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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K금융 프롤로그⑤] '동남아고' 고영경 "아세안 공략, 디지털금융으로 직진하라"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3-05-1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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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들이 민관협력을 통해 동남아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아세안시장 개척이 리오프닝과 맞물려 투자금융 글로벌 스탠다드 확보를 목표로 다시 빠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 이목을 끈다. 아세안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와 함께 수교 50주년을 맞는 인도네시아, ‘포스트 중국’ 베트남, 신흥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금융시장 성장 발판을 구축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3개국에서의 국내 금융업계 활약상을 생생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프롤로그 글 싣는 순서
진정한 금융강국이 되는 지름길, 아세안에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빅테크도 예외 없다, 아세안 돈줄 장악 특명
김주현도 이복현도 영업맨, K금융 길 당국도 함께 닦는다
[인터뷰] 최희남 전 KIC 사장 “대표 브랜드 육성에 정부도 나서야”
⑤ [인터뷰] '동남아고' 고영경 “K금융 아세안 공략, 디지털금융으로 직진하라”
⑥ [인터뷰] 한투운용 사장 배재규 “베트남 질적 성장 가장 주목해야”


[비즈니스포스트] “그랩페이와 고페이가 아세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고영경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 연구교수는 K금융의 아세안시장 공략법을 묻는 질문에 대뜸 그랩페이와 고페이를 꺼내놓았다.
 
[다시뛰는 K금융 프롤로그⑤] '동남아고' 고영경 "아세안 공략, 디지털금융으로 직진하라"
▲ 고영경 교수는 K금융의 아세안 공략의 길이 디지털에 있다고 바라봤다.

그랩페이와 고페이는 각각 라이드헤일링(호출형 승차서비스)으로 시작해 아세안의 슈퍼앱으로 성장한 ‘그랩’과 ‘고젝’의 디지털결제서비스다.

그랩페이와 고페이가 단순히 이동수단뿐 아니라 쇼핑, 배송, 페이, 파이낸스 등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해 아세안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것인데 고 교수는 국내 금융사의 아세안 공략의 답도 그곳에 있다고 바라봤다.

고 교수는 국내에서 아세안 전문가로 손꼽힌다. ‘삼프로TV’의 ‘말랑말랑 기업사’를 통해 세계 유명기업의 역사를 전달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고 최근에는 삼프로TV에서 아세안에 집중하는 콘텐츠 ‘동남아고’를 새로 시작했다.

자신의 성 ‘고’와 ‘가다’를 뜻하는 영어 ‘Go’의 이중적 의미를 담아 동남아고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고 교수의 설명에는 아세안시장을 향한 강한 자부심과 애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동남아로 가자’를 외치는 고 교수가 바라보는 K금융의 아세안 공략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가 5월 초 서울 충정로 한 카페에서 고 교수를 만나 K금융의 아세안시장 공략법을 직접 들어봤다.

“존재감이 크지 않다.”

고 교수는 아세안에서 K금융의 위상을 한 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베트남의 신한은행, 캄보디아의 국민은행, 인도네시아의 미래에셋증권 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 실제 규모나 인지도 등 모든 측면에서 현지 금융사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슈퍼앱을 앞세운 핀테크가 아세안 금융시장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2014년 기준 세계은행그룹 조사에 따르면 아세안 10개국 성인 인구의 절반이 은행 계좌가 없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금융시장이 클 수 있겠냐. 하지만 그랩과 고젝 같은 슈퍼앱이 상황을 바꿔놓았다. 슈퍼앱이 핀테크와 합쳐지며 전자지갑이 통장을 대체했고 이를 통해 은행을 건너뛰고 곧바로 디지털금융으로 가버렸다. 슈퍼앱들은 현재 은행 지분까지 사서 디지털은행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는 현재 아세안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고 교수는 아세안 금융시장이 전통적 은행을 건너뛰고 바로 디지털금융으로 넘어간 만큼 K금융의 아세안 공략법도 오로지 디지털에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막연한 디지털이 아니라 차별화 전략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디지털 시장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디지털 금융에 집중한다고 해서 현지 업체들이 성공한 페이시장에서 경쟁하려고 한다면 답이 없다. 페이시장은 이미 아세안 현지업체만으로도 레드오션이 돼 버린 지 오래다. 기존의 은행이 하지 못하면서 아직 슈퍼앱 등 핀테크가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영역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고 교수는 K금융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차별화한 디지털금융 상품으로 고소득층을 위한 PB(프라이빗뱅킹)서비스, 자동차 등 고액상품을 구매할 때 이용할 수 있는 할부서비스, 국내 금융지주 계열사의 동반 진출 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토탈 금융서비스 등을 들었다.

