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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서평] 아빠가 되고 읽은 '아빠 반성문', 아이들 이해할 수 있는 용기 줘

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 2023-07-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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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나의 아버지는 내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돌아가셨다. 

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사춘기가 오기 전 철없던 유년 시절이라 아버지의 죽음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할 수 없었다. 
 
[독자서평] 아빠가 되고 읽은 '아빠 반성문', 아이들 이해할 수 있는 용기 줘
▲ 조영진 한국정신건강상담사협의회 회장이 펴낸 '아빠 반성문'은 우리 시대 아빠들에게 위로와 관계 회복 솔루션을 전한다. <세이코리아>

아버지의 죽음 이후 곧 바로 시작된 경제적 가난은 나를 불우하면서도 삐뚤어지고 싶어질 수밖에 없는 질풍노도의 사춘기 유년시절을 가져다 줬다. 게다가 사고로 둘째 형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갓 20대에 들어선 나는 아버지의 부재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간호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적 재건에 전념해야 했다.

나의 청년기는 그렇게 바쁘게 지나갔다. 나는 삶에 부족한 무엇인가를 채우고 갖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당시에는 선택지가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어서 순응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만약 그때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아버지가 있었다면, 정말 아빠가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의 나는 또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는 결혼 적령기의 청년이 될 때까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경제적, 정서적, 소양적 결핍을 느꼈다. 아버지의 부재는 지금도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마음 어딘가에 저장된 생채기처럼 이미 성인이 된 나의 모습 안에 녹아져 있으리라.

'아빠 반성문'이란 책을 받아 앞 부분을 읽으면서 나의 과거를 다시 돌이켜봤다. 작가는 꿈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통해 과거를 돌이켜본다. 자신의 자기다움이 진정 무엇인지 해석하면서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뒤틀린 자신을 마주한다. 

작가처럼 나도 이 책의 서두를 통해 과거의 나, 아빠가 없던 나의 삶을 돌이켜봤다. 그리고 저자의 삶과 나의 삶이 조금 닮았다는 것을 느꼈다.

저자는 모든 이가 '생존 도구'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문제를 일으키는 말과 행동'으로, 다른 이는 생활 속에서 '중심잡기'로, 연인 사이에서는 '의존'으로, 가족 안에서는 '순종'으로 삶을 지탱한다고 한다. 

이 생존도구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 시작되는데 일종의 관계 속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반응이 곧 자신의 삶에서 관계를 형성할 때 핵심도구로 쓰인다고 한다. 저자는 독자에게 '나의 생존도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어릴 적 자신의 모습과 대면하게 만든다. 나는 어떤 생존도구로 살아왔던가?

아이는 부모의 삶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가보지 못한 미래라고도 한다. 내가 가보진 못한 미래에 있는 나 자신, 그게 나의 아이들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좋은 아빠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무엇을 해야 좋은 아빠로 기억될까? 이런 고민을 수도 없이 한다.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 어떤 부모도 늘 자식에게는 불충분한 사랑을 줬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부담을 덜어준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애써서 뭔가를 가르쳐주려 하지 말고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유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충분하다고 말한다. 곁에 있다는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아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위로한다. 이 책을 읽으면 뭔가 생각이 단순해지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상담 사례를 소개하며 내 안의 '버럭이'를 보게 했다. 나 또한 분노조절장애 환자처럼 갑자기 폭발하는 분노가 있었기에 그 상담에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나름 안심했다. 나뿐만이 아니구나! 하지만 저자는 그걸로 그냥 끝나면 안 된다고 한다. 

내 안에 있는 '버럭이'가 왜 과격하게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내 맘 구석구석을 통제불능 상태로 만드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걸 이해해야 내 안에서 혼자 끙끙대는 버럭이를 끌어안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버럭이'는 이렇게 모습을 드러냈고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저자는 심리학의 대가로 보인다. 아빠들과 진행한 심리상담 사례들을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아빠라면 한 개쯤은 무조건 걸리는 아주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아빠들의 모습들을 담았다. 그 중 기억나는 것은 빨간색 색안경을 끼고 보는 민수씨와 침묵하는 주현씨 사례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마음 속 대상인 '표상'에 관한 것인데 대인관계에 있어서 이 표상이 미치는 영향력이 결국 가족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부정적인 표상은 가족들의 말을 왜곡해서 듣거나 작은 것에도 분노로 반응한다. 때로는 과거에 수치스럽고 무시당했던 경험 때문에 가족 안에서 자연스럽게 침묵할 때도 있다. 

모두 과거의 내 모습, 즉 내면과 마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사례는 아빠의 내면도 가정 교육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해준다.

또한 심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의 모습도 나온다. 아이의 필요를 너무 잘 알아서 미리미리 정답을 챙겨주다 보니 아이들에게 선택이 아닌 일반적인 강요가 되어버린 경우다. 수많은 부모들이 이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아이들이 마땅히 그 나이에 누려야 할 경험과 실패들을 무시한 것은 아닌지, 사랑이랍시고 하나밖에 없는 선택지를 강요해서 결국 아빠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요즘의 회사에서도 싫어하는 통제, 지시, 명령을 가족들에게 하고 있었다.

글 중에서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하나 있었다. 아빠의 삶의 방식과 아이의 삶의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가난한 홀어머니의 외아들로 자랐던 저자의 삶의 방식과 지금 교수인 아버지의 아들로 자라고 있는 저자 아들의 삶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가난한 삶을 자식들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요즘 MZ세대에게 부장들은 하지 말라는 '라떼는 말이야'처럼 말이다. 아이는 아빠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고 한다. 또래의 아이들과 그 시대의 문화를 공유하며 살아야 한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이 아버지의 삶이 부끄러울 때나 맞는다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가 읽는 훌륭한 위인들의 삶의 태도나, 배워서 길이 보존해야 하는 전통에 대한 것들도 가르치지 말고 버려야 하는 것일까? 

자고로 아빠의 삶은 자녀들에게 위인의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면 '라떼는 말이야'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요즘의 세대를 포함하여 자식을 이해한다는 말 아래 가족들의 개인주의를 표방하고 그것이 가족 안에서 지키고자 했던 신념까지도 쉽게 무너뜨리는 것을 그냥 방관하고 있어야 할까? 

비록 자수성가한 아빠의 삶이 옛날 가난한 자의 삶과 닮았을지라도 그것 하나만으로도 가족 안에서 존중 받고 사랑 받아야 한다. 그의 삶의 모습도 그 당시에는 최선의 방식이었고 후회 없는 삶의 결과였기 때문에.

책의 후반부 PART3에 접어들면서 나는 상담 받는 느낌이 들었다. PART2까지는 내담자의 사례를 들며 서툰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가르쳐줬다면 PART3에서는 나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받아주고 보듬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아이의 아빠인 내가 작가의 주장을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후반부 글을 통해 나의 과거를 다시 보게 되었다.

진심을 아이들에게 의미 있게 전달하지 못한 서툰 나의 모습도, 또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안전기지'가 되고자 노력했던 모습도, 안전하지 못했던 나의 어릴 적 가족의 모습으로 인해 내가 왜 안전을 그토록 중시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짧지만 지혜롭게 설명하고 있다. 나는 자녀들에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일본 영화에 대한 설명 덕분에 '아버지'와 '아빠'의 차이도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책을 다 읽은 뒤 아이들을 이해하게 됐고 아이들로 인해 행복감을 느꼈다. 지금의 노력하는 모습으로도 충분히 족하고 그 존재감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큰 의미와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안도감도 다가왔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됐다. 그래서 이 책은 PART3부터가 진심이다. 장만(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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