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3-04-14 17: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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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첫해인 2022년 3년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르노코리아는 내년 하이브리드 신차의 국내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올해는 내놓는 신차가 없다. 드블레즈 사장으로서는 올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르노코리아는 내년 하이브리드 신차 국내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올해 내놓는 신차가 없다. 드블레즈 사장(사진)으로선 지난해에 이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14일 자동차업계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대부분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올해 1분기 글로벌 자동차 판매 실적은 2022년 1분기보다 좋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올 1분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GM은 8만3223대, KG모빌리티는 3만5113대의 자동차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각각 37.4% 50.8% 증가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각각 13%, 12% 늘었다.
2년 넘게 지속된 차량용 반도체 등 자동차 부품 공급부족 문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해소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르노코리아는 1분기 3만2816대를 판매해 1년 전보다 판매량이 6.9% 뒷걸음쳤다. 올해 1분기 르노코리아 수출실적은 1년 전보다 14.5% 늘었으나 주력모델 판매 부진으로 국내 판매량이 44.9% 꺾였다.
르노코리아 국내 판매실적의 90%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QM6와 XM3 판매량이 1분기 각각 56.5%, 26.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르노코리아 대표이사에 오른 드블레즈 사장은 취임 첫해 184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19년 뒤 3년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다만 올해 르노코리아는 새로 출시하는 마땅한 신차가 없어 어렵게 일군 영업 흑자 기조를 이어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르노코리아는 내수판매 실적을 이끌고 있는 중형SUV QM6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놨다. 하지만 QM6는 2016년 처음 출시된 뒤 완전변경을 거치지 않은 1세대 모델이 판매되고 있어 부분변경만으로 극적인 판매 반등을 노리기엔 힘이 부칠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경쟁업체들은 야심차게 브랜드 대표 신차를 출시하고 국내 판매확대를 노리고 있어 드블레즈 사장으로서는 판매경쟁에서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출시한 중형 SUV 토레스가 지난달 브랜드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새로 쓸 정도로 짱짱한 신차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게다다 올해 하반기에는 토레스 기반 전기차 토레스 EVX를 내놓고 연이은 판매 흥행을 노린다.
한국GM은 2월 소형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미국에서 먼저 출시했다. 한국GM이 1분기 판매 호조를 보인 데는 미국에서 3월에만 1만3591대가 팔려나간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역할이 컸다. 이달부터 국내에서 본격 판매에 들어가는데 사전계약 4일 만에 사전계약 1만 대를 넘기며 국내 고객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드블레즈 사장은 르노그룹,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회사 길리(지리)그룹과 함께 내년에 선보일 중형SUV 친환경차(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하는데 경영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신차는 내년부터 르노그룹의 수출 전략 차종이자 르노코리아 내수판매의 활로를 뚫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코리아의 친환경 신차에는 볼보의 CMA 플랫폼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CMA 플랫폼은 볼보의 준대형SUV XC90 등에도 사용되고 있어 르노코리아가 중형(D세그먼트) 이상으로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드블레즈 사장은 지난해 6월과 7월 잇달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시장의 55%는 D·E(중형과 준대형) 세그먼트인데 볼보 플랫폼이 한국 시장도 커버하면서 해외 수출 시장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은 "한국을 새로운 중대형 차량 수출 허브로 삼으려고 한다"며 친환경 신차를 글로벌 수출 모델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르노코리아가 2020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수출 계약이 2020년 3월 종료된 영향이 컸다.
2019년 약 9만 대였던 르노코리아 수출량은 2020년 1년 만에 2만 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0년 국내에서 먼저 출시된 소형SUV XM3(수출명 아르카나)는 2021년 6월 유럽 수출을 본격화하면서 르노코리아 수출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르노코리아는 2021년 7만1673대, 2022년에는 11만7020대를 수출해 2019년 수출실적 이상을 회복했다. 특히 지난해 르노코리아는 XM3 판매 호조에 힘입어 창사이래 유럽 지역 최대 수출 실적을 새로 썼다.
다만 유럽 출시 3년차를 맞은 XM3가 올해도 기존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하긴 힘들다.
특히 르노코리아 내수 판매실적은 2020년 9만5939대, 2021년 6만1096대, 지난해 5만2621대로 수출 실적과 정반대 흐름을 보이며 극심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내년을 위해 신차 없이 '버티기' 전략을 펼쳐야 할 상황에 놓인 드블레즈 사장은 파생모델을 출시하는 등 판매실적을 지켜내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코리아는 최근 QM6 부분변경을 내놓으며 1열 이외 공간을 모두 적재함으로 구성한 QM6 퀘스트도 함께 선보였다.
드블레즈 사장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친환경 신차를 놓고 "신차개발 프로젝트명은 '오로라'(로마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인데 이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