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우리은행 인수가격을 놓고 금융당국과 벌써부터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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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가격은 3조 원으로 추산되는데 교보생명은 너무 비싸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추며 압박하고 있다. 반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제값을 받겠다고 맞서고 있다.
신창재 회장은 우리은행이 부실 대기업에 빌려준 자금을 고려해 인수가격을 낮춰줄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교보생명의 내부 관계자는 “우리은행에 리스크가 많아 값을 후려쳐야 한다”며 “협상과정에서 가격이 서로 맞지 않으면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은행에 대한 연구를 해봐야 적절한 가격을 알 수 있다”며 실사 이후 인수가격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 회장은 지난 4월 초에도 “우리은행 가격이 비싸면 안 산다”며 3조 원 정도로 예상되는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가격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적이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 계열 14개와 관리대상 계열 2개에 약 6조6천억 원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은행이 대기업에 빌려준 18조8천억 원 중 35.1%에 이르는 금액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길어야 3년이 만기인 가계대출과 달리 우리은행의 주요 고객은 보통 5년 동안 돈을 빌리는 기업”이라며 “리스크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부실여신 비중이 높다. 부실여신은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준 후 받지 못한 부실채권을 뜻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 말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이 전체 채권의 2.7%에 이른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3.06%를 이어 2위다. 한국수출입은행보다도 높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지분 30%를 사들이면서 예상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인수금액 3조 원에 부실기업 대출금 6조6천억 원까지 책임질 경우 실질적 인수가격은 9조 원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본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은행 매각은 부실 대기업 여신 때문에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며 “부실대기업 여신평가와 이후 여신을 처리하는 방향을 잡는 것은 우리은행 실사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공적자금위원회는 공적자금을 최대한 많이 회수하기 위해 매각가를 높이려고 한다. 박상용 공자위 위원장은 지난 달 2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은행 입찰에서 유효경쟁이 되더라도 가격이 안 맞으면 유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자위는 우리은행에 투자한 공적자금 100% 회수를 공식적 목표로 삼았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우리은행 지분 30%를 인수할 기업이 추가로 낼 경영권 프리미엄 가격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분 30% 인수 기업의 프리미엄 지급에 민영화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통해 최대한 높은 인수가격을 얻으려고 한다. 그는 “(적정)가격을 100으로 볼 경우 98로 입찰하면 유찰한다”며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지분가격의) 50%에서 100%를 받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