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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인텔 메모리반도체 50년, 삼성전자에 밀려 역사 속으로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2-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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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인텔 메모리반도체 50년, 삼성전자에 밀려 역사 속으로
▲ 인텔은 창업 뒤 50년에 이르는 역사를 뒤로하고 메모리반도체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게 됐다. 인텔 '옵테인 메모리' 제품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인텔과 삼성전자를 간략히 비교해 설명하면 각각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업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인텔은 1968년 창업할 때만 해도 메모리반도체인 D램을 모태로 하는 기업이었다.

1970년, 인텔은 세계 최초로 1킬로비트 용량의 D램을 상용화하면서 장기간 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유지했다. 자연히 메모리반도체는 인텔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아 빠른 성장에 기여했다.

그리고 2020년, 인텔은 낸드플래시사업을 SK하이닉스에 매각한다고 발표하며 메모리 분야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되었다. 5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지만 결국에는 이런 노력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인텔이 이처럼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점차 지배력을 잃어가다 결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게 된 배경은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세계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고 막강한 지위를 지켜 온 수십 년의 역사와 맞물려 있다.

D램 상용화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던 인텔이 처음 도전에 직면한 시기는 1980년대 초반이다. 히타치와 후지쯔, 일본전기(NEC) 등 기업이 메모리반도체에서 성장 기회를 본 일본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D램 시장에 진출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 반도체기업은 ‘10% 룰’을 앞세워 인텔을 압박했다. 무조건 인텔보다 10% 낮은 가격에 D램을 공급해 고객사를 빼앗아 오겠다는 전략이었다. 인텔이 경쟁에 대응해 반도체 가격을 낮추면 일본기업들은 인텔보다 10% 저렴한 수준으로 다시 가격을 조정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일본은 수 년만에 세계 D램시장에서 최대 80%에 이르는 점유율을 확보했고, 인텔은 결국 대규모 생산 투자로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거나 사업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1년이 넘게 이어진 경영진의 고민 끝에 인텔은 1985년 D램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인텔은 D램시장 주도권이 일본 기업들에 넘어간 뒤 비휘발성 메모리인 노어(NOR)플래시에 집중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꿨다. 비휘발성 메모리는 정보를 임시로 기록하는 데 쓰이는 D램과 달리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현재 널리 쓰이는 낸드플래시와 유사하다.

노어플래시는 정보를 읽어들이는 속도가 낸드플래시보다 빨랐지만 데이터를 저장하는 속도가 느리고 가격도 높다는 기술적 단점 때문에 소비자 대상 시장에서 한계를 안고 있었다. USB메모리와 MP3플레이어 등 낸드플래시 기반 제품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며 노어플래시는 비주류 시장으로 밀려나게 됐다.

인텔이 D램과 노어플래시에서 잇따라 실패를 겪는 사이 전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시장의 무게중심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들어 과감한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 성과로 일본기업을 뛰어넘는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었다.
 
[삼성의 라이벌] 인텔 메모리반도체 50년, 삼성전자에 밀려 역사 속으로
▲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64메가 D램 이미지.
특히 삼성전자가 1992년 메모리반도체시장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 64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뒤에는 현재까지 30년 넘게 세계 D램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일본이 인텔을 시장에서 밀어낸 것과 같이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력으로 일본 기업들을 제친 셈이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황의 법칙’을 실현하는 데 성공하며 낸드플래시 기술 선두기업에 올라 2002년부터 현재까지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의 성을 따서 만들어진 황의 법칙은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최대 용량을 해마다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1999년 256메가 낸드플래시를 시작으로 2000년 512메가, 2001년 1기가, 2002년 2기가 메모리를 상용화했다.

황의 법칙은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의 이름을 붙인 ‘무어의 법칙’을 차용한 표현이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의 집적도가 2년마다 2배로 발전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인텔을 뒤따라 업계의 기술 발전에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2005년 인텔은 미국 마이크론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합작법인을 세우고 전략적 협업을 추진하는 새 전략을 시도했다. 낸드플래시의 수요 성장에 대응하지 않으면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안고 뒤늦게 삼성전자를 추격할 기회를 노리게 된 것이다.

인텔은 주력사업인 PC 및 서버용 CPU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SD 저장장치에 낸드플래시사업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는 또다른 패착으로 남게 됐다. 낸드플래시 수요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해당 분야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삼성전자 등 기업이 더욱 유리한 위치에 놓였기 때문이다.

결국 인텔은 2019년에 합작법인 지분을 모두 마이크론에 넘겼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낸드플래시사업부 및 생산공장을 모두 SK하이닉스에 매각한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회사가 설립된 이후 50년에 이르는 메모리반도체사업의 역사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된 셈이다.

인텔은 자체 기술을 활용한 ‘옵테인’ 메모리를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있었지만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당 사업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옵테인 메모리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결합한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았지만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여러 차례의 도전에도 인텔이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다시 도약할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는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모두 세계 1위에 오른 뒤에도 꾸준한 기술 개발과 생산 투자로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리고 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이면서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나갔기 때문이다.

인텔은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 양쪽 분야에서 모두 영향력을 발휘하는 종합 반도체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을 꿈꿔왔다. 인텔이 목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같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면서 이를 실현시킬 충분한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김용원 기자
 
[편집자주]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및 국가 경쟁력에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때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재 전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에서 연재하는 [삼성의 라이벌] 기획은 삼성전자와 주요 라이벌 기업 사이의 경쟁 판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해 삼성의 현 위치를 짚어보고 이러한 경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삼성의 위기 극복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진단한다.

3부 - 삼성 vs INTEL
(2) 모바일 반도체 외면한 인텔, 삼성전자 성장 기회 열었다
(3) 인텔 메모리반도체 50년, 삼성전자에 밀려 역사 속으로
(4) 인텔 '무어의 법칙' 재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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