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의 증강현실(AR) 운영체제 개발을 총괄하던 엔지니어가 회사를 떠났다. 협력사인 삼성전자가 애플 '비전프로'를 상대할 경쟁작을 선보이는 시기에도 변수를 맞게 됐다. 애플 비전프로 활용 예시. <애플>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의 대항마로 자리잡을 확장현실(XR) 기기를 선보이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가 실현되기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소프트웨어 핵심 협력사인 구글의 증강현실(AR) 운영체제 및 플랫폼 개발을 총괄하던 엔지니어가 자리에서 물러나며 일정에 차질을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11일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마크 루코브스키 구글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전담팀 개발총괄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이런 사실을 밝히며 “증강현실 팀의 리더십과 구글의 불확실한 비전, 신뢰를 느낄 수 없는 태도가 퇴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회사에 대한 날선 비판을 내놓으면서 퇴직 의사를 밝힌 셈이다.
마크 루코브스키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에 이어 구글에 영입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빅테크 기업 3곳에서 모두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았다.
특히 2017년부터 메타의 가상현실 플랫폼 전용 운영체제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로 메타버스 시장을 개척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도 자연히 증강현실 신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의 역량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이전에 출시한 ‘구글 글래스’의 실패를 딛고 증강현실 시장에 재도전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코브스키가 이례적으로 회사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내놓으머 퇴사했다는 점은 구글 증강현실 사업팀의 상황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증강현실 플랫폼에 핵심인 운영체제 개발을 총괄하던 담당자가 돌연 회사를 떠나게 된 만큼 앞으로 개발 진척 상황에 더욱 큰 변수가 자리잡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상황은 증강현실을 포함한 확장현실 시장 진출 기회를 노리던 삼성전자에도 자연히 악재로 등장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가 최근 확장현실 사업 계획을 공식화하며 구글과 퀄컴을 협력사로 확보했다고 발표했던 만큼 구글의 연구개발 차질은 동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구글은 증강현실 하드웨어 개발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었다”며 “삼성전자의 차기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퀄컴 및 구글과 스마트폰 분야에서 유지하고 있는 협력 관계를 확장현실 분야에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퀄컴은 증강현실 기술 구동에 특화한 프로세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전용 운영체제를 공급하고 삼성전자는 이 두 가지를 탑재하는 하드웨어 완제품을 만들어 출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협력 관계에서는 퀄컴과 구글, 삼성전자의 기술이 모두 완성도를 갖춰야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 퀄컴이 제시한 증강현실 기기 전용 프로세서 활용 예시. <퀄컴> |
특히 삼성전자 증강현실 기기의 잠재적 경쟁 상대가 운영체제와 프로세서, 하드웨어 개발 분야에서 모두 강점을 갖춘 애플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더욱 중요하다.
애플 비전프로는 고성능 노트북 ‘맥북’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프로세서를 탑재한다. 전용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도 하드웨어와 최적화돼 높은 효율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비전프로와 경쟁에서 자체 증강현실 헤드셋으로 승부를 보려면 긴밀한 협업을 통해 애플의 자체 생태계 경쟁력과 맞설 만큼의 장점을 갖춰내야 한다.
하지만 구글 증강현실 사업팀에 ‘비전이 불확실하다’는 루코브스키의 발언을 두고 보면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는 개인이 내놓은 주관적 표현이라는 점에서 완전한 신뢰성을 갖추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수 개월에 걸쳐 구글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사업팀에서 핵심 인력이 회사를 떠나거나 해고되는 사례가 확인됐다는 점은 그의 발언에 힘을 싣는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최근 구글의 증강현실 사업 방향성도 여러 차례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루코브스키와 같은 실무자 입장에서는 자연히 불만과 불안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구글의 증강현실 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한 변수는 앞으로 삼성전자의 관련 사업 진출 시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루코브스키는 앞으로 증강현실과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기회를 찾아나서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에 이어 애플마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메타버스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보지 못 한다면 메타버스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확장현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동맹에 참여해 국내 협력사들과 협업 의지를 보이는 등 사업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