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1-16 15: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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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에 있는 기업 유바이오로직스에 감사하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11일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국제 보건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의 수장이 국내 기업을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표한 까닭은 무엇일까.
▲ 최근 세계적으로 콜레라 백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유일한 백신 공급자인 유바이오로직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유는 유바이오로직스가 공급하는 콜레라 백신에서 찾을 수 있다. 콜레라 백신 공공시장을 과점하던 유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유일한 공급자로 올라서며 입지가 한층 더 강화됐다. WHO 등 국제기구가 콜레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유바이오로직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16일 WHO에 따르면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콜레라를 비롯한 여러 질병과 관련한 현황을 전하면서 유바이오로직스의 역할을 강조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렇게 많은 콜레라 동시 발병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며 "유바이오로직스가 백신 생산을 극대화하고 더 대량으로 생산 가능한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WHO의 수장이 직접 거론할 정도로 세계적인 '콜레라 백신 공급난'이 심각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로 오염된 물을 통해 퍼지는 콜레라는 수리시설이 부족한 저개발국가를 중심으로 유행한다. WHO와 유니세프를 비롯한 국제기구는 그동안 유바이오로직스와 인도 샨타바이오테크닉스로부터 콜레라 백신을 공급받아 저개발국가 대상 접종사업을 진행해왔다.
문제는 샨타바이오테크닉스의 콜레라 백신사업 철수와 갑작스러운 콜레라 확산이 겹치면서 발생했다.
샨타바이오테크닉스는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지난해 콜레라 백신 생산을 멈췄고 올해 말부터 제품 공급마저 중단하는데 공교롭게도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콜레라가 번지기 시작했다.
WHO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아이티, 말라위, 시리아를 비롯한 31개 국가에서 콜레라가 발병해 전년보다 발병 국가가 50% 확대됐고 발병 사례 자체도 대폭 증가했다. 지역마다 폭풍, 홍수, 가뭄 등 이상기후가 발생하면서 질병이 급속도로 퍼진 것으로 분석됐다.
WHO는 백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콜레라 백신 접종방식을 기존 2회 접종에서 1회 접종으로 줄이는 과감한 대책을 마련했다. 개개인의 콜레라 면역력이 약해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백신 수급을 개선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으로도 백신 수요를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전례 없는 (1회 접종) 결정에도 불구하고 콜레라 백신 비축량은 여전히 매우 적다"며 "지난 몇 주 동안 4개 국가가 추가로 백신을 요청했으나 백신이 극도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WHO에서 유바이오로직스의 경구용 콜레라 백신 생산 확대를 애타게 기다리는 까닭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기존에 백신 원액과 완제품 각각 3300만 도즈(1회 접종분) 규모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증설을 통해서 백신 원액 6600만 도즈와 백신 완제품 9200만 도즈로 늘리기로 했다. 세계 최대 민간재단인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이 무상으로 자금 일부를 댄다.
▲ 어린이가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국제백신연구소(IVI)>
백신 원액보다 완제품 생산능력을 더 확보하는 것은 백신 종류에 따라 원액 생산 효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현재 생산되는 5가 백신 '유비콜-플러스'를 새로운 2가 백신 '유비콜-S'로 변경할 경우 원액 생산량을 약 40% 가까이 늘릴 수 있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현재 콜레라 백신 수요에 비해 공급히 부족해 회사에서도 유비콜-플러스에 대해 재고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유니세프에서 수출을 위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가출하승인을 앞당길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신 원액 생산시설 증설 및 허가가 완료되는 2024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백신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며 "완제품 시설의 허가가 완료되고 유비콜-플러스가 유비콜-S로 변경되는 2025년부터는 연간 최대 1억 도즈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콜레라 백신은 유바이오로직스 실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력사업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3분기 매출 380억 원 가운데 약 90%를 콜레라 백신으로 벌어들였다. 대부분 유니세프에 공급하는 물량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늘어나는 백신 생산능력을 앞세워 공공시장보다 판매단가가 높은 사설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동 바이오기업 아라바이오와 콜레라 백신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