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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정부여당 KBS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꼭 지금이어야만 했나

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 2023-06-09 1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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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KBS 수신료 분리징수 논란이 뜨겁다.

논란은 대통령실이 수신료 관련 규정이 포함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되는 KBS TV수신료를 따로 받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기자의눈] 정부여당 KBS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꼭 지금이어야만 했나
▲ KBS 수신료 분리징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와 관련한 KBS의 입장을 밝힌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의철 KBS 사장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실을 향해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수신료 분리징수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징수는 ‘국민의 요청’이라며 KBS 사장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하겠다고 강행방침을 밝혔다.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방송계와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제기된 사안이다. 월 2500원인 TV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지난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TV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게 전기요금과 함께 일률적으로 부과·징수해왔다. 

그러나 TV수신기를 갖고 있지 않거나 TV를 보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납세 선택권이 제한된 통합징수 방식에 비판적 시각이 늘어났다.

시대적 상황이 변하면서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정부도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의 근거로 국민 여론을 들었다. 지난 3월부터 한 달 동안 공개 토론에 부친 결과 국민 5만8천여 명 가운데 약 97%가 분리 징수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KBS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는 분명하다. 

이미 21대 국회에서도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 등 수신료를 따로 걷도록 하는 법안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실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시점이나 절차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한전과 KBS는 3년 단위로 분리징수 갱신협상을 하는데 현 계약기간은 2024년 말에 만료된다. 대통령실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한전이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KBS수신료를 분리징수할 수 있다.

계약만료까지 남은 1년6개월은 관련 논의를 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KBS수신료를 분리징수하면 한전은 연간 약 420억 원의 위탁수수료 수입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조 원대 분기 적자가 발생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산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한전으로서는 작은 금액이 아니다.  

윤한홍 의원이 낸 전기사업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도 수신료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통합징수의 효율성을 인정했다.

더욱이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시점이 매우 공교롭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2일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원인으로 '좌파 세력화'와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 을 언급하고 그로부터 사흘 뒤인 5일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방침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여당의 최근 움직임도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의도를 의심케 한다. 여당이 KBS수신료 문제를 방송의 '공정'과 '편파성'에 연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지금 KBS가 민주노총의 노역 방송, 조작 방송, 편파 방송 이런 걸 했기 때문에 자기들이 초래한 것”이라며 편파 방송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KBS와 MBC 사장을 해임시키는 등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방통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사실도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과 함께 놓고 보면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대목이다.

수신료 분리징수는 판례나 다른 국가들의 사례에 비춰볼 때 정책적 대안과 준비가 필요한 사안이다. 수신료는 김의철 KBS사장이 밝힌 것처럼 공영방송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현재 KBS 전체 재원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 정도로 알려져 있다. 

김 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수신료 수입은 징수비용을 제외하고 6200억 원 정도였으나 분리 징수가 도입되면 1천억 원대로 급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탓에 사법부는 수신료 통합징수가 적법하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과 2008년 TV수신료 분리징수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으며 대법원도 2016년 수신료 통합징수가 적법하다고 결론지었다.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수신료 통합징수로 줄어드는 재원에 관한 대책 역시 필수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여당이 수신료를 폐지한 사례로 거론하는 영국은 하원에 커뮤니케이션 및 디지털위원회를 구성하고 ‘BBC의 미래 재원’ 보고서를 펴내면서 수신료제도에서 완전 상업화까지 12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수신료 폐지시점을 2028년으로 정했다.  

TV수신료를 전력회사를 통해 전기요금과 함께 받는 사례는 해외에도 있다.

KBS가 2022년 7월 배포한 ‘해외 수신료 폐지 등에 대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 포르투갈, 세르비아 등 유럽 국가들도 전력회사에서 수신료를 징수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정경희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수신료의 법적 성격과 수신료 납부 제도의 취지, 시청자의 선택권, 공영방송의 정치적 편향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수신료 분리징수가 '방송 길들이기'라는 불필요한 논란 없이 생산적 논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을 시행하기 적절한 시점도 따져봐야 한다. 또한 충분한 토론을 거쳐 대안을 이끌어내는 절차를 거치는 게 필요해 보인다. 김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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