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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 자회사 지분 매각 '이상한' 거래, 박정호 '신의 한 수' 되나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3-03-03 15: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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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돈을 빌려주면서까지 SK쉴더스 지분을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 투자회사인 EQT에 매각한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부회장이 지분매각을 서두른 가장 큰 이유로는 자본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부채가 많은 SK쉴더스의 기업공개(IPO)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꼽힌다.
 
SK스퀘어 자회사 지분 매각 '이상한' 거래,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194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박정호</a> '신의 한 수' 되나
▲ SK스퀘어가 EQT에 4500억 원을 빌려주면서까지 SK쉴더스를 매각한 이유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또 SK스퀘어는 11번가 등 다른 자회사 지분도 연달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첫 번째 대규모 딜(Deal)을 성사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3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가 SK쉴더스의 기업가치를 5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아 SK쉴더스 인수 당시 3조 원대의 기업가치를 약 2배로 키웠다고 설명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다소 과장된 해석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SK스퀘어는 SK쉴더스 지분 28.82%를 EQT에 넘기며 8646억 원을 받기로 했다. 또 계속 보유하게 되는 SK쉴더스 지분 32.0%의 지분가치는 약 1조 원으로 평가했다.

단순계산으로 SK쉴더스 전체 지분가치는 3조 원에 불과하다. SK스퀘어가 SK쉴더스의 기업가치가 5조 원으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한 것은 약 1조9천억 원의 순부채를 포함해 계산했기 때문이다.

2022년 말 기준 SK쉴더스의 부채 총계는 2조9천억 원, 순부채는 1조 9천억 원에 이른다.

SK스퀘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투자업계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순부채를 포함하는데 이를 놓고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순부채를 제외하고 평가해도 SK쉴더스의 지분가치가 오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SK쉴더스의 현재 기업가치는 SK텔레콤(SK스퀘어로 분할되기 전)이 2018년 SK쉴더스 전신인 ADT캡스를 인수할 때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당시 SK텔레콤은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55대 45의 비율로 ADT캡스 지분 100%를 2조9700억 원에 인수했다. 다만 부채 1조7천억 원을 제외해 실제로 지급한 대금은 1조2700억 원이었고 이 가운데 SK텔레콤이 지급한 금액은 7천억 원이었다. 그 뒤 ADT캡스는 SK인포섹과 합병해 SK쉴더스가 됐다.

SK인포섹의 합병 당시 가치가 2천억 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SK스퀘어가 SK쉴더스에 실제로 투자한 금액은 9천억 원 정도로 볼 수 있다. SK스퀘어는 이번 SK쉴더스 지분 28.82%를 EQT에 넘기며 사실상 원금을 대부분 회수한 것이다.

다만 EQT 측에 4500억 원을 인수대금으로 빌려줘 SK스퀘어가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은 4100억 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파킹성 매각’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파킹성 매각이란 대기업들이 사모펀드(PEF)에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되사올 기회를 남겨놓기 위해 매수자인 PEF에 투자자로 참여해 우선매수권을 확보하는 방식을 말한다.

SK스퀘어 관계자는 “되사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SK쉴더스를 매각한 것은 아니다”라며 “4500억 원을 2년 동안 이율 7%에 빌려주는 것은 너무 매력적인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EQT가 이번 지분 매각과 별도로 SK쉴더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2천억 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겠다는 점도 좋은 부대 조건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으로서는 자본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EQT에 SK쉴더스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9월 기준 SK쉴더스의 부채비율은 712.2%로 적정 부채비율 기준으로 여겨지는 200%를 훌쩍 넘어섰다.

이 때문에 추가 자금 투입이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EQT가 SK쉴더스의 기업가치를 기업공개를 추진할 당시보다 높게 평가해주고 추가 자금 2천억 원을 투입해주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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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9월 기준 SK쉴더스의 부채비율은 712.2%로 적정 부채비율 기준인 200%를 훌쩍 넘어섰다.

SK쉴더스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렌베리가 보유한 보안기업과 연계해 해외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협상이 타결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신규 최대주주는 SK쉴더스에 대한 2천억 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재무구조와 유동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증자 뒤 SK쉴더스의 현금성자산은 3183억 원으로 늘어나고 부채비율은 476.1%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SK쉴더스에 투자했던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 컨소시엄과 약속했던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기가 다가온 만큼 EQT에 4500억 원을 빌려주면서까지 지분매각을 추진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SK스퀘어가 투자전문회사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첫 대규모 투자 성과를 보여줘야 할 필요성도 컸다.

박 부회장은 SK쉴더스 지분 매각을 계기로 향후 11번가 등 다른 SK스퀘어 자회사 지분도 연달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결론적으로 SK스퀘어는 이번 대규모 거래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레퍼런스(거래 사례)를 쌓은 셈이다.

박 부회장은 2월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투자회사로서는 투자하기에 지금이 가장 적기”라며 “11번가도 당초 추진하던 기업공개(IPO)가 아닌 다른 방식의 투자 또는 같이 일할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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