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헌법재판소(헌재)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권한쟁의심판에서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헌재의 결정으로 한 장관이 추진하는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까지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 법안 효력 인정 결정으로 시름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한동훈 장관이 3월23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 장관은 최근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등 실책이 거듭되며 체면을 구겨왔는데 검찰수사권 강화마저 순탄치 않게 되면서 향후 행보에도 먹구름이 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
한동훈 장관과 검사들이 함께 국회를 상대로 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각하를 결정했다.
헌재는 입법부인 국회가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조정하거나 배분할 수 있다고 봤다. 이날 헌재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신청한 권한쟁의심판 역시 기각해 검수완박 법안의 효력을 인정했다.
헌재는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 및 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으로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한 장관의 심판청구를 두고 "수사·소추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법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법리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채 법원 심판을 청구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기존 6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패·경제)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뒤 검수완박을 주도한 민주당을 향해 “명분 없는 야반도주극”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주도했다.
그러나 헌재가 이날 검수완박법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 한 장관이 검찰수사권 원상복구를 위해 추진한 시행령은 적법성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헌재 판결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지난해 8월 시행령을 개정해 검수완박법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장관은 국회가 입법한 법률의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를 최대한 확대 해석해 공직자와 선거범죄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표적 형사범죄로 법률상 검찰 직접수사 대상(부패·경제범죄)으로 보기 어려운 폭력 조직, 보이스피싱 범죄도 ‘서민 갈취 등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라고 규정하며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 포함시켰다.
한 장관이 이번 헌재 판결로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장관은 최근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임은정 검사의 적격심사 통과, 노웅래 의원 기소지연 등으로 잇따라 체면을 구겼다.
정순신 변호사는 임명 하루 만에 사퇴해 한 장관의 인사검증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21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문제 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했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를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
한동훈 장관의 동기라서 청문회가 어렵냐”고 비꼬기도 했다.
한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스럭 소리'를 언급하며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노웅래 민주당 의원을 놓고 검찰의 기소가 지연되는 점도 비판받는 부분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1일 KBS라디오 주진우라이브에서 “한 장관이 (노 의원 체포동의안 설명 때) 돈 세는 부스럭 소리까지 있다고 했는데 82일 째 기소조차 안하고 있다”며 검찰이 수사도 제대로 안 하고 체포동의안을 던져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임은정 검사가 지난 2일 열린 법무부의 검사 적격심사에서 통과한 것도 한 장관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적격심사위원 9명 가운데 한 장관이 위촉, 지명하는 인사가 6명인데도 임 검사는 적격심사를 통과했다. 한 장관이 임 검사를 찍어내려다 실패해 투사 이미지만 강화해준 모양새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임 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적격심사 결과에 관해 “한 장관이 지명하는 검찰 위원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한 장관이 인선에 관여할 수 없는 외부위원의 반대로 부적격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적격 의결에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