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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 유통물류 색 입히기 속도, 변신에는 항상 '은둔의 오너' 윤호중이 있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1-31 16: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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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 유통물류 색 입히기 속도, 변신에는 항상 '은둔의 오너' 윤호중이 있다
▲ hy(옛 한국야쿠르트)가 곧 메쉬코리아를 인수한다. hy의 인수합병 움직임 뒤에는 항상 오너2세인 윤호중 회장(사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호중 hy(옛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인수합병 시장에서 다시 움직였다.

윤 회장은 '야쿠르트 아줌마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유통물류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퀵커머스에 강점이 있는 메쉬코리아를 곧 품에 넣는다.

윤 회장은 대외적으로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은둔의 오너'로 유명한데 사실 그는 과거에도 hy의 여러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실적까지 늘린 실력 있는 오너경영인이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hy가 곧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해온 메쉬코리아를 인수한다.

메쉬코리아 이사회는 최근 hy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아직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지 않은 상태지만 큰 이변이 없으면 늦어도 2월 중순에는 hy의 메쉬코리아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hy가 메쉬코리아 인수에 들이는 돈은 약 8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우선 메쉬코리아의 주요 채무 상환을 위해 긴급자금 600억 원을 투입하는데 향후 진행될 메쉬코리아의 유상증자에 200억 원가량을 추가로 넣는다.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면 hy는 메쉬코리아 지분 약 67%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

hy가 메쉬코리아를 인수하는 이유는 유통물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hy 사업의 핵심은 '프레시매니저'로 흔히 '야쿠르트 아줌마'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hy 영업의 최전선에서 고객들에게 발효유, 우유, 커피 등을 판매한다. 전국 1만1천 명의 프레시매니저가 없으면 hy의 사업도 유지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소비자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프레시매니저들은 탑승형 냉장전동카트를 타고 고객이 있는 곳까지 물품을 배송하는 '라스트마일' 서비스에 강점이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만으로는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퀵커머스 시장에서 경쟁에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메쉬코리아다. 메쉬코리아는 그동안 오토바이로 배송을 대행해주는 사업을 해오며 퀵커머스사업에서 노하우를 쌓았는데 이를 hy의 영업과 접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hy 관계자는 "메쉬코리아가 고도화한 IT 기술력 역시 hy에 보탬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통물류 관점에서 봤을 때 여러 면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hy의 메쉬코리아 인수를 주도한 인물은 김병진 hy 대표다. 그는 1991년 한국야쿠르트 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지원팀장,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거쳐 2018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메쉬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고 실제 결실을 보기까지 김 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hy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hy가 오너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인수합병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은 오너 2세인 윤호중 회장이라는 것이 인수합병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윤 회장은 2020년 3월 회장에 오른 지 1년 만인 2021년 3월 회사 이름을 한국야쿠르트에서 hy로 바꾸며 '유통물류 전문기업 도약'이라는 비전을 내걸었다.

윤 회장과 관련해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다. hy의 창업주인 윤병덕 회장의 외아들로 1971년 태어나 일본 게이오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1995년에 한국야쿠르트에 입사해 2004년 전무,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는 정도가 전부다.

그를 두고 '은둔의 오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에도 경영 일선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는 2020년 3월 회장에 취임한 뒤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회장은 2022년 4월 기준으로 8명으로 구성된 hy의 사내이사진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hy가 한국야쿠르트 시절부터 해온 여러 인수합병 모두 윤 회장의 손끝에서 나온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윤 회장이 hy의 사업 다각화에 예전부터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한국야쿠르트가 2009년 인수한 능률교육(현 NE능률)이다.

윤 회장은 평소 교육사업에 많은 관심을 뒀는데 마침 매물로 나왔던 능률교육을 인수했다.

hy가 능률교육을 인수하기 전만 하더라도 이 회사의 매출은 연간 300억 원대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매출이 778억 원 수준까지 불어나며 알짜 계열사로 거듭났다. 영어교육에 편중됐던 사업 영역을 수학과 제2외국어, 영유아 등으로 적극적으로 확장한 덕분이다.

NE능률의 지배구조를 보면 hy가 지분 45.36%를 든 최대주주지만 윤 회장 개인 지분도 2.98% 있다.

2011년 9월 의료기기 제조업체 큐렉소를 인수하는 데도 윤 회장의 공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윤 회장은 종합생활건강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의료기기사업을 하는 큐렉소 인수에 약 500억 원을 투자했다.

발효유 판매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온 한국야쿠르트가 의료기기 관련 회사를 사들이기로 한 것을 놓고 파격적 투자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큐렉소는 의료로봇사업에 투자하는 중이라 실적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를 준비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향후 hy의 효자 계열사로 거듭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로 큐렉소는 해외 수출을 점차 늘려가며 미국과 중국 의료로봇 시장 진입에 일부 성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밖에도 한국야쿠르트는 롯데그룹과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보바스병원 인수전에 나서는 등 사업 다각화에 꾸준히 관심을 쏟았다. 골프장 등 건강과 헬스케어 분야로도 인수합병을 주도했는데 이런 움직임 모두 윤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윤 회장은 지분 100%를 보유한 팔도를 통해 hy의 지분 40.83%를 들고 지배하고 있다. hy는 산하에 NE능률 등 여러 계열사를 두고 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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