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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30년' 지우고 날아가는 일본 증시, 섣부른 추격매수 주의보

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 2023-06-1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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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닛케이지수가 '잃어버린 30년'을 잊게 하는 고공비행을 하면서 '일학개미'들의 매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주주환원 확대 등에 기인한 강세장이 일본 경제성장률 개선과 기업이익 반등이라는 펀더멘털 개선이 더해져 이어질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잃어버린 30년' 지우고 날아가는 일본 증시, 섣부른 추격매수 주의보
▲ 닛케이255가 강세를 보이며 일본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신중론도 만만찮다. < Quick >

13일 도쿄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닛케이 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0.52%(168.83) 상승한 3만2434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5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닛케이 지수는 6월5일 약 33년 만에 3만2천대에 진입했다. 7일과 8일엔 3만1천 선으로 소폭 내렸으나 9일 3만2천대를 회복한 뒤 점차 안착하는 모습이다.

이로써 닛케이 지수는 올해 들어 총 24% 가량 상승했다.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주요 상승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례로 도쿄가스는 발행주식의 약 12%를 1130억 엔(약 1조 원) 규모로 사들이겠다고 4월 공표했다. 지난 5년 동안 자사주 매입 규모가 연 최대 240억 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도쿄가스 주식은 자사주 매입 확대 발표 이후 25% 상승했다.

일본 기업들이 5월에 공시한 자사주 매입 규모도 월 기준 역대 최대규모로 당분간 이같은 기대감에 힘입어 일본증시 상승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증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3월과 4월 두 달 동안 일본증시에서 약 64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국내 투자자들은 5월1일부터 6월9일까지 일본증시에서 약 445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수 상승만으론 실제 일본 경제의 성장과 기업이익의 반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패로 귀결된 아베노믹스가 재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2013년 다시 집권한 아베 전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통해 증시를 끌어올림으로써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해 경제 성장률을 반등시키겠다고 공언했으나 실패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 총재는 올해 3월2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경제 성장에서 아베노믹스의 효과는 미미했다”고 비판했다.

아베노믹스는 증시를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아베 전 총리의 2차 집권 기간을 통틀어 실질 경제성장률이 0.2~0.3%에 그치며 성장률 개선에는 실패했다. 소위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이전 20년 동안 평균 경제성장률은 0.7%였다. 

영국 언론 이코노미스트지는 8일(현지시각) “2차 아베 정권 초기 2년 동안 닛케이는 100%가 넘는 상승률 보이며 경제 성장을 이끌 거라 기대받았다”며 “그러나 이와 같은 기대가 실패로 돌아가자 정권 초기에 일본증시에서 크게 순매수한 외국인투자자들은 이후 일본 주식을 팔아 치웠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어 “마찬가지로 성장에 대한 담보 없이는 현재 일본증시의 열기도 지속될 수 없어 일본 증시에 최근 투자한 투자자들은 조만간 후회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BOJ)은 최근 회의에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4%로 낮췄으며 OECD는 내년 일본 실질 GDP 성장률을 이보다 낮은 1.1%로 잡고 있다.

기업이익 측면에서도 현재 일본 상장 기업의 12개월 선행 EPS(주당순이익)는 약 160포인트로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 기업의 향후 이익 반등 가능성에 대해 시장에서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증시 재평가론이 쏟아져 나옴에도 전반적인 일본 상장 기업들의 이익은 미국, 한국과 달리 아직 개선 조짐이 없다”며 “기업이익의 반등이 없으면 증시 수급 유입의 연속성과 추가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증시 강세론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증시 강세는 착시이며 달러로 환산하면 수익률이 좋은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30년' 지우고 날아가는 일본 증시, 섣부른 추격매수 주의보
▲ 일본증시의 강세는 착시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MSCI 일본 지수의 엔화 기준 올해 수익률은 17%로 양호하지만 달러로 환산하면 9%로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MSCI ACWI(전세계 대형주와 중소형주 지수) 대비 일본증시의 상대수익률도 엔화 기준으론 7%포인트로 우수하지만 역시 달러로 환산하면 -0.3%포인트로 오히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원은 “비슷한 예로 터키를 들 수 있다”며 “터키증시의 5년 수익률은 리라화 기준 298%로 매우 높아 보이나 달러로 바꿔보면 수익률이 -14%로 부호 자체가 바뀐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지도 “MSCI 일본지수 내 종목들의 주당매출액(Revenes per share)도 달러로 환산하면 평균 이하 수준이다”고 짚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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