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산업  전자·전기·정보통신

일본 삼성전자 TSMC 2나노 추격 기회, 미국 규제와 자금 확보가 변수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2-03 11:11:56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일본 삼성전자 TSMC 2나노 추격 기회, 미국 규제와 자금 확보가 변수
▲ 일본 라피더스가 IBM과 협력을 통해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IBM의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시제품 웨이퍼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기업과 정부에서 출자한 자금으로 설립된 반도체기업 라피더스가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와 대규모 자금 확보를 가장 큰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중국 수출 규제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 IBM과 기술 협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2나노 반도체 생산을 위해 필요한 투자 비용도 상당한 수준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라피더스가 일본 반도체산업을 재건할 ‘마지막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피더스는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을 상용화해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히가시 데쓰로 라피더스 회장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2027년까지 2나노 반도체 대량생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TSMC는 해당 기술을 2025년 전후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라피더스가 수 년 안에 이들과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며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히가시 회장은 “일본은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강조하며 3월 중 공장 부지를 확정해 발표하고 잠재 고객사의 수요를 파악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와 소니, 토요타자동차, 키오시아와 덴소 등 현지 기업의 출자를 통해 설립된 법인이다. 사실상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국영기업에 가까운 성격을 띠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삼성전자와 TSMC 등 해외 기업에 밀려 반도체산업에서 영향력을 완전히 잃을 위기에 놓이자 라피더스 설립을 주도하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한때 일본 반도체산업이 전 세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차지하며 경제 성장에 기여했던 시기를 미래 반도체시장에 핵심으로 꼽히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TSMC가 지난 수십 년에 걸쳐서 쌓아 온 반도체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겠다는 라피더스의 자신감은 미국 IBM과 협력을 바탕에 두고 있다.

IBM은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서 오래 전에 손을 뗐지만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및 EUV(극자외선) 공정, 2나노 미세공정 등 핵심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중요한 기업이다.

라피더스는 2022년 12월 IBM과 협약을 체결해 이런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상위 파운드리업체의 공정 기술력을 추격하는 데 강력한 지원군을 얻게 된 셈이다.

로이터가 라피더스를 일본 반도체산업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언급한 점도 2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겠다는 목표가 충분히 실현 가능성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라피더스가 목표한 대로 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력을 따라잡으려면 충분한 자금 확보 및 미국 정부와 원활한 관계 유지라는 두 가지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히가시 회장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2027년부터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려면 7조 엔(약 67조 원)에 이르는 예산이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라피더스는 당초 연구개발 비용이 2조 엔, 생산 투자에 3조 엔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필요로 하는 자금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현재 라피더스 설립에 일본 정부가 들인 금액은 700억 엔, 기업들이 출자한 자금은 70억 엔 정도에 불과하다. 초기 자본금의 91배에 가까운 비용을 필요로 하는 셈이다.

일본 정부나 외부 기업을 통해 이런 막대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라피더스가 확실한 자금 확보 계획을 제시하지 못 한다면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일본 삼성전자 TSMC 2나노 추격 기회, 미국 규제와 자금 확보가 변수
▲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반도체 생산공장.
IBM과 기술 협력을 지속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앞으로 더 어려운 과제로 남게 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일본을 향해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더하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공급망에 핵심인 주요 장비업체 및 소재 공급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 대한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해당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일본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압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IBM과 라피더스의 기술 협력도 어려워져 2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하는 일도 무산될 공산이 크다.

증권전문지 시킹알파는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규제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미국 정부가 IBM과 일본의 협력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IBM은 라피더스 대신 다른 반도체 생산업체와 손을 잡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IBM이 라피더스 대신 인텔이나 삼성전자, TSMC 등 다른 기업과 파운드리 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면 일본 정부의 반도체산업 재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라피더스가 2나노 반도체 양산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국과 일본 사이 관계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라피더스가 성공적으로 2나노 파운드리시장에 진출한다면 삼성전자는 TSMC와 인텔에 이어 새로운 경쟁사를 맞이하게 된다.

반도체 파운드리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삼성전자의 노력이 결국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과 대만 사이 국가 간 경쟁으로 발전하게 되는 셈이다.

2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은 향후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 자율주행 등 신산업은 물론 군사무기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될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2나노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신성장동력 확보 측면에서도 자연히 매우 중요한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2나노 공정 개발에 집중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며 미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

인기기사

SK그룹 사업재편 서두른다, 최태원 ‘해현경장’으로 ASBB 미래사업 승부 나병현 기자
현대차증권 “전고체 배터리 2028년 본격 확대, 삼성SDI 양산경쟁 앞서” 류근영 기자
TSMC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잭팟', 인텔의 모빌아이 ADAS 신제품 수주 김용원 기자
첨단 파운드리 필수 '하이NA EUV' 경쟁 개막, 삼성전자 TSMC 인텔 각축전 김용원 기자
현대건설·GS건설·삼성E&A 사우디 자푸라 수주 정조준, 가스전 싹쓸이 기대 류수재 기자
쿠팡 '멤버십 가입비 인상' 무서운 진짜 이유, 김범석 플라이휠 전략 '순풍에 돛' 남희헌 기자
엘앤에프 양극재 대형 수요처 다변화 성과, 최수안 밸류체인 확장 본격 시동 류근영 기자
화웨이 새 스마트폰 출시에 미국정부도 '촉각', 반도체 기술 발전 성과가 관건 김용원 기자
KB증권 "한화에어로 목표주가 상향, K9 자주포 루마니아 수출계약 임박" 이사무엘 기자
미국 반도체 보조금 '대형 발표' 남았다, 마이크론 메모리 투자 보조금 주목 김용원 기자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