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3-20 15: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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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를 강조하며 민심수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전방위적 여론전에도 일본에 많은 걸 내줬다는 비판에 맞설만한 구체적 성과를 내놓지 못해 민심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다.
▲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의 지방선거 이후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정치권의 '빅 이벤트'인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 일본 정부의 성의를 갖춘 호응으로 외교의 균형추가 맞춰지길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4월에 일본 지방선거가 있는 걸 감안하면 큰 틀에서 (한일관계의) 새로운 국면 전환은 바람직하게 됐다”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머지않아 한국을 방문하면 진전된 메시지를 갖고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진전된 과거사 사죄 등 ‘호응’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본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사과나 일본의 호응조치가 부족한 이유가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본은 4월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통일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특히 4월23일에 열리는 중의원(하원) 보궐선거에서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지역구였던 야마구치 4구가 포함돼 기시다 내각의 중간평가로 꼽힌다.
대통령실도 기사다 총리가 4월 지방선거 이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18일 YTN 뉴스에서 “일본 국내 정치에서 조금 더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된다면 지켜볼 일”이라고 내다봤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도 19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일본 측의) 사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해법이 잘 이행되고 한일관계가 진전되면 (일본의) 추가 조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한일관계 개선을 ‘체감’할 수 있어야 된다고 강조하며 성과를 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일본 방문결과를 언급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 및 협력에 관해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도록 각 부처는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 불리한 여론을 만회할 수 있는 일본의 호응 조치로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 때보다 진일보한 사죄 표명 메시지를 내놓는 방안이 거론된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방한할 때 식민 지배에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문서화한 '김대중-오부치 선언'보다 진일보한 공동선언이 나온다면 비판 여론을 잠재울 성과가 될 수 있다.
조현동 차관은 “우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해 그걸 업그레이드하는 선언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진일보한 사죄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소송 일본 피고 기업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가 조성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에 대한 참여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도 정부가 반길 만한 일본 측 호응 조치다.
김 차장은 “경단련의 돈에 이미 피고 기업 2곳이 낸 돈이 일부 포함돼 있다”라면서도 “피고 기업들이 (미래 파트너십 기금에) 별도로 기부를 어떻게 할지는 우리의 징용 문제 해결 과정, 앞으로의 한일관계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일 정상이 다시 만나는 자리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검증과정에 우리나라 전문가들의 참여를 직접 요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은 “일한의원연맹 누카가 회장이 작심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얘기하는데 윤 대통령이 명쾌하게 '우리 국민 건강과 안전에 관한 문제고 국민들이 불안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며 "대한민국 전문가를 참여시켜 달라고 그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성의 있는 호응을 해줄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기대가 너무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갑자기 우리가 잘해주면 저쪽(일본)이 우리에게 잘해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어떻게 외교를 하느냐”며 “(일본의 후속조치를 기대하는 건) 자기위안적 예언, 희망섞인 바람(wishful thinking)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