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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최지성, 신종균일까 윤부근일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7-15 18: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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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최지성, 신종균일까 윤부근일까  
▲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좌)과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우)


삼성그룹에서 2인자는 막강하다.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을 거치면서 삼성그룹은 2인자를 통해 ‘분신경영’을 해왔다.

이런 삼성그룹의 특성은 오너의 지배력을 더 확고히 했다. 또 전문경영인으로 하여금 2인자를 꿈꾸면서 스스로를 단련하도록 해 ‘인재의 삼성’을 낳기도 했다.

이재용체제에서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에 이어 2인자의 후보로 누가 꼽힐까?

삼성그룹 안팎에서 ‘포스트 최지성’ 후보로 신종균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문 사장과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을 지목한다.

신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절대적 위상을 차지하는 모바일사업부를 이끌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분기 잠정실적에서 어닝쇼크의 주범으로 모바일사업부가 지목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그러는 사이 윤 사장은 세계 프리미엄 가전시장을 접수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두 사장은 벌써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 승승장구하다 삐끗한 신종균

신종균 사장은 최근 궁지에 몰렸다. 삼성전자가 최악의 실적을 내놓은 탓이다. 삼성전자가 7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2012년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실적악화의 원인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중국업체들에게 추격당하고 있는 점이 꼽혔다.

갤럭시S5의 판매량도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홍콩 기반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5월 주요 35개국 이동통신시장을 집계한 결과 출시한 지 8개월이 지난 아이폰5S가 선두를 차지했다고 14일 발표했다. 2월에 출시한 갤럭시S5는 2위에 그쳤다.

신 사장은 지난해 사상최대의 성과를 기록해 1분기 보수로 97억 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실적악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소비자에게 했던 약속도 깨 신뢰마저 잃었다. 신 사장은 올해 가을까지 갤럭시S5를 능가하는 프리미엄모델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얼마 전 프리미엄모델을 출시했다.

이 때문에 신 사장이 단기이익에 지나치게 집착해 멀리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신 사장이 그동안 모바일사업부문을 이끈 공로를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모바일사업부의 활약에 힘입어 사상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신 사장은 2010년 갤럭시S 시리즈를 처음 선보였다. 2009년 무선사업부 사장에 임명된 지 1년 만의 일이다. 신 사장은 아이폰이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2009년 1월 무선사업부문 사장에 올랐다.

당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옴니아'를 내놨지만 ‘옴레기(옴니아+쓰레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으며 시장에서 혹평을 들었다. 신 사장은 애플에 대항할 새로운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그해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약 8개월을 스마트폰 개발에 매달렸다.

신 사장이 내놓은 갤럭시S는 출시 3개월 만에 국내 첫 밀리언셀러 스마트폰으로 등극했고 세계에서 2500만 대가 팔렸다. 삼성전자는 2011년 갤럭시S2로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당시 신 사장은 ‘미스터갤럭시’, ‘애플도 두려워하는 남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신 사장은 대형화면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내놓으며 삼성전자를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바꾼 주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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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지난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한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만나고 있다.<뉴시스>


신 사장은 갤럭시 신화의 성공비결을 묻자 인복과 근성을 들었다.

그는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며 “내가 가진 역량은 크지 않지만 주위에 훌륭한 사람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에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신나게 일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려고 노력한다”며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신 사장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그의 평범한 이력이 꼽히기도 한다.

신 사장은 인하공업전문대학을 다니다 광운대 전자공학과에 편입한 학사 출신이다. 그러다 보니 학벌을 따지지 않고 성과와 능력만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신뢰를 얻었고,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했다.

신 사장은 휴대전화 샘플을 만들기 위해 72시간 동안 자지 않았던 일화가 있을 정도로 일에 관한 한 독종이다.

신 사장은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했다”며 “1만 건이 넘는 소비자 사용행태를 분석하며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말자고 다짐해 직원들과 밤잠도 휴일도 없이 함께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갤럭시S를 개발할 때 성탄절부터 신정까지 회사에서 먹고 자며 보내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신 사장은 비교적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다. 평소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고 뒤에서 지켜보는 편을 선호한다. 또 매우 꼼꼼해 세세한 사항까지 직접 챙긴다. 휴가도 가지 않을 만큼 일중독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빠르게 추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 신종균 사장 특유의 꼼꼼함과 성실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 사장이 이끄는 무선사업부가 승승장구하면서 지난 해 3월 삼성전자는 권오현 DS(부품)부문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사장의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신 사장은 1956년생으로 ECHO전자와 맥슨전자를 거쳐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종합기술원에서 근무하다 1993년 삼성전자 무선기술연구 그룹장으로 애니콜 개발팀에 합류했다.

