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병규 우리은행 은행장이 기업금융 부흥을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해소되지 않아 기업대출 연체율 증가 부담이 커지는 와중에 이를 정면돌파할 수 있는 '묘수'에 금융업계 시선이 모인다.
▲ 조병규 우리은행 은행장이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위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
5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조병규 행장은 이날 우리은행장 신분으로 경영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경영협의회에 처음 참석했다.
우리은행이 7월 인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경영협의회를 통해 현장 영업 강화에 방점을 두고 기업금융 중심의 조직 개편에 관한 논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조 행장이 그동안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조 행장은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꼽힌 5월26일부터 “기업금융 부활을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었고 7월3일 취임식에서도 기업금융을 강조했다.
조 행장은 취임식에서 “중소기업 특화채널을 신설해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새롭게 성장하는 유망한 기업에 투자하는 등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하자”며 “그 첫걸음으로 수도권 인근 주요 기업 고객과 소상공인들을 방문해 현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기업금융 가운데서도 중소기업과 투자 등을 중심에 둘 계획을 세운 셈이다.
현재 우리은행에서는 중소기업과 투자 부문을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집행부행장과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 집행부행장이 담당하고 있다.
조 행장이 기업금융에서 중소기업과 투자를 강조한 만큼 향후 이들을 중심으로 조직이 개편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행장은 취임과 함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을 위한 행보를 보였다.
첫 현장 방문은 인천 지점이었는데 1899년 문을 연 뒤 금융기관 최초의 지점으로 지금까지 12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인천 지역은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남동공단, 인천테크노파크 등이 있어 입주한 중소기업이 많은 편에 속한다.
우리은행은 이들 중소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올해 7월부터 1년 동안 개인사업자들에게 보증서 대출의 첫 달 이자(평균 3.56%)도 모두 감면하겠다고 발표했다.
첫 달 이자 감면이 개인사업자에게는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118조 원에 달하는 우리은행 중소기업 대출 규모를 고려하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최근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조 행장의 기업금융 중심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국내 은행 연체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에서 연체율 상승세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4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39%로 3월 말과 비교해 0.04%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변화가 거의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연체율 변화는 모두 중소기업 대출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 우리은행은 5일 경영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경영협의회에서 기업금융 부활을 위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시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
금감원은 이번 은행권 연체율을 두고 “은행 연체율은 최근 경제 상황 등을 반영해 당분간 현재 추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감원은 연체율 추이가 국내 금융시스템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건전성 관리 및 손실흡수충격 확충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연체율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는 이유로는 미국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여겨진다.
미국 금융당국은 6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올해 말까지는 금리 인상을 더 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6월28일(현지시각) 2023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 참석해 “상당히 많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이 2회 또는 그 이상의 금리 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이 금리를 올해 더 인상할 가능성을 내비쳐 국내 기준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여겨진다.
올해 안으로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다면 향후 이어질 금리 압박이 조 행장의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위한 노력을 위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어려움 속에서도 조 대표의 기업금융 역량과 추진력이라면 우리은행의 약진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조 대표는 올해 3월부터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로 일하며 6월 타타대우상용차와 조인트벤처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다. 사업다각화로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에 집중하던 우리금융캐피탈에 본 사업인 자동차금융 부흥을 위한 신호탄을 쏜 셈이다.
이에 조 대표가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부흥을 위해서도 올해 조직개편을 포함한 승부수를 마련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