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현대상선의 산업은행 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경영정상화 작업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현대상선의 조기매각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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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8월로 예정된 현대상선의 자회사 편입에 대비해 조만간 현대상선 경영자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글로벌 해운사이자 현대상선과 같은 해운동맹 ‘2M얼라이언스’ 구성원인 선사인머스크나 MSC 출신 외국인을 현대상선 최고경영자로 선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 자회사의 최고경영자를 선임할 때 외부인사를 배제하지 않고 현장 전문가이면 외국인도 가능하다는 원칙을 제시한 적 있다.
그는 최근 채권단 관계자들에게 “현대상선의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외국인까지 포함해 최고의 전문가를 데려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선사인머스크와 MSC는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 방안인 초대형 선박 위주의 운항구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도 현대상선의 차기 최고경영자를 선임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산업은행은 선박펀드를 이용해 현대상선의 주요 운항선박을 낮은 운임구조 아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1만4천 TEU 이상의 초대형 선박 위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차기 최고경영자 선임절차가 8월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뒤에 선박펀드 신청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선박펀드에서 건조할 예정인 초대형 선박 10척 가운데 일부를 빌리고 현재 보유한 1만 TEU급의 선박 16척을 합쳐 운항구조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펀드는 정부에서 조성한 12억 달러 규모의 펀드로 부채비율 400% 미만인 해운사에 소유한 선박을 빌려준다. 1TEU는 2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 1개를 실을 수 있는 용량을 뜻한다.
현대상선은 1분기에 부채비율 5309%에 이르렀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유상증자 참여와 출자전환 등을 통해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뒤 부채비율 20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이 현대상선을 놓고 일차적인 구조조정을 마친 뒤 곧바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다가 매각 적기를 놓치고 부실만 커진 점을 감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가치가 현대상선의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을 상쇄할 만큼만 돼도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