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2023-04-18 15: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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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크래프톤이 메타버스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은퇴의 배수진을 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는 3년 안에 메타버스로 가시적 성과를 거둬야 한다.
▲ 크래프톤이 네이버제트와 함께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는 3년 임기 안에 가시적 성과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18일 크래프톤에 따르면 올해 메타버스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네이버제트와 합작회사 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PUBG:배틀그라운드(배그)’ 이후 나온 게임의 실패와 최소한 올해 말까지 이어질 신작 공백 기간에 신사업 분야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를 개발·운영하는 네이버제트와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인 ‘미글루(Migaloo)’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크래프톤은 408억 원, 네이버제트는 72억 원을 출자해 북미 지역에 올해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합작회사를 세운다.
미글루 프로젝트는 대체불가토큰(NFT) 발행과 거래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C2E(Create to Earn) 시스템 기반의 메타버스 서비스다. 미글루 안에서 이용자들은 땅을 사고 팔거나 건물을 짓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직접 만든 NFT 콘텐츠를 거래할 수도 있다.
크래프톤은 합작법인을 북미 지역에 설립해 미글루 프로젝트를 올해 안에 글로벌 서비스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초부터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을 미래 신사업으로 제시했다.
김창한 대표는 작년 1월27일 사내 소통프로그램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에서 “웹3.0은 창작자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이 이동하는 생태계가 조성돼 ‘C2E’가 가속화되는 세상이다”며 “크래프톤은 크리에이터들이 확장성 있는 생태계 속에서 새로운 콘텐츠 창작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역량 있는 파트너들과 함께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2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NFT 기반의 크리에이터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네이버제트 등 경쟁력있는 파트너와 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C2E 생태계 육성을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제시한 신사업 방향은 1년 반이 지난 올해 상반기 합작회사 설립으로 구체화된다.
2023년은 크래프톤에 고비가 될 수 있는 시기다.
크래프톤은 배그가 출시된 2017년 이후 성공한 신작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021년 배그 후속작으로 내놓은 ‘뉴스테이트 모바일’은 흥행에 실패했고 지난해에는 배그 모바일 인도 서비스가 중단됐다. 배그를 이을 차기작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크래프톤은 ‘프로젝트 블랙버짓’, ‘프로젝트 골드러시’ 등 4종의 신작을 준비하고 있지만 내년은 돼야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크래프톤 주가도 고점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내려앉아 반등의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3월28일 주주총회에서 “주가가 많이 하락하고 작년 출시한 게임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점에 대해 통감한다”며 “향후 재신임 임기인 3년 안에 여전히 무능함이 지속된다면 그 전이라도 은퇴할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의 미글루 프로젝트는 김 대표의 은퇴 배수진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신사업이다.
그동안 크래프톤이 배그가 아닌 게임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지금 개발 중인 신작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글루 프로젝트의 성공이 더 절실한 이유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미글루 프로젝트 완성도에 못지않게 속도 역시 중요하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메타버스 플랫폼 미글루가 2023년 소프트론칭될 예정이지만 실적 기여는 유저가 모인 다음인 2024년 이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재선임 된 김 대표의 임기는 2026년까지다. 그러나 신작 하나가 개발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돼 김 대표에게 허투루 보낼 시간은 없다.
경쟁 게임사인 컴투스는 올해 상반기에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컴투버스는 가상공간에서 이용자들이 쇼핑, 의료, 금융 서비스를 비롯해 게임, 음악, 영화, 공연 등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컴투버스도 국내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 글로벌까지 영토를 넓힐 예정이라 크래프톤의 메타버스 서비스가 따라잡을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미글루 프로젝트를 위해 참고한 모델은 따로 없고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서비스의 대략적 콘셉트만 잡혀있고 세부적 사항은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