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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전9패' 신동주, 그는 도대체 왜 일본 롯데그룹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6-29 15: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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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전9패' 신동주, 그는 도대체 왜 일본 롯데그룹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나
▲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 복귀에 또 실패한 원인으로 신동주 회장 스스로 롯데그룹 내부의 신뢰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왜 일본 롯데그룹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실권을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들어갈 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일 롯데를 양손에 쥐려는 신동빈 회장의 욕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신동주 회장이 과거 일본 롯데 경영에 실패해 스스로 신뢰를 잃은 것이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잘못은 되돌아보지 않은 채 남 탓만 하고 있다는 시각도 롯데그룹 안팎에 상당하다.

신동주 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뒤부터 롯데그룹이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잘못을 신동빈 회장에게 돌리고 있는 모습이 볼썽사납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동주 회장이 걸어온 길을 살펴볼 때 현재 롯데그룹의 상황을 놓고 훈수를 두거나 비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 복귀 시도가 9번째 좌초된 것을 놓고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8일 일본 도쿄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신동주 회장은 앞서 주주제안을 통해 본인의 이사 선임 안건을 올렸지만 주총 표대결에서 졌다. 결과적으로 본인의 경영 복귀가 9차례 시도에서도 좌절된 것이다. 
 
'9전9패' 신동주, 그는 도대체 왜 일본 롯데그룹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나
▲ 사진은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2017년 9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신동주 회장이 그동안 8차례나 표대결에서 졌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롯데홀딩스 경영 복귀를 시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광윤사 때문이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8.1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이 광윤사를 지배하는 인물이 바로 광윤사 지분 50.28%를 보유한 신동주 회장이다.

이른바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의 최대주주’라는 무기를 앞세워 경영 복귀를 시도한 것인데 이 시도가 9차례나 좌절된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롯데홀딩스의 주요 지분은 광윤사 이외에도 종업원지주회(27.8%), 임원지주회(5.96%), 신동빈 회장(2.69%), 신동주 회장(1.77%),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3.15%) 등에게 나눠져 있다. 

광윤사와 신동주 회장의 지분을 더해봐야 전체 의결권의 30%가량밖에 되지 않는 만큼 나머지 세력을 설득하지 못하면 신동주 회장의 경영 복귀는 불가능하다.

신동주 회장은 이 구조에서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종업원지주회’의 의사결정 구조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신동주 회장은 최근 한 국내 매체와 단독인터뷰에서 “현재 롯데홀딩스 경영권을 장악한 일본인 경영진들이 종업원지주회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며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은 정관과 다르게 경영진이 지명하고 있는데 지주회 이사장도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못하고 위임장으로 출석 및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롯데홀딩스 경영진이 종업원지주회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며 “이제 종업원지주회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회장의 욕심 때문에 자신이 물려받아야 할 일본 롯데그룹 경영권을 되찾아오지 못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신동주 회장은 인터뷰에서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를 나눠 경영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신동빈 회장이) 다 가지고 싶은 것 같다. 나에게 빼앗기는 것이 싫은 것 같다”며 “신동빈 회장의 뿌리는 일본에 있는 것도 있는데 일본 롯데의 끈을 놓으면 기반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9전9패' 신동주, 그는 도대체 왜 일본 롯데그룹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나
▲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주장하는 롯데그룹에 대한 비판은 '악감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자신이 일본 롯데그룹 경영에 배제돼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롯데그룹 경영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왼쪽)이 2020년 1월20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입관식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신동주 회장의 주장이 지극히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롯데그룹 경영에서 밀려난 일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바탕으로 롯데그룹 각 계열사에서 일어나는 정상적 경영활동을 모두 삐딱한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상황이 악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7월부터 시작된 ‘형제의 난’ 이후다. 이후 신동빈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총수가 구속됐다. 인수합병과 해외진출 등 오너일가의 결심이 필요한 모든 전략이 중단된 것은 물론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중요한 외부 사업환경 변화에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다른 기업들이 새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성장동력 육성을 내걸었을 때 롯데그룹은 손발이 묶인 탓에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는 의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미래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해 시가총액이 감소하고 재계 순위 5위에서 6위로 밀려난 것은 알고보면 모두 형제의 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일들 때문인데 그 원인을 제공한 신동주 회장은 자신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쏙 빼고 결과만을 가지고 다시 롯데그룹을 공격하고 있다”며 “롯데그룹을 현재 상황에 처하게 만든 인물이 롯데그룹의 현 주소를 놓고 좋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은 결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요주주인 종업원지주회의 입장과도 맞닿아 있다.

종업원지주회는 사실 신동주 회장의 ‘회유’를 받은 바 있다.

신동주 회장은 2016년 2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식보장제도’를 통해 종업원지주회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의 핵심은 종업원지주회가 보유한 롯데홀딩스 주식을 재분배해 기존 종업원지주회원뿐 아니라 기타 관리직 직원, 일본 롯데그룹 소속 및 관련사 사원, 정년퇴직자에게까지 주겠다는 것이다.

이후 롯데홀딩스를 상장하면 주식을 분배받은 직원들이 적게는 5천만 원에서 많게는 25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자신의 경영 복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종업원지주회에 대한 의결권을 매수하겠다는 의미로 평가됐다.

