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청년도약계좌 판매를 시작한 시중은행들의 속내가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압박'에 못 이겨 청년도약계좌 금리를 바꾸었지만 상품 판매에서 오는 손실은 은행들의 몫으로만 남게 됐다.
▲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을 포함한 11곳 은행은 15일 오전 9시부터 청년도약계좌 운영을 시작했다. |
15일 오전 9시부터 KB국민은행 등 11곳 은행에서 청년도약계좌 판매가 시작됐다.
청년도약계좌를 향한 금융소비자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청년도약계좌 가입 신청자는 약 3만4천 명으로 집계됐다. 신청자가 몰릴 것을 고려해 21일까지는 5부제로 신청을 받기로 한 점을 고려할 때 짧은 시간 적지 않은 가입자가 몰렸다고 볼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청년층에 자산형성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도입을 약속한 정책형 금융상품이다. 이 상품에 가입해 5년 동안 매월 70만 원을 저축하면 은행 이자와 정부 보조금을 합쳐 최대 5천만 원을 모을 수 있다.
가입 대상은 개인소득이 7500만 원 이하이고 가구소득 기준 중위 180% 이하인 만 19세부터 34세까지의 청년이다. 취급 은행에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신청하면 소득 심사를 거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 판매 추이를 지켜보는 은행들의 속내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청년도약계좌를 두고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상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은행들이 판매하는 예·적금 금리는 높아야 4%인데 청년도약계좌는 기본금리만 해도 4.5%에 이른다.
기업이 새로 출시한 상품의 흥행을 바라는 건 당연한 상식이지만 은행들로서는 청년도약계좌가 마냥 잘 팔리기만을 바라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연봉이 2400만 원 가입자가 매달 70만 원씩 5년 동안 납입한다고 했을 때 은행에서 부담하는 이자는 640만 원이고 정부 기여금은 160만 원이다. 은행권에서는 청년도약계좌 판매로 앞으로 3년 동안 최소 2천억 원 이상의 손실을 추정하는 의견도 나온다.
대부분 은행이 14일 청년도약계좌의 최고 금리를 6%로 책정하면서 금리 차이가 발생해 특정 은행으로 가입자가 쏠려 손실이 크게 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300만 명 이상이 가입할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어떤 은행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금융위는 청년도약계좌에 약 306만 명이 가입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은행들로서는 청년도약계좌에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가 신규 고객 유치인데 이 부분에서도 은행마다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이 사실상 신규 고객에 우대금리를 아예 제공하지 않는 점은 청년도약계좌 판매에 따른 손실이 신규 고객 유치 효과보다 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행들이 청년도약계좌 판매로 날 수 있는 손실을 막기 위해 대출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는 의견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에게 떠밀려 청년도약계좌 금리를 소신껏 책정하지 못했다.
은행들은 8일 청년도약계좌 금리 1차 공시 때 기본금리 3.5%, 우대금리 2.5% 등 금리 6% 수준을 맞추었지만 기본금리가 낮고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롭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 최종 공시 때는 기본금리 4.5% 우대금리 1.5% 등 금리를 6%로 책정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금리 확정 하루 전인 13일 오후까지도 은행권은 금융당국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