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같이 반도체 지원법 수혜를 노리는 기업들에 육아센터 설립 등을 의무화한다. 삼성전자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 시행 과정에서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이 공장 근처에 반드시 육아 시설을 설립하도록 의무화하는 조건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정부 요구에 맞춰 근로자들의 육아 문제 해결에 높은 비용을 투자해야만 수혜를 기대하게 될 수 있다.
28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법 대상 기업들에 반드시 ‘차일드케어 플랜’을 제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서 1억5천만 달러(약 1974억 원) 이상의 지원을 받으려는 반도체기업은 근로자와 건설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육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상세히 밝혀야만 한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반도체공장 신설에 모두 170억 달러를 들이고 있는 만큼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맞춰 상당한 규모의 투자 지원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히 삼성전자도 정부의 새 규정에 따라 육아 지원 계획을 내놓게 될 공산이 크다.
미국 상무부는 이른 시일에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한 인센티브를 노리는 기업들의 신청서를 받고 심사를 마무리해 보조금 제공 대상과 규모를 결정한다는 예정을 두고 있다.
520억 달러에 이르는 지원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엄격한 심사를 거치는 것이다.
자세한 심사 기준은 외부에 모두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역사회 기여도와 미국의 기술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 지속가능성 등 요소가 포함된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이 당분간 중국을 비롯한 국가에 시설 투자를 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도록 하는 조건도 논의되고 있다.
이에 더해 반도체기업들이 지원을 받으려면 육아 서비스 제공 계획까지 제출하도록 하며 조건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셈이다.
상무부의 이러한 기준이 대부분 미국 기업들에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기업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저소득 가정에 육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의회에서 동의를 얻지 못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자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라 지원을 받게 되는 기업들이 이러한 비용을 대신 지불하도록 해 자신의 공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무리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결국 바이든 정부의 공약을 간접적으로 도와야만 지원금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해당 기업들은 반도체 공장이나 연구개발 센터 주변에 육아센터를 설립하고 해당 시설에서 근무하는 인력의 보수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가 많은 근로자들에 제공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정부가 경제 정책을 기존 의도와 다르게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미국 반도체 산업 활성화에 필요한 일부 비용이 육아 지원으로 유출되고 말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미국 상무부는 이러한 육아 서비스 제공이 반도체 공장과 연구센터에서 근무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 고용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차일드케어 플랜 의무화는 육아 문제로 취업이 어려웠던 근로자들을 도울 수 있다”며 “제조업 분야에서 현재 30%에 그치는 여성의 비중을 더욱 높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