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육은 기술개발 초기 시장의 기대를 모았지만 높은 가격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진은 미국 대체육 산업 선두주자 비욘드미트가 맥도날드와 협업해 출시한 대체육 사용 햄버거 맥플랜트버거 광고 이미지. <맥도날드> |
[비즈니스포스트]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 등 대체육 산업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국가 및 기업들의 노력과 안전성 인증에 힘입어 기존 육류산업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하지만 주요 대체육 업체들의 부진한 주가 흐름이나 대중화에 한계를 맞고 있다는 점 등은 대체육 시장이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았음을 보여준다.
5일(현지시각) 미국 생활문화 전문지인 더매뉴얼에 따르면 영국의 혁신산업 지원기관 GovGrant는 최근 대체육 시장을 다룬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기술 투자를 늘려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배양육을 포함한 대체육 산업이 기존 육류로 만든 제품 소비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배양육은 동물성 세포를 배양시켜 만드는 육류 대체품이고 대체육은 일반적으로 식물성 물질로 만드는 제품을 뜻한다. 기존 육류를 대체한다는 의미를 놓고 보면 배양육도 대체육의 범주에 포함된다.
2040년에는 배양육이 전 세계 육류 소비의 35%를 차지하고 비건육 등 대체육이 25%를 점유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동물성 고기로 만든 제품 소비량은 전체 육류 소비량의 40%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또한 세계 대체육 시장이 2024년에 약 234억 달러(약 30조388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아담 사이먼드 GovGrant 연구원은 “대체육 시장은 친환경 및 윤리적으로 생산한 제품을 쓰려는 소비자들의 잠재적 수요가 매우 높기 때문에 기업들이 관련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대체육 산업이 각국의 식품안전 인증을 통과한 사실을 짚으며 앞으로도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2년 11월 실험실에서 배양한 육류를 사람이 섭취해도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식물성 물질을 활용해 만든 대체육을 식품에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에 이어 동물 세포로 직접 배양한 배양육까지 식품으로서 안전성을 확인받은 것이다.
알렉 그리피스 GovGrant 지적재산권 담당은 “FDA가 배양육 안전성을 입증한 만큼 이 시장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라며 “특허출원 건수 및 투자액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배양육까지 안전성 입증을 거친 미국은 전 세계 대체육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GovGrant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기업이 대체육 기술에 투자한 금액은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가 넘으며 이는 전 세계 투자액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일찌감치 배양육의 안전성을 인정한 이스라엘 및 싱가포르 소속 기업이 세계 배양육 투자액 규모 비중에서 각각 21.72%, 4.61%를 기록해 미국의 뒤를 잇고 있다.
▲ 대체육시장 선두주자 가운데 한 곳인 임파서블푸드는 미국 FDA로부터 대체육의 안전 입증을 받았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에 위치한 임파서블푸드 연구실에서 한 연구원이 콩 뿌리에서 추출한 붉은 색소 성분을 가지고 실험하는 장면. < REUTERS > |
성장 잠재력과 안전성을 인증받은 대체육 사업의 미래는 해당 분야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비욘드미트는 식물 기반 단백질식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비욘드미트는 2009년 미국에서 설립된 뒤 2012년부터 대체육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2018년까지 모두 72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고 2019년 대체육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증시에 상장했다.
당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가 비욘드미트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대형 패스트푸드체인인 KFC에서 대체육을 활용한 ‘비욘드 프라이드치킨’을 내놓고 맥도날드가 ‘맥플랜트버거’를 선보인 사례는 대체육의 주류시장 진입에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비욘드미트의 경쟁자로 꼽히는 임파서블푸드는 실제 고기와 같은 붉은 색을 내는 콩 뿌리 추출성분으로 FDA 승인을 받아낸 기업이다. 소비자들이 대체육에 가질 수 있는 시각적 거부감 또한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파서블푸드의 최고경영자(CEO) 피터 맥기네스는 최근 야후파이낸셜과의 화상통화 인터뷰를 통해 2024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체육 전문 기업의 부진한 주가 흐름과 높은 가격 등은 대체육 시장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남았음을 나타낸다.
홍콩언론 SCMP는 최근 기사에서 비욘드미트의 주가를 과거와 비교하며 성장세가 멈추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욘드미트의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종가기준 최고점이었던 51.44달러와 비교해 3일(현지시각) 종가기준 18.71달러로 63.6%나 하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SCMP는 비욘드미트가 KFC와 맥도날드 등과 협업해 내놓은 대체육 햄버거 가운데 단 한 제품도 현재 상용화 메뉴로서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점 또한 꼬집었다.
출시 당시 미국 달라스 매장 기준으로 단품 5.49달러, 세트 8.49달러로 빅맥 등 다른 메뉴에 비해 평균 1달러 정도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 맥플랜트버거는 시범 판매기간 이후 메뉴에서 삭제된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접근성을 늘리고 친근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 패스트푸드점을 협업 대상으로 선택했으나 기업들이 대체육 제품을 외면함으로써 대체육 시장 확대가 그만큼 늦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시장조사기업 그리즐리의 토마스 조지 매니저는 “2019년에는 대체육 가격이 육류 가격과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된다면 대체육 산업이 육류 산업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며 “놀라운 성장률을 보이던 대체육 산업은 현재 그 모멘텀을 잃었다”고 SCMP를 통해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결국 가격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단기간의 트렌드 정도로 그치면서 대체육 시장 성장이 정체될 것이라는 의미다.
신세계푸드를 비롯해 CJ제일제당, 롯데제과 등 국내 기업들이 내놓은 식물성 대체육 제품들 또한 일반 고기로 만든 제품들과 비교해 일반적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대체육이 미래 성장사업으로서 확고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환경보호 효과나 동물권과 같은 윤리적 측면의 장점 이외에도 가격경쟁력 등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기업들에 남아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