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사장 선임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우건설 노조가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와 대우건설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일 이사회에서 차기사장을 선임한다. 당초 20일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최종면접을 진행하고 21일 이사회에서 결정하기로 했으나 면접없이 20일 사장추천위와 이사회를 동시에 열어 차기사장을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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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 |
대우건설 사추위는 지난 13일 후보자 다섯 명에 대한 면접을 한 뒤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과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최종후보로 압축했다.
업계 안팎에서 박 전 사장이 대우건설 사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한다.
대우건설 노조는 박 전 사장을 겨냥해 낙하산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18일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장 인선과정을 중단하고 부당한 세력의 개입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정치권은 민간기업 사장 인선에 개입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대우건설 사장이 되기에 부적격한 박창민 후보는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사장 선임 과정은 석연치 않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 애초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과 이훈복 대우건설 전무가 최종후보로 선정돼 프레젠테이션까지 진행했으나 돌연 재공모가 진행됐고 기간도 한 차례 연장됐다.
사추위 내부에서 갈등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추위에 포함된 대우건설 사외이사 한 명은 18일 중국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 사외이사는 사장 후보 선임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선임을 앞두고 불참을 결정한 데는 사추위 논의과정에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추위가 박창민 전 사장 등 최종후보 2명을 추려내는 과정에서도 사추위원 5명 가운데 2명이 반발해 회의장을 나왔고 이 가운데 한 명은 사외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사장 선임과 관련한 잡음이 갈수록 커지면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 책임론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 자회사 인사에 대해 언급했는데 산업은행 자회사 사장과 감사, 사외이사 등의 인사에서 청와대가 3분의 1, 금융당국이 3분의 1, 산업은행이 3분의 1의 권한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장 선임과정에서도 윗선의 뜻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이런 의혹이 나오는 데 박창민 전 사장의 경력도 한몫을 한다. 박 전 사장은 2012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주택협회장을 맡았다.
한국주택협회는 80여 개 건설사들을 대변해 업계 의견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주택협회장은 자연스레 정관계인사들과 접촉이 잦아지고 친분을 맺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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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박 전 사장 역시 주택협회장을 맡으면서 상당한 인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역시 이 점을 들어 박 전 사장을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있다.
박 전 사장이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는 데 적임자이기 때문에 사장에 내정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018년까지 대우건설 등 비금융자회사를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규모가 만만치 않아 매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현재 재계순위 27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순위 3위에 올라있다.
대우건설 주가가 떨어진 상황인데도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만 1조2천억 원이 넘는다. 이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할 후보는 손에 꼽을 정도다.
박 전 사장은 주택협회장으로 있으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대표역할을 했기 때문에 업계에 두루 발이 넓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할 경우 박 전 사장이 인수후보와 가교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