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형관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다른 조선사들보다 더딘 실적 개선 흐름에도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미포조선의 실적이 개선되는 방향성이 뚜렷한 데다 주력 선종의 수주가 늘며 수익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사장은 실적과 수주 성과를 기반으로 친환경 중소형 선박 선두조선사로서 위상을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김형관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국내 다른 조선사들보다 더딘 실적 개선 흐름에도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31일 현대미포조선에 따르면 5월에 약 6억 달러(약 7811억 원) 규모 일감을 더 쌓으며 1~5월 누계 수주가 약 21억 달러에 이르렀다. 올해 절반에도 이르지 않은 시점에 이미 연간 수주 목표 37억 달러의 57%를 달성한 것이다.
특히 최근 수주 내역을 보면 대부분 주력 선종인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으로 일감을 채우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5월만 해도 북미, 아시아, 아프리카 선사로부터 석유화학제품운반선 6척을 수주했다. 액수로는 3666억 원 규모다.
올해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수주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높은 선가로 수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보다 높은 가격으로 일감을 따낸 데다 동일 선종의 반복 건조 효과까지 더해지며 향후 수익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수주 분량이 실적으로 반영된 현재 시점에서 여전히 영업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최근 수주한 선박들의 건조가 진행되며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에는 높은 이익을 거둘 공산이 크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092억 원, 영업손실 274억 원을 내며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더구나 증권사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현대미포조선의 영업적자 흐름은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그룹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아래 조선3사 가운데 현대삼호중공업은 1분기에 흑자를 냈다. HD현대중공업은 일회성 비용 탓에 영업손실을 냈지만 이를 제외하면 흑자기조가 거의 안착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미포조선이 그룹 내 다른 조선사들보다 실적 개선 속도가 더딘 배경으로는 저가 수주 물량이 여전히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조선업은 수주가 실적으로 반영되는 시점까지 간격이 큰 편인데 이 때문에 현재 높은 선가 수준이 유지되고 있더라도 과거 저가 수주 물량이 많으면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과거 낮은 가격으로 수주한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건조를 진행함에 따라 아직 선가 상승에 따른 실적 반영 효과가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그룹 내 다른 조선사들은 저가 수주 물량을 거의 털어낸 덕분에 실적 개선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미포조선 역시 하반기부터는 높은 선가로 수주한 선박 건조가 진행되며 점진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의 수주 성과도 시차를 두고 실적에 반영되며 꾸준히 이익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 상승 주기(사이클)는 현재 수주 상황을 감안하면 최소 202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하반기 추가 수주되는 선박의 단가에 따라 이익 개선 흐름은 2026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현대미포조선의 주력 품목인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을 비롯한 탱커선 업황에 반등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4월 말 기준으로 탱커선의 누적 발주는 73척으로 2022년(107척)의 70%에 이르렀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탱커선 업황이 지난해 저점을 통과해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소형 탱커선을 주력 선종으로 하는 현대미포조선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호황에 소외되며 부진했던 탱커선 발주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았지만 이는 거꾸로 탱커선 시장이 반등하면 가장 먼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바라봤다.
▲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석유화학제품운반선. <현대중공업그룹>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김형관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현대미포조선의 사령탑을 맡은 첫 해에 이익 개선과 수주 호황을 동시에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사장은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그룹(HD현대) 인사를 통해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원래 김 사장은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있었는데 현대미포조선 대표였던 신현대 사장과 대표 자리를 맞바꿨다.
김 사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기본설계 부문장, 기술본부장, 현대삼호중공업 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룹 내에서 선박건조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룹사 생산능력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이 선박건조기술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조선업계의 커다른 추세 가운데 하나인 친환경 기술 쪽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받고 있다.
실제 김 사장 체제에서 현대미포조선이 친환경선박 분야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현대미포조선이 최근 유럽 소재 선사로부터 수주한 컨테이너선 5척(4145억 원 규모)은 메탄올엔진과 풍력동력장치를 장착한 무탄소 선박으로 건조될 예정이다. 메탄올과 풍력을 함께 사용하는 무탄소 선박은 현대미포조선이 세계 최초로 건조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형관 사장은 3일 울산 본사에서 진행한 전기추진 카페리선의 명명식 환영사를 통해 “친환경 선박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여객선 건조 분야에서도 우리의 앞선 기술력을 입증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첨단기술을 반영한 선박 건조로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