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유아 교육과 보육을 하나로 합치는 이른바 '유보통합' 추진에 속도를 낸다.
다만 정부가 유보통합에 따른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 사이 처우 문제 등에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향후 추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월23일 대전시 유성구 충남대학교 정심화홀에서 열린 전국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교육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역대 정권에서 30년 넘게 해결하지 못한 유보통합을 이주호 장관이 2025년 현장에 적용하겠다고 하면서 너무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떠오른다.
다양한 논의와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정부가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지 않은 채 2년 뒤 유보통합 본격 시행이라는 추진일정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13일 교육부는 유보통합의 첫걸음으로 '2023년 유보통합 선도교육청'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2025년 유보통합 본격 시행에 앞서 지역 차원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이 교육·돌봄 격차 완화를 위한 과제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부는 선도교육청에 39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투입해 거점형 방과후 과정과 같은 과제와 시·도교육청이 제안하는 분야를 지원한다. 5월 중순에 유보 통합 선도교육청을 선정한 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이 부총리는 15일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에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주제로 강의하면서 "교육과 돌봄이 분리되는 건 과거의 시기"라며 "우리나라 교육은 지나치게 대입에 맞춰져 있는데 글로벌 트렌드는 출발선 평등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대학에 갈 수 있는 아이들은 가정 형편이 좋은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어려운 아이들을 도우려면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중요시해야 하는 건 초등, 영유아 부분에서 출발점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으로 이 부분은 교육과 돌봄이 같이 중요하다"고 유보통합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유보통합은 영유아가 다니는 기관에 따라 학부모 부담이나 교육·보육 차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거론된 과제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와 보육 교사의 다른 자격 요건 등으로 해결점을 찾지 못해왔다.
만 2세 미만의 영유아가 어린이집만 등원 가능한 데 반해 만 3~5세 영유아는 유치원으로도 진학할 수 있다. 어느 기관에 등록하느냐에 따라 감사를 받는 기관도, 관계부처도, 적용법령도, 교사 양성 과정도 달라진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관할이고 유치원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관할로 구분돼있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 이상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반면 어린이집 교사는 전문대 졸업 후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급여도 유치원 교사가 어린이집 교사보다 높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통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형평·공정성이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0일 논평에서 "교육부가 유보통합이라는 장기 과제를 유치원 현장과 소통 없이 선도교육청을 통해 밀어붙이고 있다"며 "제대로 된 회의 한 번 없이 유보통합 선도교육청을 5월에 선정하고 하반기부터 운영하겠다는 계획은 현장의 의견수렴은 안중에도 없이 정해진 내용을 바탕으로 유보통합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부총리가 유보통합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교육계 현장의 갈등을 풀어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유보통합 추진을 놓고 어린이집 측은 대체로 환영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반면 유치원 측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유보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유치원,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자격과 신분이 다른 상황에서 이들에게 동일한 처우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특히 공무원 신분인 국·공립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이 극심하다.
2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유보통합 반대 청원이 동의수 5만 명을 달성해 국회 교육위에 회부되는 등 반대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유보통합 논의를 진행할 기구 구성부터 잡음이 적지 않다.
교육부는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위원회를 2월 말 발족할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당초 이주호 부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위원 24명 가운데 19명을 정부 밖에서 위촉하기로 했는데 19명의 위원 중 보육계 인사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되며 편중 인사 논란이 일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