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기업들이 글로벌 헤지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블룸버그의 분석이 나왔다. |
[비즈니스포스트]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주요 헤지펀드가 현대글로비스와 GS홀딩스, 고려아연 등 한국 대기업 주식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블룸버그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 기업들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계기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 및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면서 과거 ‘코리안 디스카운트’로 불리던 가치 저평가 현상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24일 논평을 내고 “헤지펀드들이 어려운 시장 상황에 대응해 새로운 타깃을 찾고 있다”며 “한국이 풍부한 기회의 땅으로 점차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 증시가 장기간 침체 상태에 접어들면서 헤지펀드들은 안정적으로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대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강화를 통해 코리안 디스카운트로 불리던 약점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현대글로비스와 고려아연, GS홀딩스가 현금배당을 확대하며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 주요 대기업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예측하기 어려운 주주환원 정책으로 저평가받아 왔지만 이런 단점을 바꿔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주요 헤지펀드가 한국 대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는 사례는 이전에도 종종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과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대주주 지위에 올랐던 점을 예시로 들었다.
행동주의 펀드로 유명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당시 해당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개선하고 지배구조 측면의 약점도 해결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헤지펀드의 지분 투자는 결국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기업들이 대부분 여유 자금을 주주환원 대신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한 이유로 들었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줄어드는 대신 미래 성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현금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이 주로 오너일가 또는 지주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해 일반 주주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었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으로 꼽혔다.
그러나 2016년부터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스튜어드십코드가 이러한 상황을 바꿔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경영 투명성 강화 및 주주의 이해관계 반영에 힘쓰도록 하는 지침이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이와 관련한 정책이 점차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경영 투명성 강화 및 주주환원 확대에 힘쓰는 추세가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들이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 위기에 주목받으면서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헤지펀드에 매력적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헤지펀드가 기업 주주로 참여해 적극적으로 주주행동을 이끌면서 기업의 경영 투명성 확보와 지배구조 개선을 이끈 사례가 많다고 보도했다.
한국 대기업이 여전히 지배구조 등 측면에서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헤지펀드의 적극적 투자 참여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완벽한 타깃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산업과 소비재 관련 기업들이 결실을 거두기 좋은 대상으로 꼽힌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