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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K금융 인니④] 우리소다라은행장 황규순 "한국계 1등 넘어 현지 톱10 목표"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3-05-17 16: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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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들이 동남아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아세안시장 개척이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다가 리오프닝과 맞물려 투자금융 글로벌 스탠다드 확보를 목표로 한 민관 협력이 개화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아세안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와 함께 수교 50주년을 맞는 인도네시아, ‘포스트 중국’ 베트남, 신흥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금융시장 성장 발판을 구축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3개국에서의 국내 금융업계 활약상을 생생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인도네시아 글 싣는 순서
① 인도네시아 금융한류 기회의 땅? 답은 ‘오랑’에 있다
② KB부코핀은행장 이우열 “인디카와 협력, 종합금융 발판 될 것”
③ 신한은행 황대규 “리테일 신상품과 디지털로 포트폴리오 균형 맞춘다”
④ 우리소다라은행장 황규순 “한국계 1등 넘어 현지 톱10 목표” 
⑤ 우리소다라은행 현지 직원들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⑥ 하나은행 박종진, 구성원 단합과 디지털로 리테일 넓힌다
⑦ 미래에셋 임원 아리산디 “1등 비결은 현지화와 투자 민주화”
⑧ 신한투자증권, 인도네시아 IB는 우리가 선도자
⑨ 한국투자증권, 리테일과 IB 양날개로 안정 성장 궤도
⑩ IBK기업은행 차재영 "우리는 원팀, 단단한 은행으로 가고 있다"

 
[다시뛰는 K금융 인니④] 우리소다라은행장 황규순 "한국계 1등 넘어 현지 톱10 목표"
▲ 황규순 우리소다라은행 법인장이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 이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자카르타=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은행원이나 인도네시아 현지 주재원들에게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잘 하고 있는 한국계 은행이 어디냐고 물으면 예외 없이 ‘우리소다라은행’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소다라은행이 한국계 은행 중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5600만 달러. 1년 전인 2021년보다 37%, 2년 전인 2020년보다 124% 늘었다.

1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우리소다은행 본사에서 만난 황규순 우리소다라은행 법인장은 한국계 은행이 아닌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을 경쟁상대로 꼽았다.

황 법인장은 “한국계 넘버1 은행은 시작일 뿐이다”며 “중장기적으로 인도네시아 톱10 은행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현재 106개 인도네시아 은행 가운데 자산 순위 25위에 올라있다. 가야할 길이 아직 멀지만 황 법인장은 톱10 진입을 자신하는 이유로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들었다.

황 법인장은 “우리소다라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개인과 기업 비중이 5대5로 안정적이다”며 “우리금융 글로벌총괄로 일할 때부터 인도네시아의 리테일시장을 주목했다. 단단한 리테일을 바탕으로 신용대출은 물론 자동차 할부, 모기지 등으로 상품을 넓히고 디지털을 강화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과거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수탁은행인 소다라은행을 인수해 세워진 곳인 만큼 개인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합병 당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면 지금의 한국계 순이익 1등 은행 타이틀은 거머쥐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는 2021년 황 법인장의 부임 이후 개인대출을 늘린 승부수가 주효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때 연체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개인대출을 늘렸다.

황 법인장은 “2021년 6월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로 하루에 사망자가 2천 명 넘게 발생하면서 개인대출 연체율이 무섭게 치솟기 시작했다”며 “다들 대출을 중단하자고 했을 때 역발상으로 승부수를 띄워 개인대출을 오히려 확대했다. 이후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개인자산과 수익성을 크게 늘었다”고 돌아봤다.

무턱대고 개인대출을 늘린 것은 아니다. 개인대출 확대 전략을 쓰는 대신 리스크관리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매일 같이 회수율과 연체율을 보고 받고 직접 관리했다.

황 법인장은 “처음에는 회수가 안 된다고 했던 직원들도 법인장이 직접 나서 체크하고 확인하니 눈에 띄게 연체율이 줄기 시작했다”며 “당시 리스크관리를 위해 함께 고생해 준 직원들에게 참 고맙다”고 말했다.
 
