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300여 명의 시위자들은 28일 오전 국회의사당 인근 KB국민은행 서관 앞 인도에서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를 이어갔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원주민 사유재산을 강제수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공공재개발 결사반대! 결사반대!”, “자기 돈으로 하면 무책임한 계산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느냐.”
300여 명의 시위자들이 28일 오전 국회의사당 인근 KB국민은행 서관 앞 인도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재개발 반대를 위한 31개 구역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집회와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번 집회는 지난해 8월30일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재개발 반대 시위를 벌인 뒤 7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지난해 8월 시위에는 27개 구역이 참여했는데 서울 대림역세권·송중동주민센터 지역, 인천 제물포, 경기 부천 원미동 등 4곳이 새로 합류했다. 비대위는 앞으로 공공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지역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바라봤다.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행진하던 한 주민은 “생업에 종사하면서 집회와 시위를 꾸준히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정부, 국회, 유관기관에서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아 이번 집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국회의원과 공공재개발 시행사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만남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공공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모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한 주민은 “국토부의 독단적 결정으로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선정하고 발표를 하면서 토지면적에 관계없이 주민 50% 동의 만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희생양이 돼 하루하루 불안 속에 살아 억울함과 분노를 호소하고자 한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31개 비대위는 이날 국회 교통위원회에 진성서를 내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행진해 두 당에도 진성서를 제출했다.
공공재개발은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오랫동안 정체된 재개발 사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비대위가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산권 침해다. 공공재개발은 과반수 다수결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재개발 사업은 대부분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도촉법)이 적용된다. '토지 등 소유자'의 10% 이상 동의로 사업을 제안할 수 있고 주민 동의율 요건은 50%를 넘으면 된다.
반면 일반 재개발·재건축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라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2분의 1 이상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조합설립 등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더욱이 공공재개발사업은 도촉법 적용에 따라 토지면적과 관계 없이 50% 이상의 주민만 찬성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토지 소유면적은 크나 인원수는 적은 상가 소유자들 위주로 공공재개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사업이 시작되면 당장 생계에 위협이 되는 점도 이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 원인으로 꼽힌다. 건물 소유주는 사업 기간 월세 수입이 끊기고 상가에서 영업하는 자영업자들도 생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28일 공공재개발 반대 시위에 참여한 300여 명의 비대위 관계자들이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행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최조홍 흑석2구역 비대위원장은 “토지면적과 관계없이 50% 이상의 주민만 동의하면 추진되는 공공재개발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80% 이상의 토지를 가진 토지주와 건물주의 사유재산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헌법에서 보장한 사유재산권을 부정하는 데에 모든 법적, 제도적 절차를 통해 투쟁해가겠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각 구역은 서울주택도시공사 및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시행사로 지정한 처분에 대한 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원 판결은 4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최 비대위원장은 “행정소송 결과를 바탕으로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을 집단으로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올해 말에 위헌법률심판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사업이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의 근거를 갖추고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승소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적으로 무리가 없고 법정 동의율도 넘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비대위의 주장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와 토지주택공사, 서울시가 마냥 비대위의 반대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스피드 주택공급’을 강조하며 신속통합기획, 공공재개발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비대위의 시위와 소송에 부딪혀 주택공급 일정에 차질을 빚는 일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비대위는 공공재개발 추진 명분이 퇴색된 데다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 방식에도 불만을 강하게 제기하며 반대 의사를 관철해 나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비대위 관계자는 “합리적 가격에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되는 공공재개발 취지와 무색하게 주민 대상 설명회에서 정부 규제 완화로 주택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며 “주민들을 현혹하고 있고 시행사들이 수수료 수익을 위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에서 지난해 6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돼 12월부터 추정분담금 검증이 의무화 된 만큼 추정분담금을 공개해야 하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와 토지주택공사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국회, 국토교통부, 대통령실 등에서 집회·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