그러나 종업원지주회는 신동주 회장의 이런 제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동주 회장의 편에 단 한 번도 서지 않았다. 종업원지주회 내부적으로 롯데그룹의 경영 환경을 악화하게 만든 주요 원인 제공자로 신동주 회장을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종업원지주회는 더 근본적으로 신동주 회장의 경영 능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 사례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성장 속도를 비교하는 것이다.

신격호 창업주는 1990년대부터 신동빈 회장에게 한국 롯데그룹을, 신동주 회장에게 일본 롯데그룹을 맡겼다. 형제를 경쟁시켜 후계 구도를 정하겠다는 의도였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2004년 한국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부회장에 취임한 뒤 5년 동안 인수합병 등을 통해 그룹의 매출과 자산을 2배 이상 키웠다. 국내외 크고 작은 인수합병만 27건 추진하며 7조1천억 원을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반면 신동주 회장이 이끈 일본 롯데그룹은 연간 매출 3조~4조 원 수준을 유지하기만 했다. 신사업 진출에 소극적인 신동주 회장의 경영 스타일 탓이라고 일본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9전9패' 신동주, 그는 도대체 왜 일본 롯데그룹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나
▲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과거 일본 롯데그룹 경영에 참여할 때 '폴리카'라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여러 불법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재판부는 신동주 회장을 놓고 사실상 경영 부젹격이라는 판단까지 내렸다. 사진은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아래)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함께 2017년 11월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신동주 회장은 사실상 경영인으로서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판정을 일본 법원에서도 받은 바 있다.

동경지방재판소는 2018년 3월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롯데상사·롯데물산·롯데부동산 등 4개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이 소송은 신동주 회장이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4개 계열사의 이사에서 해임된 것을 놓고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에서 해임됨으로 인해 보수와 퇴직금 상당을 손해봤다며 이를 배상할 것을 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법원은 신동주 회장의 손을 들지 않았다. 각 계열사들이 신동주 회장의 해임을 결정한 근거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소송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신동주 회장은 2011년 초 ‘풀리카’라는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는 2010년 12월 롯데서비스 사내벤처 아이템으로 검토됐지만 사업성이 부족하고 법적 리스크도 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던 아이템인데 이를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이다.

이 사업은 파나소닉의 100% 자회사인 풀리카와 함께 소매 점포의 상품 진열장을 촬영해 그 이미지를 마케팅에 유용한 정보로 데이터화한 뒤 판매하는 사업이다. 촬영된 진열장의 상품 위치와 상품별 개수, 상품판매가격, 상품일람 등의 정보를 데이터화하는 것이 포함돼 있었다.

일본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이 사업이 위법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몰래카메라를 사용해 소매점포를 무단 촬영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인데 이는 형사상 건조물침입죄가 될 수 있으며 소매점포의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홀딩스는 풀리카 사업에 대한 위법성 유무와 관련해 여러 외부 변호사의 법률의견서를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신동주 회장은 변호사들로부터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했다. 심지어 자신이 새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받기 위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문제 없다’는 식으로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업을 본궤도에 올렸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사업을 본격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초기 예산 4억7천만 엔을 대부분 소진했고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계열사에게 풀리카가 수집한 데이터를 고가에 매입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도 재판에서 밝혀졌다.

경영자로서 중대한 범죄 행위도 저질렀다.

신동주 회장은 풀리카 사업이 시작되던 2011년 10월부터 사업 종료 시점인 2014년 12월까지 일본 롯데그룹 임직원의 이메일을 30건 이상 전송받았다. 신동주 회장의 대학교 동창이 대표로 있는 회사 ICL이 롯데그룹의 이메일 시스템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신동주 회장은 재판에서 “이메일이 어떤 목적에서 자신에게 전송되고 있는지 몰랐다”며 “해임이 거론되는 시점에 긴급피난적 정당방위 차원에서 ICL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만 했을뿐 직접적으로 이메일 전송을 의뢰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동주 회장이 이메일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ICL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무엇인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얘기한 것을 볼 때 신동주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동주 회장이 이메일 정보를 취득한 것은 임직원과 신뢰 관계를 현저하게 파괴하는 것이다”라며 “이메일 부정 취득이라는 부정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는 직무상 부정행위를 한 것, 또는 경영자로서 부적격성을 나타내는 것이다”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판단을 내리며 신동주 회장을 향해 ‘준법의식이 현저히 결여됐다’ ‘롯데그룹 사업 전체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강한 어조로 얘기하기도 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볼 때 결국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것이 롯데그룹 안팎의 평가다. 남희헌 기자
 
'9전9패' 신동주, 그는 도대체 왜 일본 롯데그룹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나
▲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 겸 총괄회장의 삶을 기록한 책 '나의 아버지 신격호'란 책에 담은 사진으로 신격호 부부(가운데)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신동주 회장(왼쪽)의 모습. 이 책은 신동주 회장측의 요청으로 출판되지 않았다.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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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y
롯데그룹이 부도위기까지 온건,신동빈의 무능아냐   (2023-11-09 13: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