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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유니콘기업 만들기] 좋은 상품에는 꼭 전속거래 유혹, 낭패 안 보는 법은

이경만 aba.chairman@gmail.com 2023-05-2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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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유니콘기업 만들기] 좋은 상품에는 꼭 전속거래 유혹, 낭패 안 보는 법은
▲ 유니콘 기업을 키우는 데 가장 핵심은 전속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다. <픽사베이>
[비즈니스포스트] 예전 공정거래위원회에 근무 시절에 접했던 사례다. 전속거래에 속아서 좋은 아이템의 매출 확대의 기회를 놓쳐버린 중소기업 L사장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L사장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은 디자인이 잘된 화분에 예쁜 선인장 등을 심어서 팔았는데 인기가 좋아 연 매출 70억 원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A홈쇼핑 업체의 과장이 자기와 전속거래를 하면 다른 홈쇼핑보다는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대우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홈쇼핑에 거래할 때 수수료를 30% 내외로 떼가기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데도 홈쇼핑과 거래하는 이유는 홍보 효과와 한꺼번에 많은 매출을 올리기 때문이다. L사장은 A홈쇼핑 측의 실무과장과 수수료를 20% 제공하기로 협의한 뒤 다른 홈쇼핑 거래선 2곳을 끊고 A홈쇼핑과의 거래만을 준비했다.

홈쇼핑에서 대박이 나면 물량을 충분히 준비해 두어야 대응이 가능하다. 그간 방송했던 다른 두 곳의 매출을 고려하여 약 2만 개 정도의 화분과 식물을 준비해서 비닐하우스에 넣어 두었다. 방송날짜가 임박해 계약서 작성을 위하여 홈쇼핑을 방문했다.

그러나 A사는 애초 약속한 수수료를 보장 못 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유인즉 결재과정에서 CEO가 왜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주는지를 따지면서 결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것이 사실인지 몰라도 A홈쇼핑 과장은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미 화분과 식물을 준비했는데 만약 방송이 안 되면 처분이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다른 홈쇼핑과 거래를 중단했기에 준비 물량이 팔리지 않으면 손해가 불가피했다. 애초 약속대로 수수료를 낮추어 달라고 요구했으나 수용이 안 되었다. A홈쇼핑 담당 과장은 “사장님이 '노(NO)'라고 했기에 더 이상 보고가 어렵다”고 버텼다. 

L사장은 눈물을 머금고 기존 계약 관행에 따라 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 결과도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화분 2만 개 중에서 1만 개 넘게 재고가 남았다. 방송날짜를 다시 잡아야 했는데 A홈쇼핑 담당 과장은 차일피일 미루었다. 1만 개의 화분이 비닐하우스 농장에 있으니 관리 비용도 큰 부담이었다. 

그 사장은 몸이 바짝 말라갔다. 결국은 방송을 한 번 더 했는데 그래도 5천 개 넘게 남았다. 재고가 늘어나니 자금이 잘 돌지 않았다. 부도 직전에 몰리게 되었다. 3년 전에만 해도 거의 독보적 상품으로 매출 70억 원을 쉽게 했는데 전속거래 한 번으로 파산 위기까지 가게 될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는가. 

A홈쇼핑은 이 중소기업의 상황이 이렇게 됐어도 도우려고 하지 않았다. L사장은 차라리 기존 홈쇼핑 2곳과 안정적으로 거래했어야 했었다고 후회했다. 이렇게 좋은 제품은 항상 전속거래의 유혹이 따른다. 

또 부산의 조선 분야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 사례도 있다. 이 업체는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울산의 대형 조선소에 납품하기로 했다. 그 뒤 다른 조선소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섰다. 역시 그곳에서도 당장 계약체결을 하자고 했다. 

그러자 첫 계약을 한 조선소에서 소프트웨어 업체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계약서의 마지막 조항에 전속거래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이 소프트웨어가 워낙 좋아 다른 곳에서 사용하는 것을 꺼린 것이다. 

그래서 실무자들이 독소 조항을 검토 마지막 단계에서 넣었던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는 마지막에 그 부분을 놓쳤다. 어쩔 수 없이 그 소프트웨어는 처음 납품한 조선소만 사용하게 되었고 더 이상 추가 매출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소프트웨어 업체는 어려워졌다. 

이렇듯 좋은 상품과 서비스일수록 대기업의 전속거래 유혹이 강하다. 중소벤처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전속거래를 제안받으면 아예 거절하는 게 낫다. 처음에는 전속거래에 따른 혜택을 많이 주겠다고 한다. 그러다가 거래 기간이 6개월 넘고, 1년이 넘어서면 그 혜택을 빼앗아 버린다. 

대기업은 감사를 주기적으로 하는데 전속거래 담당 직원은 이런 혜택에 대한 질책을 받게 된다. 직원들은 감사를 제일 무서워한다. 무슨 큰 내막이 있는 듯이 조사하기 때문에 그 혜택을 계속 부여할 수 없다.

전속거래에 따른 파격적 조건과 그에 따른 이익이 아까워도 전속거래를 하지 않은 것이 장기적 성장을 담보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 계약을 체결할 때 특약조항이 추가된 것이 있는지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독소 조항이 있는지를 끝까지 확인하고 나서 서명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전속거래를 못 하게 하지만 일단 그런 계약을 맺고 나면 법률적 문제가 정말 복잡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가도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대기업은 대형로펌을 통해 방어하기 때문이다.

셋째, 정말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했을 때는 이를 기반으로 자금을 유치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보통 전속거래를 하는 이유는 재무적 상황이 안 좋기 때문이다. 전속거래에서 받는 단기적 이익에 넘어가기 쉽다. 

따라서 전속거래를 거절하고 거래처를 수백 개, 수천 개를 만들 때까지 영업하고 마케팅하려면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다. 좋은 기술로 투자 등 자금 유치하는데 CEO는 우선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매출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투자유치에 더 집중하는 것이 생존하는 비결이다. 

유니콘 기업을 키우는데 있어서 첫걸음은 전속거래를 하지 않는 일이다. 전속거래의 위험을 사전에 인식해 창업한 뒤 재무적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역유니콘기업연합 회장 이경만
 
이경만 회장은 행정고시 38회에 합격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과장, 국장, OECD 한국센터 경쟁정책본부장,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현재는 혁신기업 지원, 지역균형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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