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블리자드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며 애플과 메타가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블리자드의 유명 게임 '콜 오브 듀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캔디크러쉬' 게임 캐릭터를 마이크로소프트 기업 로고와 합성한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게임회사 액티비전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를 인수합병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블리자드의 새로운 주인 후보로는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애플과 메타버스 게임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메타가 떠오르고 있다. 두 업체에는 클라우드 게임 사업 부문이 없어 독점 논란이 일 가능성도 없는 상태다.
27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블리자드 인수합병에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게임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에 올라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영국 경쟁시장청의 결정이 687억 달러(약 92조406억 원)에 이르는 게임산업 사상 최대규모의 인수합병에 급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진행될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심사 통과 여부에도 영국의 결정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게임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이들 국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블리자드의 한 주주는 파이낸셜타임즈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다른 방법을 동원하겠지만 인수합병은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16곳 국가의 경쟁당국에서 인수합병이 자국 게임산업에 미칠 영향과 독점여부 등을 조사받는다.
현재까지 칠레,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세르비아,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인수 승인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영국 경쟁시장청의 반대 의견이 나온 직후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계속해서 인수합병 절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며 항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도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결정을 내리면 인수합병이 최종적으로 무산될 수 있다. 이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는 30억 달러(약 4조192억 원)의 위약금을 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블리자드는 새 주인을 찾아야 할 공산이 커진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 인수에 실패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애플과 메타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포브스는 두 기업을 후보로 제시한 이유로 막대한 인수자금을 꼽았다. 블리자드 인수에 필요한 대규모 비용을 감당할 만한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애플은 2022년 말 기준으로 1650억 달러(약 221조711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및 유가증권을 보유해 블리자드를 사들일 충분한 여력을 갖추고 있다.
메타는 2023년 3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407억 달러(약 54조5243억 원)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2만1천여 명의 직원을 감원해 인건비를 줄였으며 회계연도 2023년 1분기 매출액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3% 증가했다는 점도 유동성 확보 기대감을 높인다.
포브스는 두 기업이 블리자드를 인수할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자체 게임 플랫폼과 콘솔(가정용 게임기)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에코시스템과 엑스박스 등 게임 관련 사업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게임시장에서 독점 우려를 받는 마이크로소프트와는 달리 애플과 메타는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더 손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블리자드 홈페이지 사용자게시판에는 영국 당국의 반대뉴스 이후 ‘애플이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것은 어떨까?’ 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는 등 사용자들도 새로운 인수기업의 등장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애플이 블리자드를 인수한다면 아이폰과 같은 기기에서 경쟁력 있는 모바일 게임이나 클라우드 게임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출시를 앞둔 혼합현실(MR) 헤드셋용 콘텐츠에도 블리자드의 게임 지식재산(IP)이 활용될 수 있다.
메타가 블리자드의 새 주인이 된다면 가상현실 헤드셋 '퀘스트' 시리즈 전용 게임 콘텐츠를 확보해 신사업으로 점찍은 메타버스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합병 절차가 늦어질수록 블리자드 소속 게임 개발인력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블리자드 게임사 자체의 매력이 떨어져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포브스는 전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