[다시뛰는 K금융 인니④] 우리소다라은행장 황규순 "한국계 1등 넘어 현지 톱10 목표"
▲ 우리소다라은행 본사가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트레저리타워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한 점도 영업 역량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았다.

황 법인장은 2021년 취임 이후 1년 동안 인도네시아 전역에 있는 우리소다라은행 159개 지점을 다 돌았다.

159개 지점 안에는 비행기에서 내려 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7~8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지점들도 수두룩했다. 한국으로 치면 면 단위의 작은 지점까지 다 방문한 것인데 모든 지점을 다 방문한 법인장은 황 법인장이 처음이다.

황 법인장은 “어려운 방문 길이었던 만큼 따뜻한 환대를 받았고 방문 이후 효과는 확실했다”며 “지점 방문 이후로도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 왓츠앱으로 지점장들과 직접 소통하며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소통하는 이들은 지점장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은행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BOC(Board of Commissioners, 한국의 사외이사가 하는 역할을 담당) 멤버들과도 왓츠앱을 통해 선제적으로 주요 안건들을 상의한다.

주요 고객들과 소통하는 것도 황 법인장의 몫이다. 이날 인터뷰 중에도 현지 한국인 고객으로부터 강원도에서 맛있는 옥수수가 왔다며 집에 놀러와 같이 먹자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황 법인장은 소통 강화와 함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로 성과체계 개선을 꼽았다.

우리소다라은행은 황 법인장 부임 이후 성과를 올리는 직원들에게 매달 포상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1년에 한 번 주던 정기 인센티브도 2번으로 늘렸다. 공정한 제도를 통해 두둑한 보상금을 주니 성과는 자연스레 따라왔다.
 
[다시뛰는 K금융 인니④] 우리소다라은행장 황규순 "한국계 1등 넘어 현지 톱10 목표"
▲ 황규순 법인장실 앞에 놓여 있는 입간판들. 2022년 INFOBANK 중소기업금융부문 최우수은행, 제13회 인도네시아기업경영인협회 최우수 금융기관, 2022년 인베서트어워즈 최우수은행 선정 등 우리소다라은행의 각종 수상소식을 알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디지털금융을 위한 노력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1등 페이서비스인 ‘고페이’와 협력해 우리소다라은행 앱에서 고페이를 바로 충전하는 서비스를 론칭했고 인도네시아 1등 편의점 ‘인도마렛’과 손잡고 한국계 은행 최초로 편의점 출금 서비스를 도입했다.

1월에는 ‘우리소다라WON뱅킹(WON by BWS)’ 리뉴얼 앱도 출시했다. 1월부터 4월까지 앱 신규 가입자는 약 1만8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천 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황 법인장은 주재원을 비롯한 현지 직원들에게 1등 DNA를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긍정적 마인드로 열정을 가지고 일해야만 변화가 느린 인도네시아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황 법인장의 개인적 경험에서 기인한다.

황 법인장은 “2005년 베트남에서 4년가량 일하며 호치민지점을 베트남 1등 지점으로 만들었는데 이때 강한 자아실현을 맛봤다”며 “이후 국내 여러 지점과 미국 캘리포니아법인 등을 돌면서도 계속 1등을 만들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이처럼 하면 된다는 긍정의 마인들을 직원들에게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법인장은 이날도 인터뷰 중간 자신감을 불어주는 노래라며 영화 ‘쿨러닝’의 주제곡 ‘I can see clearly now(이제 명확히 볼 수 있어)’를 틀고 직접 해석해줬다.

I can see clearly now는 이렇게 시작한다.

“I can see clearly now, the rain is gone. I can see all obstacles in my way. Gone are the dark clouds that had me blind. It's gonna be a bright bright, Sun-Shiny day. (나는 이제 명확히 볼 수 있어, 비가 그쳤어. 나는 내 앞의 장애물을 다 볼 수 있어. 내 눈을 가리고 있던 어두운 구름은 사라졌어. 밝아질 거야. 밝은 날이야.)”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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