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05-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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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미국·일본 정상이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삼각 공조 기반을 다진 상태에서 한미일정상회담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낼지 관건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5월21일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프놈펜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참석한 윤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 <연합뉴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한미일 안보협의체 신설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반도체 공급망 강화르 뼈대로 한 경제협력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1일 대통령실 발표와 내외신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일본 히로시마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마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와 함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한 뒤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일정상회담까지 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G7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등을 만나기로 한 점이 한미일정상회담 일정의 막판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3월 한일정상회담, 4월 한미정상회담, 5월 2차 한일정상회담 등 숨가쁜 3국 외교 일정을 이어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한미일정상회담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외교 행보가 일단락 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4일 브리핑에서 이번 한미일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역내 공급망 불안정, 에너지 위기 등 공동의 도전에 대응해 한·미·일 협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전략적 공조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할 때 이번 한미일정상회담에서는 지난해 11월 열린 프놈펜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정상회담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체제 협력을 핵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프놈펜 성명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등 3국 안보협력 강화 △경제안보대화체 신설 △북한·중국 견제 △대만해협·우크라이나 문제 해결 △첨단기술 공급망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한다.
북한이 최근 핵·미사일 위협을 크게 높인 만큼 프놈펜 정상회담 때보다 강한 북한 규탄 메시지와 함께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와 관련된 논의를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 한국과 일본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자 4월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16일 정찰위성 1호기를 시찰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이 커짐에 따라 한미일 3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관련 논의 사항을 최종 확인한 뒤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운용 조건 최종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는 특별히 결정된 게 없다”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어떤 국가와 양자·다자회담을 할지도 현재 결정된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미일 안보협의체 설치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3월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한미, 미일 양자 협의체보다 격을 높인 3자 협의체를 통해 핵 억지 관련 논의를 심화하고 미국의 핵전력에 관한 정보 공유를 강화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에 따라 한국과 미국이 출범을 합의한 핵협의그룹에 일본이 참여하는 형식의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태용 안보실장은 1일 YTN에 출연해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를 새로 만들 수 있다는 보도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핵협의그룹을 통해 핵무기 운용에 대한 한국과 미국 사이 시스템을 갖추고 잘 안정시켜 각론을 만들어가는 게 우선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 뒤 한국과 미국의 핵협의그룹 구성이 우선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신 냉전을 염두에 둔 삼국 정상 공동의 메시지가 나올지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해 프놈펜 성명에서 세 나라 정상은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며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위협을 지속하는 중국을 비판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메시지와 태도는 프놈펜 성명보다는 온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상단 중앙정치국 위원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전격 회담을 갖는 등 단절된 미중 소통 채널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정상이 중국의 행보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이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의 12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고위관계자는 “각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각자 알아서 관리할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우려하는 정도의 공동성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3국 정상이 반도체 공급망 구축 등 경제 분야 협력 논의를 전개할지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한국은 삼성전자의 일본 반도체 공장 투자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미국·일본·대만 반도체 공조에 사실상 참여 의사를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일정상회담에서 세 나라의 반도체 협력에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는 3천억 원을 투자해 일본 요코하마에 반도체 시설을 짓고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로부터 1천억 원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떠올랐다.
삼성전자의 일본 투자를 두고 미국·일본·대만의 반도체 공급망에 한국이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힘과 동시에 반도체 협력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부각하고 라이벌인 대만의 TSMC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본 정부도 한국의 반도체 공조 참여를 환영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7개 해외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 면담을 열고 “범정부적으로 (해외 기업이) 대일 직접 투자를 한층 더 늘리게 하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경제안보 차원에서 대만, 일본과 반도체 공조를 강화해왔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올해 1월 워싱턴에서 만나 반도체 등 경제안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일본의 대기업 8곳이 모여 만든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와 미국의 ‘빅테크’ 기업 아이비엠(IBM)도 참석했다. 두 회사는 이날 2027년까지 2나노미터 반도체 개발과 양산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 또한 대규모 금액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구마모토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12월 “애플 제품에 TSMC가 애리조나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미일정상회담에서 에너지 위기와 에너지 안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에너지 위기 극복과 에너지 안보는 매우 중요한 의제가 됐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4월26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식량과 에너지 안보 문제 등으로 세계의 평화와 안전이 도전받고 위협받고 있다”며 “한미 동맹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 또한 16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에너지와 식량위기 등 지구적 과제를 놓고 국제사회의 폭넓은 협력을 얻는 논의가 이뤄지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