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가 취임 첫 해부터 험난한 경영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대구에 이어 서울에서도 미분양 늪에 빠지면서 실적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비중을 늘려온 주택사업에서 수익성이 악화돼 재무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신세계건설이 대구에 이어 서울에서도 미분양 늪에 빠지면서 실적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
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분양 물량 적체 등 분양시장 한파에 장기간 지속된 원자재값 상승이 더해지면서 주택사업 포트폴리오가 비수도권, 소규모 단지에 집중돼 있는 중견·중소 건설사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8천여 세대로 한 달 사이 1만 세대(17.1%)가 늘었다. 비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9418세대로 93.4%를 차지했다.
신세계건설은 특히 지난해 청약 평균 경쟁률이 1을 넘지 못한 대구와 울산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등 미분양 사태의 타격을 크게 받고 있는 건설사로 꼽힌다.
정 대표는 30여 년을 공사현장과 영업 일선에 있었던 ‘현장 전문가’로서 경험을 살려 주택사업 위기관리 역량을 입증해보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서울 분양단지도 모집세대의 95%가 미분양이 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서울시 민간 미분양주택 정보에 따르면 2022년 12월31일 기준 신세계건설이 서울 마포구에서 분양하는 ‘빌리브 디 에이블’은 총 256세대 가운데 245세대가 미분양됐다. 현재 서울에서 미분양이 발생한 13개 단지 가운데 미분양 세대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빌리브 디 에이블은 도시형생활주택 299세대, 오피스텔 34실로 조성된 주상복합단지다.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상황의 여파가 대표적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 시장까지 미치면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신세계건설은 이마트가 최대주주로 지분 42.7%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 계열사 상업시설 등 내부공사 비중이 높은 편이었는데 2017년 주택 브랜드 빌리브를 내놓으면서 비수도권과 고급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시장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에 힘을 실었다. 이를 통해 신세계건설 주택사업 비중은 2019년 17.6%에서 2022년 3분기 기준 36.6%까지 커졌다.
하지만 아직은 주택사업 포트폴리오 자체가 부동산시장 침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신세계건설 재무지표에서 업황 악화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사업장이 많은 대구지역 부동산시장부터 본격적으로 고금리, 원자재값 상승 등 업황의 영향을 받으면서 회사의 영업현금흐름은 나빠지고 미청구공사액도 늘었다.
신세계건설은 2022년 3분기 말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329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551억 원)과 비교해 78.8% 급감했다.
2021년 말 기준 213억 원 수준이던 미청구공사액은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561억 원으로 두 배가 훌쩍 넘게 늘었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처에 아직 청구하지 못해 남아있는 공사대금을 말한다.
2022년 신세계건설 미청구공사를 살펴보면 빌리브 라디체(대구 본동3 주상복합) 32억 원, 대구 빌리브 루센트(대구 칠성동 주상복합) 32억 원 등 미분양이 발생한 대구 현장들과 빌리브 명지 듀클래스, 빌리브 센트로 등 부산 현장들이 포함돼 있다.
공사진행에 따른 비용을 청구했지만 받지 못한 공사미수금 내역에서도 빌리브 스카이(대구 감삼동 주상복합) 369억 원, 빌리브 라디체 43억 원 등 대구 현장들과 부산, 광주 등 비수도권 주택사업 현장들이 눈에 띈다.
신세계건설 건설부문의 영업이익률도 2021년 9월 말 기준 5.1% 수준에서 2022년 9월 말에는 1.9% 수준으로 낮아졌다.
신세계건설은 2022년 3분기 기준 매출은 3455억 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20.5%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40.3%, 38.5% 줄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는 영업이익이 61.9% 급감했다.
신세계건설은 주택사업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지켜온 무차입경영 기조도 흔들리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최근 기업어음 방식으로 300억 원을 단기차입하면서 2022년 12월 500억 원을 단기차입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차입금 규모를 늘렸다.
회사의 전체 단기차입금 규모도 1575억 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 말(15억 원)과 비교하면 차입금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정 대표는 올해도 유동성 확보 과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건설을 비롯한 중견건설사들은 올해도 주택사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미분양 리스크 등의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건설은 현재 대구에서 분양 중인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아파트 146세대),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아파트 229세대), 달서구 빌리브 라디체(아파트 520세대, 오피스텔 86실) 등이 모두 미분양이 났다.
지난해 12월 울산에서 분양한 빌리브 리버런트는 310세대 모집에 120명이 접수해 절반 넘게 미달이 났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은 자체사업이 없고 대부분 도급사업이라 대구, 서울 등 미분양은 있지만 분양률과 상관없이 공사비의 상당부분을 확보해 실적 영향이 미미하다”며 “미분양에 관해서는 시행사 등과 협의해 적극적 분양촉진책을 준비하고 있고 올해 빌리브 주거사업은 공급이 부족한 지역의 작은 단지형 아파트를 중점적으로 수주해 리스크를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 신세계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정 대표는 2022년 10월 그룹 정기인사로 신임 대표에 올랐다. 정 대표는 1965년생으로 경문고와 건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신세계에 입사했다.
그 뒤 신세계건설에서 32년 동안 영업2담당, 공사담당, 영업총괄, 영업본부장 부사장 등을 두루 거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