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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면세점 이재실, 인천공항면세점 '규모의 경제'로 첫 흑자 초석 놓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5-11 15: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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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881억 원.’

현대백화점면세점이 2018년 11월 서울 삼성동에 1호점을 낸 뒤 여태껏 낸 본 영업손실 규모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4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대백화점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이재실, 인천공항면세점 '규모의 경제'로 첫 흑자 초석 놓나
▲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사진)가 올해 인천국제공항 새 면세점 운영을 통해 회사의 첫 흑자 전환에 초석을 놓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가 어부지리로 사업권을 따낸 인천국제공항 새 면세점이 회사의 흑자 전환에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11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100% 자회사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창사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분기 기준 흑자를 내지 못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6년 8월에 처음 설립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당시 정지선 회장의 의지에 따라 면세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6년 12월 서울 시내면세점 대기업 사업자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면서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18년 11월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건물에 시내면세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2019년 2월 서울 동대문점, 2020년 3월 인천공항점을 연달아 열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사업 확대 속도가 빨랐던 것과 별개로 손익에서는 부진했다. 초기에는 사업을 안정화하는데 비용이 들었고 2020년 2월 이후에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이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8년 4분기부터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영업손실은 256억 원이었다. 이후에도 단 한 차례도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는데 연간으로 따진 적자 규모는 2019년 743억 원, 2020년 656억 원, 2021년 408억 원, 2022년 661억 원 등이다.

사실 현대백화점면세점을 놓고 그동안 흑자 전환 가능성이 거론된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2021년경 현대백화점면세점이 2021년 하반기부터는 수익성을 점차 회복하기 시작해 2022년이면 이익을 내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아직까지 적자에서 탈출하지 못한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적자를 본 이유를 놓고 “중국 봉쇄 정책의 영향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을 볼 때 현대백화점면세점의 흑자 전환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올해는 현대백화점면세점에게 변곡점과 같은 해라는 점에서 예년과 다른 실적을 내지 않겠냐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7월부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DF5 구역에서 새 면세점 운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입장에서는 최근 인천국제공항의 새 면세점을 낙찰받은 일이 뜻밖의 축복이나 다름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3월17일 발표한 새 면세사업권 입찰 결과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부티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구역인 DF5의 후보자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가격으로만 따지면 세 후보 가운데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낙찰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입찰 시 제안한 금액이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입찰 공고를 낼 때 DF3·4·5구역을 놓고 중복 낙찰을 금지하도록 규정한 덕분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신라면세점은 DF3 구역을, 신세계면세점은 DF4 구역의 새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에 DF5 구역은 자연스럽게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몫이 됐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DF5 구역을 확보한 것은 면세업계에서 중요한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그동안 서울 무역센터점과 동대문점, 인천공항점 등 시내점 2곳과 공항점 1곳 등을 운영해왔는데 공항점의 면적을 더 확보했기 때문이다.

단지 면적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흑자 전환을 논하기는 힘들다. 면세업계가 서로 이익을 내기 위해 출혈 경쟁을 지양하자는 데 공감대를 모으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1분기 실적을 보면 현대백화점면세점뿐 아니라 호텔신라 면세사업부(신라면세점)와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 운영사) 모두 매출은 줄었지만 손익은 개선했다.

코로나19 시기 면세업계의 큰 손으로 부상한 중국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3분기까지 펼치던 송객수수료 경쟁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해외여행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을 포함한 모든 면세업계에 훈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고 증권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현대백화점의 지원도 든든히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9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인천국제공항 새 면세점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1천억 원을 증자해주기로 결의했다.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로서는 7월부터 운영에 들어갈 인천국제공항 새 면세점을 조기에 안착하기만 한다면 곧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역량을 두루 인정받은 인물로 꼽힌다.

이 대표는 2020년 말 실시된 현대백화점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 수장으로 발탁됐다. 브랜드 유치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로 해석됐다.

그의 이력을 보면 2013년 현대백화점 신촌점 점장, 2016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점장, 2019년 현대백화점 판교점 점장 등을 두루 거쳤다. 현대백화점이 중요하게 여기는 점포 점장을 돌아가며 맡았다는 점에서 회사 차원의 신뢰가 두터운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증권가 전망을 살펴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올해 바로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놓고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수익성이 나아진다는 시선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1, 2분기 적자를 3, 4분기 흑자가 메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리포트에서 “면세점의 수익성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면서도 올해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영업손실 71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도 각각 10일 발간한 리포트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올해 영업손실로 360억 원, 390억 원, 240억 원, 410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대신증권과 키움증권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내년에는 영업이익으로 각각 100억 원, 7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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