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동국제강이 지주사 체제 구축을 위한 인적분할 안건 처리를 앞두고 주주친화 정책을 펴고 있다.
국내에서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거세지고 있어 자칫 지주사 전환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소액주주의 마음을 잡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 1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진은 동국제강 건물.
동국제강으로서는 최대주주 장세주 회장 측의 지분율이 낮아 경영 승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이번 인적분할 안건이 중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이 2022년 순이익이 1년 전보다 감소했음에도 배당을 확대하면서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실적에 대한 배당으로 이사회에서 보통주 1주당 500원씩 현금배당하기로 의결했다. 2021년도 실적에 대한 배당은 보통주 1주당 400원으로 주당 배당금이 100원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배당의 주된 재원이 되는 2022년 연결기준 순이익이 432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2.7% 줄었다.
이에 배당 확대가 소액주주의 마음을 얻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인적분할 안건을 정기주총이 아닌 5월로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처리하려는 것도 주주들을 충분히 설득하기 위한 시간 확보 차원일 수도 있어 보인다.
동국제강은 2022년 12월9일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 방식으로 존속법인인 동국홀딩스(가칭)와 신설법인인 열연사업 담당 동국제강(가칭), 냉연사업 담당 동국씨엠(가칭)을 각각 설립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분할비율은 동국홀딩스 16.7%, 동국제강 52%, 동국씨엠 31.3%다.
이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 주총은 5월17일 열리는데 인적분할 기반의 지주사 전환 안건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 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동국제강은 이미 지주사 전환에 성공한 철강업체인 세아그룹이나 포스코그룹과 달리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런 점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더욱 중요하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 등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들은 2023년 1월16일 기준으로 지분 26.24%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라는 조건부터 충족하지 못해 장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측으로서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대백화점이 최근 소액주주의 반대에 부딪혀 인적분할을 기반으로 한 지주사 전환에 실패하면서 동국제강으로서는 부담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적분할의 경우 존속회사의 주주들은 기존 지분율대로 신설회사의 주식도 받을 수 있어 신설회사 지분을 받지 못하는 물적분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소액주주들이 인적분할에서도 실익을 꼼꼼히 따지면서 주주친화정책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안건이 부결될 공산이 커졌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최대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6%로 동국제강보다 지분율이 높았음에도 인적분할에 최종 실패해 동국제강 측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더해 인적분할을 통해 ‘자사주의 마법’을 활용한 최대주주 측의 지배력 확대 가능성이 부각되는 점도 인적분할 반대 목소리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사주의 마법은 최대주주가 인적분할 존속법인(지주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설법인 보유 지분을 현물로 내놓고 대신 지주사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장 회장의 아들 장선익 전무의 승진 및 본사 복귀 시점과 맞물리면서 동국제강의 인적분할과 지주사 체제 전환이 경영 승계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1982년생인 장 전무는 2020년 상무를 단 이후 단 2년 만인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다시 승진했지만 동국제강 지분은 많지 않다. 장 전무는 1월16일 기준으로 동국제강 지분 0.83%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 만큼 아버지 장세주 회장을 포함한 최대주주 측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한 지배력 확대는 경영 승계의 기반을 닦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주사 전환과 함께 장 회장도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1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인적분할 기반 지주사 전환 추진과 함께 장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함께 처리한다.
장 회장은 2022년 8월 정부의 결정으로 특별사면됐다. 2016년 11월 대법원이 장 회장의 횡령, 배임, 원정도박 등 혐의에 대해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4억여 원 등 선고를 내린지 5년 9개월만이다. 장 회장은 앞서 2015년 5월 각종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직후 동국제강 사내이사에서 물러났고 아직 대표이사에 복귀하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장세주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인적분할 뒤 지주사 유상증자에 현물출자로 참여하면 지분율이 기존 26.24%에서 최대 약 83%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개혁연대는 “동국제강의 지주사 전환이 지배구조 개선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으로 판단한다”며 “인적분할을 활용한 편법적 지배력 확대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