신 사장은 20년 가량 휴대폰 기술개발에만 매달린 외길인생을 살았다. ‘이건희폰’ ‘벤츠폰’ ‘블루블랙폰’ 등 삼성전자의 히트상품 개발을 주도했고 그 공로로 모바일사업부문 사장에 올랐다.

◆ 전 세계 가전시장 1위 꿈꾸는 윤부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나빠졌지만 윤부근 사장이 이끌고 있는 소비자가전 부문은 나름 선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2006년부터 세계판매1위를 놓치지 않는 TV에 이어 냉장고도 2년 연속 세계판매1위를 차지했다.

윤 사장은 세계 프리미엄가전시장을 공략해 생활가전분야에서 세계1위를 차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윤 사장은 지난 3월 “지난해 전 세계 생활가전제품시장의 성장세보다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3배 이상 높았다”며 “이런 추세라면 2015년 생활가전 글로벌1위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사장은 삼성TV를 2006년부터 지금까지 부동의 1위 자리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2006년 포도주잔을 닮은 보르도TV를 히트시키며 35년 동안 1위였던 일본 소니를 꺾었다.

윤 사장은 당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팀장이었다. 보르도TV를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으로, 2009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윤 사장은 성공비결에 대해 묻자 고정관념을 깨는 과감한 혁신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시장에서 130㎜ 두께의 LCD TV가 최신제품이었는데 29.9㎜ 두께의 LED TV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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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전자 셰프컬렉션 미디어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윤 사장이 내놓은 냉장고도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12년 생활가전사업부를 맡은 지 7개월 만에 새로운 냉장고를 출시했다. 당시만 해도 업소용 제품이라는 편견이 있었던 메탈소재의 디자인을 적용하며 시장트렌드를 선도했다. 그 뒤 국내에 출시되는 프리미엄 냉장고는 대부분 메탈소재를 사용한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독하다는 평을 듣는다.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맡은 분야는 기어이 1등을 만들어 내는 독종이라는 것이다. 과감한 혁신으로 사내에서 ‘승부사’로도 통한다.

경영자로서 엄격한 면모도 있지만 직원들과 자주 만나는 등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임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가전 생산공장이 위치한 전남 광주를 수시로 찾는다.

윤 사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패션이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부문의 한 관계자는 “주요 고객들이 여성인 만큼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사람이 스타일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게 윤 사장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생활가전부문 사장에 오른 2012년부터 부쩍 세련돼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 해 9월 독일 가전박람회(IFA)에서 기자들에게 “가전부문을 맡고 보니 패션을 신경 쓰게 되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가전제품들은 스타일을 강조하는 윤 사장의 영향을 받아 디자인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사장은 언론에 말을 아끼는 신 사장과 대조적으로 언론 친화적인 달변가로도 유명하다.

윤 사장은 1953년생으로 울릉도 출신이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 울릉도에서 다니다 대구로 유학갔다. 그 뒤 고등학교에 다시 입학해 고등학교를 5년이나 다녔다.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직후 바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동기들 중 가장 늦게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초고속 승진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지난 1분기 보수로 12억 원을 받았다.

◆ ‘재무통’에서 ‘영업통’으로, 다시 ‘기술통’으로

삼성그룹의 2인자는 그동안 재무전문가들이 차지했다. 대표적 인물이 이학수 전 삼성물산 고문이다.

이 전 고문은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통해 “구조조정본부(현 미래전략실)에서 가장 힘이 센 곳이 재무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재무팀은 오너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지분관리에도 직접 관여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비상장회사의 지분을 확보했을 때도 이 전 고문의 도움을 받았다.

재무통들은 오너일가의 재산관리와 불투명한 자금거래를 담당하면서 힘을 키웠다.

현재 삼성그룹의 2인자인 최지성 부회장은 ‘영업통’이다.

최 부회장이 2인자에 오르는 데 외환위기 이후 기업환경의 변화가 영향을 끼쳤다. 국내기업들의 경영이 투명해진 데다 금융권에서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재무전문가들의 역할도 줄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준비하기 위한 측면도 강하다. 이 부회장이 경영능력에서 약점을 보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업일선에서 성과를 낸 인물을 미래전략실장으로 발탁했다는 것이다.

‘포스트 최지성’ 후보로 꼽히는 신 사장과 윤 사장은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는 기업경영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기술은 곧 사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기술이 있어야 삼성전자가 살아남고, 삼성전자가 살아남아야 삼성그룹이 생존한다.

이건희 회장은 직접 기계를 뜯어보고 기술에 대해 조언을 할 만큼 기술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오고 하버드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래서 이재용체제에서 초기 삼성전자처럼 엔지니어 출신의 2인자가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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