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경호 자이가이스트 대표이사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목조 모듈러 단독주택사업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단독주택을 지으면 10년 늙는다고 한다.”
남경호 자이가이스트 대표이사는 13일 단독주택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전원주택, 세컨드하우스를 짓고 싶은 고객들의 ‘페인포인트(고충)’를 먼저 짚었다.
그리고 단독주택시장의 불합리한 가격체계, 균일하지 않은 품질, 부실한 사후관리 서비스를 GS건설 자이가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시장에서도 아파트시장의 ‘자이’처럼 믿고 살 수 있는 집을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방법은 모듈러공법이다.
모듈러공법은 공장식 대량생산 개념을 건설산업에 도입한 건축방식이다. 집의 주방과 화장실, 거실 등 표준화된 실내 공간을 모듈 형태로 공장에서 미리 제작하고 공사현장에서는 설치, 조립 등 최소한의 작업만 한다.
남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목조 모듈러 단독주택사업 관련 기자간담회에 회색 맨투맨 티셔츠의 캐주얼한 차림으로 참석했다. 발표자로 나선 자이가이스트 실무자들, 옥란 자이가이스트건축사사무소 대표와 같은 ‘단체복’이었다.
남 대표는 별도의 소개 멘트 없이 직접 단상 마이크 앞에 서 바로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간담회를 시작했다.
남 대표는 세부적 사업계획, 모듈러주택 기술과 시제품 등에 관한 발표 뒤 질의응답 시간에도 직접 나서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유쾌한 태도로 답변했다.
사업 진출단계에서 조심스러울 수도 있는 매출과 시장 점유율 목표 등도 거리낌 없이 공개했다.
GS건설 자이가 수십 년 동안 국내 주택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온 만큼 단독주택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남 대표는 첫 질문으로 나온 모듈러 단독주택사업 매출 목표에 관해 “2022년 사업을 준비하면서 수립한 단기 목표는 4~5년 안에 매출 2천억 원을 하겠다는 것이다”며 “현재 충남 당진공장 생산능력이 연간 300채인데 아산 공장 등까지 추가 가동하면 생산능력이 연간 1200채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현재 자이가이스트 모듈러 단독주택은 평당 건축비용 600만~700만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목조 단독주택시장의 주요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맞추고 나중에는 경쟁업체의 90% 아래로 값을 더 내리겠다는 목표다.
자이가이스트 모듈러주택의 단독주택시장 점유율 목표는 '5년 내 3%'로 제시했다.
3%라고 하면 단순 수치로 적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GS건설의 아파트 시장 점유율이 약 5~10%라는 점을 고려하면 야심찬 목표로 볼 수 있다. GS건설이 한 해 평균적으로 아파트 2만 세대 안팎을 공급하는데 연간 전체 아파트 공급량은 40만 세대 정도로 파악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현재 평균적으로 한 해 단독주택 약 4만5천~5만 채가 착공하고 있다. 4만5천 채의 3%면 1350채다.
남 대표는 은퇴를 준비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전원주택 수요, 워케이션 등 생활문화 변화에 따른 세컨드하우스 시장의 성장성 등을 고려하면 단독주택시장이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또 자이가이스트가 GS건설 ‘자이’의 인지도와 시스템을 가지고 단독주택시장을 더욱 확장,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 자이가이스트 홈페이지에 곧 공개예정인 ‘자이가이스트 컨피규레이터’ 프로그램 실행 모습. 일반 고객들은 자이가이스트 컨피규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주택 공간 모듈들을 조합, 배치해 각자가 원하는 주택을 설계해볼 수 있다. < GS건설 > |
이가이스트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미 준비된 50여 개의 표준 공간모듈을 소개했다.
거실·식당·주방공간, 방·수납공간·욕실, 계단·멀티룸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공간모듈들을 마치 레고나 테트리스 게임처럼 조립해 ‘그림 같은’ 단독주택을 완성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방, 거실, 주방 등 공간의 배치, 계단의 위치와 층수 등 집의 구조부터 외형 디자인까지 클릭 한 번에 ‘뚝딱’ 주택이 만들어졌다.
지붕을 평지붕으로 하느냐 경사지붕으로 하느냐 박공지붕으로 하느냐, 지붕 모양 하나의 선택으로도 모던한 디자인의 주택부터 전형적 전원주택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
모듈러주택은 건축방식은 공장생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성품이다.
자이가이스트는 다만 각자가 원하는 모듈을 골라 마음대로 배열할 수 있기 때문에 ‘나만의’ 집을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주문하는 것처럼 집도 고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실제 자이가이스트 홈페이지의 한 목록을 띄우자 ‘몇 평형대의 집을 원하시나요? 14개 모델이 등록돼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남 대표는 자이가이스트의 모듈러 단독주택은 실제 건축도 뚝딱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자이가이스트 충남 당진공장을 최대한 가동한다고 하면 이틀에 모듈러주택 한 채를 생산할 수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건축허가가 나고 2달 안에 건물이 완성되고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 도착해서는 바닥까지 다 해서 3주 걸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간담회 뒤 따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GS건설 같은 대기업이 왜 단독주택사업에 진출하는지도 설명했다.
남 대표는 “현재 건설산업의 가장 큰 이슈가 친환경, 인건비 문제다”며 “모듈러주택은 탈현장(off-site)공정으로 가는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측면에서 앞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실제 자이가이스트는 이날 간담회에서 앞으로 목조 모듈러 단독주택을 넘어 콘크리트와 스틸 등 다양한 자재를 가지고 단독주택과 중층 공동주택, 숙박시설 등으로 모듈러주택사업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자이가이스트가 선보인 목조 모듈러 단독주택 115.7㎡(35평) 모델하우스의 주방 모습. < GS건설 > |
남 대표는 “GS건설 연구개발조직인 RIF Tech과 스틸모듈러공법의 중고층 공동주택 기술연구도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은 모듈러공법으로 중층 주택을 짓는 것이 원가가 더 비싸지만 2~3년 정도 기술연구를 더 하면 중고층 모듈러주택에도 진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자이가이스트 모회사 GS건설은 앞서 2019년 모듈러공법을 연구하는 프리패브 사업그룹을 출범했다. 프리패브 사업그룹은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 사장이 총괄하는 신사업부문 아래 배치돼 있다.
GS건설은 2020년 폴란드 목조 모듈러주택 기업 단우드, 영국 스틸모듈러 기업 엘리먼츠를 인수하고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하면서 모듈러사업을 본격화했다. 2022년 기준 GS건설은 모듈러주택부문에서 매출 6100억 원을 내고 있다.
남 대표는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에서 강점을 지닌 GS건설 자회사 자이가이스트가 단독주택영역에서는 어떤 강점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려고 하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
허창수 회장이 하남 자이가이스트 모듈러 콘셉트하우스에 와서 물어본 것과 비슷한 질문이다”며 “이건 어려운 질문이니 만큼 나중에 소주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하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남 대표는 GS건설에서 오랫동안 국내개발사업, 개발마케팅 등 업무를 담당해왔다.
남 대표는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신고등학교,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GS건설 주택기획관리부에 입사했다.
2001년에는 자연친화 콘셉트를 앞세운 아파트 단지 일산 LG빌리지분양사무소장 과장을 지냈고 2009년부터 GS건설 국내개발사업팀장, 개발영업팀장, 개발마케팅팀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GS건설 미주개발팀 상무보, 2021년 상무로 승진했다. 2021년 12월 인사로 자이가이스트 대표에 선임됐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