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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래리 페이지 구글 CEO가 지난해 4월 서울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서 회동을 마치고 어깨동무 하고 있다.<뉴시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삼성 관계자들은 ‘스마트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한번 신념이 생기면 거세게 몰아붙였던 이건희 회장의 ‘카리스마 리더십’과 전혀 다른 경영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리더십에 흔히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시대가 바뀌면 다른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고도성장기에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을 이끌었던 이건희 회장의 카리스마 리더십과 결별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의 ‘스마트 리더십’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편에서 이재용체제가 등장해 이건희 회장의 그림자를 벗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스마트 리더십이 단 한번도 제대로 실체를 보여준 점이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이 향후 성과를 만들어내기가 힘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 소통으로 내부에 존재감 드러낸다는 이재용
스마트 리더십의 핵심은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자세다. 스마트 리더십이란 임직원들을 비롯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얘기를 잘 듣고 이를 취합해 창의적이고 새로운 혁신방안을 내놓는 것을 말한다고 삼성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이 부회장은 고교시절부터 사교적이고 교우관계가 돈독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한 고교 동창생은 “삼성 아들로 통했던 재용이는 학창시절에도 교우관계가 매우 좋았다”며 “가끔씩 재용이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질 때 그를 아는 동창생들은 그럴 친구가 아닌데라면서 웃고 넘긴다”고 말했다.
이런 성격을 바탕으로 이 부회장은 인사관리에서 능력을 발휘한다고 삼성그룹은 전한다.
이 부회장은 임직원들과 소주 등 서민적인 술을 즐기며 승진에 탈락한 임원들이 있으면 일일이 전화해 위로를 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승진에 탈락한 인사가 이 부회장의 예기치 못한 전화를 받으면 적지 않은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이 부회장이 “각종 회의에서 자신의 뜻과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일단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난 뒤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즐겨한다”고 말했다. 독단적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데도 반대의견을 매너있게 말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부드러운 면모를 갖춘 게 사실이지만 한 번 결정한 것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과감성을 겸비하고 있다”며 “카리스마를 앞세운 이 회장과 다른 스마트 리더십을 이 부회장이 앞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내부에서 경직된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직원들이 혁신의 아이디어를 찾아내려면 조직문화의 유연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직원들과 소통강화로 소프트파워를 키우기 위해 사내 집단지성시스템인 ‘모자이크(MOSAIC)’를 본격 가동했다. 모자이크는 임직원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행해서 성과로 나타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모자이크에 등록된 아이디어 가운데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면 독립된 근무공간과 파격적 보상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는 근무시간의 20%를 원하는 시간에 쓰게 하는 구글의 ‘20% 프로젝트’와 비슷하다. 이를 통해 구글은 지메일과 구글어스를 개발할 수 있었는데 이 부회장도 이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삼성전자는 하루 4시간만 근무할 수 있는 ‘자율출근제’를 연구개발과 디자인 인력에도 확대했다. 또 임직원 해외출장 때 가족동반을 할 수 있도록 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로 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자율출근제부터 해외출장 가족동반, 모자이크 등 삼성의 변화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이런 변화에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이 부회장이 단 한번도 책임지는 자리에서 일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리더십은 결정하고 추진하고 책임지는 것인데, 이재용 부회장의 스마트 리더십은 그런 대목과 아직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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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통상포럼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
◆ 이재용의 화려한 국제 인맥이 위력을 발휘할까
이 부회장은 세계를 무대로 삼성그룹의 ‘얼굴’ 역할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까지 열린 세계 경제계 거물들의 모임인 ‘선밸리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재계 거물들과 교류했다. 애플의 팀 쿡과 나란히 회의장을 나서며 대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부회장은 올해에도 대외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의 로웰 매커덤 회장의 초대를 받아 미국에 다녀왔다. 2월에 중국 베이징에서 왕양 부총리를 만났다. 4월에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조찬모임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IT와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의료 헬스케어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5월에 갤럭시S5 판매 등을 점검하고 시스코 버라이즌 등 해외 파트너들과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장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부회장은 삼성의 국제적인 얼굴로 애플과 같은 기업들과 거래를 중재해 왔다”며 이 부회장을 국제적 인맥과 감각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했다.
이런 국제적 활동을 가능케 한 것은 역설적으로 ‘e삼성 실패’와 ‘삼성특검’이라는 시련이었다.
이 부회장은 2008년 삼성특검 당시 무보직 해외순환근무를 하면서 글로벌시장을 돌아다녔다. 이를 통해 당시 IBM, 소니 등 글로벌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재계는 이 부회장의 이런 국제적 활동보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굵직한 의사결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더욱 관심을 쏟는다. 이 부회장의 화려한 국제적 인맥도 '포스트 스마트폰'에 대한 해답을 찾는 받침대로 작용할 때 비로소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은 당장 내년도 전략을 짜야 하고 인사를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이재용체제에 걸맞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재계는 관심있게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미 한 사람이 결정하는 체제를 넘어섰다.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시장상황과 여러 방향 등을 연구한 결과를 내 놓으면 내부논의를 거쳐 중지를 모아간다. 이 과정에서 미래전략실이 중추적 기능을 행사하지만 결국 오너가 기꺼이 책임을 질 때 최종방향도 힘을 지닌다.
따라서 세간의 관심은 이 부회장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재계의 관계자는 “지금은 이건희 회장이 만들어 놓은 체제가 이 회장 입원 이후 더 긴장감 있게 돌아가고 있지만 앞으로 조 단위 투자나 전략적 경영방침을 제시해야 할 때 이 부회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