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3-04-19 16:41:38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시장에 눈높이에 맞춘 공모가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기업가치 산정을 두고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업계 최초’로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은 마땅한 비교군이 없는 만큼 유사기업(피어그룹) 선정에 신중해지고 있다.
▲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라셀라는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일정을 1달 미룬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나라셀라 매장.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라셀라는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일정을 한달 미룬다고 18일 밝혔다. 나라셀라는 당초 14~17일 예정돼있던 수요예측 일정을 5월15~16일로 미뤘다. 이에 따라 공모청약도 5월22~23일 진행된다.
나라셀라는 1997년 설립된 와인유통수입 전문 기업이다. 와인 유통기업으로 '국민 와인'으로 불리는 칠레의 ‘몬테스 알파’의 독점수입사로 알려져 있다. 나라셀라가 이번 상장에 성공한다면 와인 수입업체로서는 최초로 상장기업이 된다.
앞서 나라셀라는 기업가치 산정에 있어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일었다.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기업은 유사기업군(피어그룹)과 비교해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되는데 업계 ‘1호 상장’ 기업들은 국내 비교할 만한 상장사가 없는 만큼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외 상장사 유사기업으로 제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유사기업으로 포함시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LVMH에 모엣, 헤네시 등 유명 와인회사가 포함돼 와인과 주류부문에서 매출이 나는 것은 맞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에 불과하고 기업규모에 있어 큰 차이가 나는 만큼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나라셀라와 주관사인 신영증권은 시장의 반응을 의식해 신고서 정정에 나섰다.
가장 처음 유사기업으로 제시했던 9개 기업을 모두 제외하고 화장품 유통플랫폼인 실리콘투와 해외 와인 제조사 2곳 등 3개 기업을 제시했다.
또 공모구조를 변경하면서 공모가도 당초 2만2천 원~2만6천 원에서 2만 원~2만4천 원으로 낮아지게 됐다.
나라셀라 관계자는 "와인 문화 전파, 글로벌 대외신인도 제고, 신규 와인 포트폴리오 확대 등을 위해 상반기 중 상장을 추진한다”며 “와인 관련 기업 최초 상장이다 보니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시장의 눈높이를 최대한 반영하여 신고서를 재정비해 제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 나라셀라가 증권서를 통해 유사기업으로 제시한 기업 목록.
최근 공모 흥행을 위해 합리적 공모가 산정이 중요해지면서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공모가를 산정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업계 1호' 상장 기업들은 몸값 산정에 있어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모습이다.
올해 ‘이커머스 1호’ 상장기업이었던 오아시스는 증시 침체와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상장문턱에서 돌아섰다.
오아시스는 국내에 유사한 기업이 없는 만큼 쿠팡, 메르카도 리브르, 씨, 엣시 등 해외 상장기업 4개사를 유사기업으로 선정했다. 당시 오아시스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기업가치/매출’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측정했는데 제시한 유사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를 넘어간 만큼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고평가 논란을 피하려고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상반기 ‘AC 1호’ 상장을 목표로 했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금융당국을 설득하지 못해 상장을 철회했다.
두 차례 정정을 통해 유사회사 7곳을 3곳으로 줄이면서 투자자들이 납득할 만한 기업 가치를 산출하려 애썼지만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기간 내 상장이 어려워지면서 철회를 결정하게 됐다.
앞서 올해 상장에 성공한 최초 유아가구 전문제조 기업 꿈비는 유사기업 선정에서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낮춰 잡았다.
꿈비는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이커머스 기업을 제외하고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대규모 가구 기업도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에 애초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시디즈, 퍼시스, 오하임아이엔티 등 가구제조기업 3곳을 선정하면서 눈높이를 낮췄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