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이 최근 중견 건설사들의 골프 마케팅 '붐'에 합류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두산그룹의 품을 떠나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뒤 스포츠 마케팅 기조에도 확연한 변화가 감지된다.
▲ 두산건설이 최근 중견 건설사들의 골프 마케팅 붐에 합류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이정환 두산건설 대표이사 사장.
14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동부건설, 대보건설, 대방건설, 안강건설, 요진건설산업, 태왕E&C 등 많은 중견 건설사들이 KLPGA 선수들을 영입해 골프단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건설사는 금융사와 함께 한국 여자골프 마케팅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이제 막 골프단을 창단해 본격적으로 골프 마케팅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적극적 투자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두산건설은 2022년 골프단 창단을 준비하면서부터 국내와 미국 등 골프대회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선수들을 데려와 국내 최대 규모 골프단을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두산건설은 2022년 3월 전남 여수에서 국내 골프구단 14곳이 출전하는 구단 대항전 '두산건설·SBI저축은행컵 골프구단 챔피언십'을 개최하면서 시장 탐색에 들어갔다. 이후 올해 들어 대어급 선수들과 계약을 하나하나 성사시켰다.
대표적으로 두산건설이 올해 2월 메인 후원계약을 맺은 임희정 선수는 2022년 말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임 선수는 KLPGA투어 통산 5승, 2022년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2022년 기준 KLPGA투어 상금순위 5위 성적을 거둔 정상급 선수다. 2022년 12월 한국토지신탁과 후원계약이 끝나면서 헬스케어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이 영입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은 임희정 선수 영입을 위해 KLPGA투어 최상위 수준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희정 선수 외에도 KLPGA투어 소속 유현주 선수, 박결 선수, 유효주 선수와 국가대표 김민솔 선수 등이 올해부터 두산건설 위브 골프단 소속으로 활동하게 된다.
두산건설은 3월 말 부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 견본주택에서 두산위브 골프단 소속 여자 프로골프 선수들의 팬사인회를 진행할 예정이고 8월에는 제주도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 대회도 개최한다.
두산건설은 두산그룹 계열사 시절에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견본주택을 골프 시트콤 제작발표회 장소로 제공하는 등 고급 스포츠 이미지를 활용하는 골프 마케팅에 관심을 보이긴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단발성 홍보 이벤트 수준이었다.
또한 당시 두산건설의 모회사 두산중공업이 후원하는 골프대회 역시 두산건설 브랜드 이름을 내세우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두산그룹이 한국 프로야구단 '두산베어스'를 보유하고 있다 보니 브랜드 마케팅 활동이나 사내 사회공헌활동 등도 야구 쪽에서 더 활발했다.
한 예로 2008년 한국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삼성라이온스 플레이오프 시즌 잠실야구장 전광판 옆에는 두산건설 로고가 새겨진 광고판이 나란히 있었다.
당시 플레이오프 7차전 가운데 4경기가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됐다.
2008년은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부동산 하락장이 본격화되면서 미분양이 폭증하던 시기로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팔기 위해 홈쇼핑까지 진출했던 시기였다.
두산건설은 취약계층 아동들을 두산베어스 잠실 홈경기에 초청하는 사회공헌행사 등을 기획해 진행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은 일단 오너일가부터가 극진한 야구사랑으로 유명하다. 오너 4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광'으로 아버지 박용곤 명예회장에 이어 두산베어스 구단주를 맡고 있다.
그룹이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단을 보유하면서 인기 스포츠시장에 직접 뛰어든 만큼 자연스럽게 '두산'이라는 기업 마케팅 효과를 누려왔던 셈이다.
▲ 두산건설 위브(We’ve) 골프단이 13일 창단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지금도 두산 이름을 쓰고 있지만 이제 두산그룹 계열사는 아니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두산건설 경영권을 인수한 큐로그룹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참여 등으로 2900억 원의 자금을 수혈하면서 주택사업 등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두산건설은 골프단 이름에부터 회사의 아파트 브랜드 '위브'를 넣은 위브 골프단으로 13일 창단식에서부터 홍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정환 두산건설 사장은 창단식에 직접 참석해 "선수들이 국내외 골프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최고의 명문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골프는 고급 스포츠 이미지로 최근 아파트시장의 하이엔드 선호 추세에 발맞춰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려는 중견 건설사들에 '가성비' 좋은 마케팅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골프단은 다른 팀 스포츠 등과 비교해 직접 구단을 운영하는 데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고 최근 예능방송계에도 골프 바람이 불면서 다양한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골프가 최근 몇 년 사이 2030세대 사이에서도 인기 스포츠가 되면서 아파트 분양 고객층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두산건설의 새 주인인 큐캐티탈파트너스는 애초 골프 마케팅과 친숙한 기업이다. 큐로그룹은 큐로CC(컨트리클럽) 등 골프장 운영사업을 하고 있으며 2021년 자체 골프단도 창단했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2021년 노랑푸드를 인수한 뒤 노랑푸드 치킨 브랜드 '노랑통닭'을 앞세워 2부 골프투어인 드림투어 선수를 주축으로 '노랑통닭 골프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