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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관료 출신 사외이사' 사랑 여전, 미래 준비보다 안전판 선택 시선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2-28 15: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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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관료 출신 사외이사' 사랑 여전, 미래 준비보다 안전판 선택 시선
▲ 유통업계는 사외이사로 국세청이나 공정위 관료 출신을 선호한다. 소비자와 맞닿아 있어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유통업계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사랑이 여전하다.

소비자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업종의 특성상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라 유통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 고위 관료 출신을 선호하고 있다.
 
28일 유통기업들이 최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주주총회소집결의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회사가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는 현상이 도드라진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를 살펴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검사 출신이 많다.

신세계는 곽세붕 현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을 새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유통업계 '관료 출신 사외이사' 사랑 여전, 미래 준비보다 안전판 선택 시선
▲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은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검사 출신 등 고위 관료 인사를 대거 사외이사 후보자로 추천했다.

곽 고문은 1988년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입문해 환경부 사무관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전문분야는 공정거래쪽이다.

그는 1995년 공정거래위원회로 자리를 옮겨 독점국 독점정책과 행정사무관을 거쳐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시장분석과장, 소비자정책과장, 경쟁정책과장, 대변인, 소비자정책국장, 경쟁정책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03년 미국 샌디에이고대학교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갖추고 있다.

김한년 전 부산지방국세청장도 신세계 새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김 전 청장은 국립세무대학 1기 졸업생으로 1983년 8급 공채로 성남세무서에서 공무원생활을 시작했다.

김 전 청장은 국세청 총무과, 서울국세청 조사국, 대구국세청 세원분석국장, 서울국세청 부가가치세과장, 소득지원국장,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 등을 거친 뒤 부산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2018년 6월 명예퇴직했다.

이후 2019년 9월 딸과 함께 위노택스 세무사무소를 열었다. 현재는 위노택스 고문과 HDC현대EP 감사를 맡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 검사 출신 이건리 변호사를 새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변호사는 1990년부터 2014년까지 24년 동안 검사로 일하면서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과 창원지방검찰청 검사장,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을 거쳤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을 맡을 때 대법관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2018년 4월부터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으로 일했는데 2019년 12월 임기를 절반가량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부인이 기소됐던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장관직 수행이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과거 검찰에서 퇴임할 때 더 이상 공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퇴임용 관용차를 타지 않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20년 12월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최종후보로 추천되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이번에 새로 선임하려는 사외이사 2명 가운데 1명을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인사로 채운다. 김재중 현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이다.

김 고문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행정고시 31회에 합격해 공정거래위원회 운영지원과장, 시장구조개선정책관, 시장감시국장, 서울사무소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 1월 한국소비자원 부원장에 임명됐으며 이후 공석이 된 원장 직무를 대행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신세계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새로 선임하려는 사외이사 대부분이 고위 관료 출신이다.

현대백화점은 채규하 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채 고문은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출신으로 1989년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 소비자정책과장, 심판총괄담당관, 기획재정담당관, 대변인, 기획조정관, 시장감시국장, 상임위원을 거쳐 2018년 1월 사무처장에 올랐다.

그는 시장감시국장으로 일하던 2017년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등을 조사하는 심사관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역사상 최대 과징금 금액인 1조300억 원가량을 부과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국세청에서 조사국장을 맡은 바 있는 임경구 현 세무법인 케이파트너스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임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세청 법무심사국 법무계장, 청와대 민정1비서관실, 국세청 세원정보과장,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등을 거쳐 2016년 국세청 조사국장에 올랐다.
 
유통업계 '관료 출신 사외이사' 사랑 여전, 미래 준비보다 안전판 선택 시선
▲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현대홈쇼핑 등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역시 사외이사 대부분을 고위 관료 출신으로 채우려고 준비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이번에 사외이사를 2명 신규선임하는 데 모두 관료 출신이다.

김성진 현 외국인투자옴부즈만은 재정경제부에서 국제투자과장, 경제협력국장, 국제업무정책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조달청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외국인투자기업의 애로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대통령이 위촉하는 외국인투자옴부즈만에 2018년 8월 위촉됐으며 2021년 8월에 재위촉됐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 새 사외이사에 고위 관료 출신을 앉히려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유독 정부의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 업종의 특성상 이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라는 것이다.

사외이사들이 과거 경력을 바탕으로 문제가 될만한 소지를 미리 인지해 각 회사에 법률적으로 조언할 수도 있지만 미처 인지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 일도 고위 관료 사이의 '전관예우' 풍토를 이용해 원만하게 풀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뜻이다.

유통업계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선호는 사실 하루이틀 나온 말이 아니다. 10년 전에도 유통업계의 사외이사가 대거 고위 관료 출신들로 채워지는 것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과거 관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이번에 새 사외이사로 추천한 인물 중에는 추호정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교수도 있다.

추 교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처음으로 선임하는 여성 사외이사로 현재 한국유통학회 회장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대중소기업 상생특별위원회 위원도 겸임하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가 최난설헌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올리며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첫 단추를 뀄다면 올해는 그 바통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이어받은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외이사 후보에 고위 관료가 쏠렸다는 것은 아직 유통업계가 옛 관행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유통업계가 디지털·온라인 전환 등으로 새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 관련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데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이라 롯데그룹이 어떤 흐름에 동참할지가 유통업계의 관심사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온 등을 아우르고 있는 롯데쇼핑은 2월 초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인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은 통상 3월 초에 주주총회소집결의와 공고를 내고 있어 현재까지 연임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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