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의 재무적 부담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사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향후 증자 등으로 자기자본을 대폭 늘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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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최근 미래에셋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꾸면서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라며 “증권과 보험 등 종속기업에 투자한 지분율이 자기자본에 비해 과도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을 미래에셋금융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두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48.69%를 보유하고 있고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 지분 36.23%와 미래에셋생명 지분 15.29%를 소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연초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지분가치비율을 150% 미만으로 맞춰야 한다.
미래에셋캐피탈은 1분기 기준으로 자기자본 5900억 원을 보유해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지분가치비율이 200%를 넘어섰다.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가치가 주식장부가격으로 1조2100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결국 증자로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계열사 지분을 팔아야 한다. 이런 규모가 대략 6천억 원가량인데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의 지배력도 약화될 수 있다.
박 회장이 통합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야 하는 문제도 미래에셋캐피탈의 재무적 부담을 더욱 무겁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합병하면 미래에셋캐피탈(특수관계자 지분 포함)이 보유한 통합 증권사의 지분율은 18.6%로 줄어든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율이 줄어들면서 통합 미래에셋대우가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박 회장의 경영권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래에셋캐피탈에서 재무적 부담을 감수하고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그동안 꺼려왔던 미래에셋캐피탈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도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사안으로 지목된다.
박 회장은 2015년 말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에셋금융그룹을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향후 관리가 편해지겠지만 야성을 잃을 수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지주사법에 따르면 전체 자산 대비 자회사 주식가치비율이 50%를 넘어선 금융회사는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미래에셋캐피탈은 2015년 말 기준으로 자산 2조857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한 자회사 주식가치가 1조2113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50%를 넘어선 셈이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미래에셋캐피탈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려 한다는 전망도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 회장이 미래에셋캐피탈에 그룹 운용전략과 리스크관리 등을 담당하는 통합관리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는데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미래에셋캐피탈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현행법에 따라 상장기업인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할 수 없으며 자회사와 신용거래 등도 제약된다.
박 회장이 미래에셋캐피탈의 지주회사 전환을 막으려면 최대 5천억 원 규모의 자산확충을 해야 한다.
박 회장이 미래에셋캐피탈의 재무적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회사의 유상증자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조7천억 원 규모의 가용자산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19%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캐피탈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통합 미래에셋대우와 연계해 해외 부동산 투자 등 자기자본을 대규모로 투입해야 하는 투자금융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박 회장의 계획에 장기적으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합 미래에셋대우 출범에 따라 박 회장이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지배구조에 일부 변화를 줘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미래에셋캐피탈의 재무적 부담과 지주회사 전환 문제를 어떠한 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