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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뱅크도 자리 못 잡는데", 정부 서두르는 챌린저 뱅크 실효성 논란

김환 기자 claro@businesspost.co.kr 2023-03-07 14: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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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뱅크도 자리 못 잡는데", 정부 서두르는 챌린저 뱅크 실효성 논란
▲ 금융당국은 3월7일 핀테크기업들을 만나 금융업 진출 관련 의견을 들었다. 이자리에서 스몰라이센스도 다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앞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이 이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영국식 ‘챌린저 뱅크’를 겨냥한 ‘스몰라이센스’ 방안을 내놓았지만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고객 신뢰를 위한 자산 축적, 규제 완화, 소비자보호장치 마련 등 은행권 경쟁을 촉진을 위한 선결조건 확보에 긴 시간이 필요한데 '정책 속도전'이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업 인가를 쪼개 허가하는 스몰라이센스를 내놓고 은행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 가운데 영국식 챌린저 뱅크는 스몰라이센스의 핵심으로 꼽힌다.

영국은 2013년 대형은행들의 과점구조를 깨고자 했다. 이를 위해 은행업의 인가를 쪼갠 뒤 소규모 전문은행에 주는 ‘챌린저뱅크’를 내놓고 소매은행 부문의 경쟁을 유발했다. 이때 특히나 정보기술(IT) 등을 이용해 외화 환전이나 중소기업 대출 등에 특화한 은행들이 생겨났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취지로 기존 은행권 견제와 IT와 금융의 결합이 제시됐던 만큼 챌린저뱅크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의 인터넷전문은행과 그 유래가 비슷한 셈이다. 
 
"인터넷뱅크도 자리 못 잡는데", 정부 서두르는 챌린저 뱅크 실효성 논란
▲ 영국 기존 4대은행과 챌린저뱅크 비교. 챌린저 뱅크는 도입된 영국에서도 성장하고는 있으나 대출자산(왼쪽)과 시장점유율(오른쪽) 모두에서 기존 4대 대형은행에 밀리는 모양새다. <메리츠증권>

다만 시장에서는 챌린저 뱅크가 은행권 경쟁을 촉진시키기에는 규모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자산규모는 원래 은행 고객유치에 중요한 변수다. 돈을 맡기는 사람 관점에서는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챌린저 뱅크의 사촌형 뻘인 인터넷 전문은행 가운데 자산규모가 가장 큰 카카오뱅크도 기존 4대 은행에는 한참 못미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자산은 40조8398억 원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 연결기준 KB금융 자산 총계는 726조, 신한지주 696조, 하나금융지주 598조, 우리금융지주 502조 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자산규모뿐 아니라 스몰라이센스 방안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넘어야 할 규제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최정욱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감독당국이 신규 사업자 진입방안으로 여러 가지를 내놨지만 금산분리 논란과 소비자보호 문제 등 단점들이 명확하다”며 “또한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결론을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방안을 내놓은 금융위원회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위가 3일 내놓은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실무작업반 논의 결과’를 보면 스몰라이센스의 단점이 조목조목 드러나 있다.

예를 들어 특정여신이나 지급결제에 특화한 은행이 생겨나면 충분한 규제완화 없이는 다른 분야에는 손을 뻗치지 못해 수익성에 한계가 있고 이에 따라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작은 규모의 은행들이 난립해 도리어 소비자보호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바라보는 내용도 나온다.

결국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이날 “구체적 경쟁의 모습과 그 효과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신규 사업자 진입과제는 진입하려는 주체가 있는지 등 실효성 측면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은행업은 돈을 맡긴 다수 국민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빠르게 방안을 내놓기보다는 신중하게 철학부터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KBS '홍사훈의 경제쇼'에 출연해 “은행과 금융 관련 구조를 짜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 미래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며 “영국은 1984년에 ‘빅뱅’이라 해서 금융산업을 한번 크게 개편했는데 당시 개편은 무려 15년에서 20년 정도 준비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업이라는게 안정적인 업은 아니기 때문에 한번 잘못되면 국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8일 제2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연다. 은행과 비은행권 사이의 경쟁촉진을 과제별로 구체적 경쟁의 모습과 효과, 실효성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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