 8005억 원은 역대 백화점 개점 1년차 최고 매출이다.
지난해 매출은 9509억 원을 기록하며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12위에 올랐다. 현대백화점 16개 매장 가운데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2021년 매출과 비교해서는 43.3%가 증가했다.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10위까지 매장들이 10~20% 정도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의미있는 수치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에는 매출 1조 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더현대서울이 올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면 국내 백화점 최단 기간 매출 1조 원 달성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것이다.
기존 최단 기간은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기록한 4년11개월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가지고 있던 최단 기간 매출 1조원 달성 타이틀을 신세계백화점에 잠시 뺏겼었는데 더현대서울이 가지고 올 가능성이 높다.
집객 효과에 있어서도 더현대서울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은 개점 이후 1년 동안 약 3천만 명 고객이 다녀갔고 2년 만에 누적 방문객 수 8천만 명을 돌파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년 만에 누적 방문객 수 8천만 명을 돌파했다는 것은 백화점업계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체에서도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같은 매출과 집객 추이가 루이비통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아르노 회장은 방한 당시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더현대서울을 10분 정도 방문한 바 있다. 아르노 회장이 더현대서울을 방문한 것을 두고 루이비통 매장 입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 더현대서울에 루이비통 매장이 들어서고 고객층이 확대되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더현대서울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전략도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그룹> |
루이비통 매장이 생기면 더현대서울로서도 지금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더현대서울은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MZ세대를 끌어모으는 데 집중했다. 에루샤 매장이 없는 더현대서울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 회장이 다른 백화점들과는 다른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현대백화점이 발표한 더현대서울 2주년 자료에 따르면 더현대서울 매출 가운데 MZ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55%로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이번에 루이비통 매장이 들어서고 고객층이 확대되면 정 회장이 더현대서울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전략도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평소 ‘은둔형 오너’로 알려진 정 회장이 직접 아르노 회장을 접견할 정도로 명품 브랜드 유치에 대한 의지를 보인 만큼 이번 루이비통 입점이 현대백화점 실적을 얼마나 끌어올릴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에루샤 가운데 하나의 브랜드가 백화점에서 내는 매출은 1년에 300억~500억 원에 이른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 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면세점에서도 루이비통과 계약을 성사시켰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인천국제공항면세점에서 에르메스와는 결별했지만 루이비통과 계약에는 성공한 것이다.
인천공항면세점에 처음 진출한 현대백화점면세점으로서는 명품 매장 운영 여부가 중요했다. 면세점에서 명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MZ세대 핫플레이스인 더현대서울이 만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