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오래 전부터 애플의 자동차사업 진출에 관심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애플카 자율주행 기술 관련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전 CEO가 2010년 전후부터 애플의 자동차 사업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었다는 외국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애플 자체 브랜드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에도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 철학과 아이디어가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27일 IT전문지 기어라이스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는 2010년에 자동차 스타트업 V-비어클에서 근무하던 산업 디자이너 브라이언 톰슨을 캘리포니아의 자택으로 초청했다.
그는 “나는 스티브 잡스다. 자동차를 보여달라”는 내용의 짧은 이메일을 보내 그를 초대했다. 톰슨은 곧바로 약 2년 동안 설계해 오고 있던 V-비어클의 차량 시제품을 그에게 선보였다.
V-비어클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다른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목표로 두고 천연가스를 주요 동력원으로 하는 차량 출시를 추진했다.
현재 관점에서 본다면 천연가스 기반 자동차는 여전히 화석연료를 활용하는 만큼 친환경 차량으로 보기 어렵지만 전기차와 같은 기술은 당시에 거의 상용화되지 않았다.
V-비어클은 1만4천 달러의 낮은 가격으로 친환경 자동차를 판매해 세계 자동차시장에 큰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었다.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외부 투자 유치에도 힘쓰고 있었다.
따라서 톰슨은 스티브 잡스가 V-비어클의 자동차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성장에 중요한 기회로 삼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톰슨을 자택으로 초청해 만난 뒤 차량 시제품에 직접 탐승했고 차량 생산 방식과 활용된 기술 등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그리고 애플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2010년부터 애플의 자동차사업 진출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기어라이스는 “톰슨과 만남은 결국 스티브 잡스의 머릿속에서 애플카와 관련한 아이디어가 처음 구상되기 시작한 시점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스티브 잡스는 스타트업인 V-비어클이 대기업의 기술이나 자본을 활용하지 않고 우수하면서도 단순한 차량 디자인 완성도를 갖춰냈다는 점에 긍정적 평가를 보냈다.
다만 톰슨과 스티브 잡스의 만남 이후 애플이 V-비어클에 투자하거나 정식으로 협업을 추진하는 등 실질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V-비어클은 결국 재무구조 관리에 실패해 경영난을 겪었고 2015년에 톰슨의 자동차 설계 자산을 벤처캐피털 회사에 매각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기어라이스는 애플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에 스티브 잡스가 당시 구상했던 아이디어가 일부 반영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가 2010년에도 이미 자동차와 관련해 확고한 디자인 철학을 두고 있었던 만큼 팀 쿡 CEO가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를 고려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어라이스가 이번에 보도한 내용은 과거 가디언 등 다른 외신을 통해서도 밝혀졌던 적이 있다.
그러나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애플의 자동차사업 진출과 관련한 계획은 구체화되지 않았던 만큼 스티브 잡스가 자동차 관련 분야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않았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르면 2025년부터 애플카 생산과 정식 판매를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애플의 자체 소프트웨어 및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한 전기차로 예상된다.
초기 제품의 디자인은 테슬라 전기차와 유사한 고급 세단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V-비어클의 차량 시제품을 확인한 뒤부터 애플카를 위한 디자인 등 아이디어를 구상해 왔다면 약 15년에 걸친 노력이 애플카로 결실을 맺게 되는 셈이다.
다만 애플은 아직도 애플카 출시 계획을 외부에 발표하지 않았다. 이르면 올해나 내년 중 콘퍼런스콜과 같은 행사를 통해 자동차사업 진출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