고 교수는 “현지 핀테크업체와 손잡고 차별화한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도 있다”며 “인도네시아만 봐도 정부에서 인정해 준 핀테크업체만 150개가 넘는데 그들 역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금융사와 협업이 매력적 선택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중심의 차별화한 전략과 별개로 현지 인력 관리도 강조했다.

국내 금융사뿐 아니라 대부분 해외 금융사가 아세안에서 현지화 전략을 쓰는데 어떻게 인력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아세안 진출 성공사례로 꼽히는 베트남 신한은행과 인도네시아 미래에셋증권의 성공 요인도 현지 인력 관리에서 찾았다.
 
[다시뛰는 K금융 프롤로그⑤] '동남아고' 고영경 "아세안 공략, 디지털금융으로 직진하라"
▲ 고영경 교수가 진행하는 유튜브 콘텐츠 '동남아고' 썸네일. <삼프로TV 유튜브 캡쳐>

그는 “신한은행과 미래에셋증권은 현지 직원들 트레이닝을 잘 시켰다”며 “이는 겉으론 보이지 않지만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현지 직원들이 현지인들을 상대로 어떻게 영업을 뛰게 하느냐,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고 성과보상을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결국 다 사람이 하는 거다. 유능한 인력이 들어오고 싶고 함께 성과를 이루고 싶은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는 한국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 교수는 “신한은행과 미래에셋증권 모두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를 법인장으로 두고 있다”며 “현재 미래에셋증권 인도네시아법인을 이끌고 있는 심태용 법인장만 봐도 원래 인도네시아에서 학교를 다녀 인도네시아어, 영어, 한국어를 다 잘 구사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동남아지역을 전공으로 지역학협동과정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재무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고 교수는 대학 졸업 후 제3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끌려 동남아를 지역학 석사 전공으로 선택한 뒤 말레이시아에서 대학교수로 일한 9년을 포함해 지금껏 20년 넘게 아세안을 연구하고 있다. 재무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뒤에도 아세안 기업을 분석하며 아세안 연구를 놓지 않았다.

고 교수는 지금도 두 달에 한 번 이상은 베트남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으로 향한다. 계속해서 변하는 아세안시장을 직접 보고 연구하기 위해서다. 여전히 말레이시아 썬웨이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고 교수는 K금융의 아세안 공략의 길로 디지털을 제시했지만 사회학도답게 이 길도 결국에는 사람을 향했다.

고 교수는 지난해 말 금융결제원의 ‘페이먼트 인사이트’ 매거진에 기고한 글에 이렇게 적었다.

“그랩과 고젝이 아세안에서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지 이용자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우버가 미국과 동일하게 아세안에서 신용카드를 요구할 때 후발주자인 그랩은 현금으로 요금을 낼 수 있게 하고 이메일이 아닌 콜센터를 운영했다. 슈퍼앱이라고 무엇이든 연결만 하면 되는 만능 플랫폼이 아니다. 결국 이용자들의 생활환경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금융 슈퍼앱이 무엇을 핵심 아이템으로 두고 어떤 비금융 서비스를 연결할지 선택할 수 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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