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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에서 소통으로, CEO들의 대변신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7-18 20: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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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리스마에서 소통으로, CEO들의 대변신  
▲ 권오준 포스코 회장(뒷줄 왼쪽에서 네번째)이 지난 9일 경북 포항시 포항스틸러스 축구장에서 직원 10여명과 '스포츠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포스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직원 12명과 함께 지난 9일 포항제철소 근처에 있는 프로축구팀 포항스틸러스의 홈구장에 나타났다. 권 회장 등은 포항스틸러스와 FC서울의 프로축구 경기를 관람했다.

권 회장은 축구경기 관람 후 근처 주점에서 직원들과 맥주를 마시며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이번 만남은 권 회장이 포스코에 자유로운 소통문화를 만들기 위해 마련한 ‘스포츠 데이’ 행사의 일환이었다.

권 회장은 직원들에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 같지만 회장으로서 항상 직원에 가장 큰 관심을 품고 있다”며 “직원이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CEO들이 최근 ‘소통경영’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 기업의 성과가 소통에 달려있는 만큼 무엇보다 CEO가 소통하는 조직을 만들어 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CEO들은 강한 카리스마로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내로라하는 기업에 대개 ‘군대식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최고경영자부터 말단 직원까지 하나의 목표를 놓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경영방식이 경직된 조직을 만들고 혁신을 이끌지 못하고 창의를 낳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 취업포털이 지난 4월 직장인 10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겨우 23분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자의 76%가 직장 내 대화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이런 조직문화 속에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조직이 활발하게 소통해야 하고 그 소통에 직원들이 나설 수 있도록 이끌어 내는 사람은 결국 최고경영자(CEO)일 수밖에 없다.

“1천 명의 직원을 둔 리더는 모든 직원과 대화하고 설득할 각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이렇게 CEO와 직원간 소통을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이같은 '소통형 CEO'가 늘고 있는 것이다.

◆ 격의를 없애는 CEO의 온라인 소통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재계의 유일한 ‘SNS 회장님’이다. 박 회장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16만 명이 넘는다. 박 회장은 SNS를 통해 임직원과 격의없이 소통하며 권위적 이미지를 지우려고 노력한다.

박 회장의 ‘만우절 이벤트’는 당시 화제가 됐다. 박 회장은 지난 4월 박동민 대한상공회의소 홍보실장에게 “아침 신문 기사 봤어? 어떻게 그딴 신문에 그런 기사가 나지?”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홍보실 직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후 박 회장은 박 실장에게 “일면에 났잖아. 만우일보”라는 답장을 보내 만우절 해프닝을 마무리했다.

박 회장은 2012년 트위터에 두산그룹 신입 여직원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박 회장에게 “야”라고 메시지를 잘못 보낸 여직원에게 박 회장은 “벽에다 3회 머리를 강하게 박는다”라고 답장을 보내 누리꾼들로부터 ‘센스있는 회장님’이란 평가를 받았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도 온라인을 통해 직원과 소통하는 CEO다. 전 사장은 지난 해 12월 취임한 뒤 사내 온라인 게시판인 ‘CommOn SDS’에 실명으로 자주 댓글을 올린다. 지난 2월 진행한 발렌타인데이 기념 ‘삼행시 짓기 행사’에 참여한 임직원들에게 직접 케이크를 전달하기도 했다.

전 사장이 취임할 무렵 삼성SDS는 삼성SNS와 합병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 계열사 그 어느 곳보다 임직원 간 소통이 절실했다. 특히 삼성SDS의 경우 직원 1만4천여 명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어 오프라인 에서 직접 소통하는데 한계가 있다. 전 사장이 온라인으로 내부소통을 강화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리스마에서 소통으로, CEO들의 대변신  
▲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가운데)이 지난 8일 사원과 대리들의 대표 기구인 ‘FB(Fresh Board)’ 멤버 100여명과 소통 행사를 열고 이들과 함께 북한산 트래킹을 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 전체 조회보다 강력한 현장소통의 힘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재계의 대표적 ‘현장형 CEO’로 불린다. 서울 본사에 출근하는 날은 일주일 중 보통 하루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구미와 파주사업장으로 출근한다.

LG디스플레이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 답이 있고 실무자들을 직접 만나야 세부사항까지 살필 수 있다는 것이 한 사장의 철학”이라고 말한다.

한 사장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FB(Fresh Board)’ 멤버 100여 명과 소통행사를 열었다. FB는 입사 2~3년차 사원과 7~8년차 대리들의 대표기구로 회사에 젊은 직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 사장은 이날 ‘일등 LGD! 나로부터 시작된다’라는 주제로 특강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긍정적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FB 멤버들과 회사에 대한 건의사항과 경영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한 사장은 FB멤버들과 북한산에 오르기도 했다. 북한산 트래킹 후 한 사장은 직원들과 식사하며 올 하반기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이른바 ‘도시락 소통’으로 유명하다.

한 회장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소통의 힘이 중요하다”며 지난 5월 ‘도시락 미팅’ 행사를 진행했다. 도시락 미팅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남산을 산책하고 직원들과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하는 것이다.

이 행사에 신한금융지주 임직원이 8차례에 걸쳐 참여했다. 한 회장은 조직 내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다양한 의견을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위해 도시락 미팅을 기획했다.

한 회장의 도시락 소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해 10월에도 8회에 걸쳐 지주사 직원 150여 명이 참여한 ‘통통(通通) 가을 피크닉’을 열었다. 지난 해 3월 총 2주 동안 ‘회장님과 따뜻한 오찬’ 행사를 진행했다. 오찬 행사의 경우 35명을 뽑는데 610명의 직원이 몰리기도 했다.

최고경영자와 소통에 참여하는 인원은 한정돼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가 소통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순식간에 여러 채널을 통해 조직 전체로 전파된다.

그리고 그 힘은 전체 조회를 빌려 하는 훈시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것이 소통의 힘이다. CEO들은 이제 그 힘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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