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5-18 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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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들이 동남아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아세안시장 개척이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다가 리오프닝과 맞물려 투자금융 글로벌 스탠다드 확보를 목표로 한 민관 협력이 개화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아세안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와 함께 수교 50주년을 맞는 인도네시아, ‘포스트 중국’ 베트남, 신흥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금융시장 성장 발판을 구축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3개국에서의 국내 금융업계 활약상을 생생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박종진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장(가운데)이 11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더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열린 'K파이낸스위크 인 인도네시아' 행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에게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고위 관계자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자카르타=비즈니스포스트] 박종진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장은 11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더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열린 ‘K파이낸스위크 인 인도네시아2023’ 행사에서 누구보다 바삐 움직였다.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에서 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물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등 현지 금융감독당국의 주요 인사들을 소개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박 행장이 이처럼 자신 있게 인도네시아 주요 인사들을 이복현 원장에게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인도네시아시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 행장은 2017년 6월부터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 부행장으로 일해 올해로 인도네시아 생활이 햇수로 7년째다. 2020년 11에는 은행장에 올라 역할과 책임도 더욱 커졌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1990년과 2007년 각각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합쳐져 2014년 새로 출범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역사의 대부분을 함께 한 셈인데 오랜 현지 생활로 인도네시아 금융산업 이해도가 높은 박 행장의 전략은 철저히 현지화를 향한다.
▲ 박종진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장. <하나은행>
박 행장의 현지화 전략은 단순히 현지 직원들을 고용해 교육하는 것을 너머 주재원들의 현지어 교육, 라마단 기간 이후 종교식사 행사, 축구 배드민턴 등 동아리 활동 지원 등 현지 직원과 주재원 사이 문화적 차이를 없애는 구성원 단합에 목표를 두고 있다.
박 행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현지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하나은행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국 직원과 현지 직원 사이 권한과 위상에 차이를 두지 않고 현지 직원에도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에서 일할 한국인력 풀 육성을 위한 모행 차원의 현지전문가 육성 프로그램도 주재원 현지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 행장이 인도네시아시장 공략을 위해 쓰고 있는 또 다른 무기는 디지털이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도 다른 한국계 은행과 마찬가지로 리테일 자산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디지털은행으로 뚫어내겠다는 것인데 2021년 6월 출시한 디지털은행 ‘라인뱅크’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라인뱅크는 국내로 치면 지점이 없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계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디지털은행을 출범했다.
박 행장은 “글로벌 메신저 회사인 라인과 협업해 라인뱅크를 출범했는데 지금까지 론칭 2년이 채 안된 상황에서도 신규 손님 60만 명, 신규 계좌 75만 좌 등 성과를 내며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뱅크는 비대면 계좌개설, 온오프라인 결제, 공과금납부, 여신상품 등 필수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들어서는 안면인식(Face Recognition)을 활용한 본인확인 서비스를 도입했고 하반기에는 게임 등 재미(Fun) 요소를 가미한 적금상품 출시를 준비하는 등 지속적으로 서비스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본사 건물 모습. 하나은행과 라인뱅크 간판이 함께 걸려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2014년 합병 출범 이후 단단한 성장세를 보이며 하나금융그룹 내 위상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례로 박 행장의 전임인 박성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장을 역임한 뒤 한국 하나은행장을 거쳐 그룹 부회장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의 그룹 내 위상이 높아질수록 박 행장의 어깨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그룹은 중장기적으로 이익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인도네시아법인이 선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나금융그룹 전체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다.
하나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516억 원을 올렸다. 2021년보다 194% 늘면서 역대 최고 순이익 기록을 새로 썼다.
실적 확대를 향한 부담이 클 법도 한데 박 행장의 시선은 이에 아랑곳 않고 이미 인도네시아의 수도이전사업, 전기차사업 등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박 행장은 꼭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지금껏 노력해왔던 현지화, 디지털 전환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진행될 전기차배터리 신사업과 수도이전 사업 등에서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협업해 새로운 발전모델을 만들어 내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에는 4월 말 기준 1113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주재원 수는 임원 3명을 포함해 모두 13명이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2022년 말 자본기준 106개 인도네시아 은행 중 23위에 올라 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