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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의 공정한 세상] (2)마을 남자가 돈 벌러 집 안 떠나게, ‘캐시포워크’

이정온 JLEE@oxfam.or.kr 2023-01-1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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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의 공정한 세상] (2)마을 남자가 돈 벌러 집 안 떠나게, ‘캐시포워크’
▲ '캐시포워크(Cash for Work)'를 통해 지반을 높인 덕분에 방글라데시 노야파라 마을의 초등학교는 그동안 필요했던 건물을 추가로 건설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2022년 12월 찍은 노야파라 초등학교. <옥스팜코리아>
 
[편집자주]기후위기는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약하고 책임 없는 사람부터 덮친다. 많은 저소득국가들이 의료시설, 교육, 에너지 등 사회 인프라는 물론 식수와 식량과 같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 조건조차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자력으로 피해를 복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찾아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재난위험경감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 지역이 회복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 외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2022년에만 1560만여 명의 사람들이 옥스팜을 통해 지원을 받았다.
한국 역시 다른 23개국의 선진국과 함께 세계 63개국의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옥스팜코리아 활동가들이 듣고 본 방글라데시, 네팔 등 현장의 상황을 칼럼으로 전한다.
(1)홍수로 이사만 4번, 기후위기에 취약한 이웃나라 
(2)마을 남자들이 돈 벌러 타지로 가지 않을 수 있게, ‘캐시포워크’

[비즈니스포스트] 방글라데시 노야파라 마을에서 만난 미레아 압둘 만난(62)은 “매년 우기 때마다 학교가 3~4개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우기에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14년 동안 지방정부에서 일했던 그는 지금은 교육관리위원회 위원장이다.

'캐시포워크(Cash for Work)' 프로그램을 통해 홍수 때 쉼터로 사용될 노야파라 초등학교의 지반을 높이는작업을 전반적으로 감독했다.

'캐시포워크'는 홍수 대비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진행되기 전, 지방정부는 학교의 지반을 높이는 동시에 그동안 필요했던 학교 건물을 추가로 건설하고자 하였지만 예산 문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예산이 더 많이 소요되는 학교 지반 높이기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면 추가 건물을 건설해 봤자 우기에 물에 잠기고 말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옥스팜이 '캐시포워크'를 통해 해당 학교의 지반을 높였기 때문에, 그동안 필요했던 학교건물을 정부 예산으로 건축하고 있다.

만난의 바람은 아이들과 홍수 시 피난 온 주민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도와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다.

옥스팜이 함께 이를 고려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옥스팜 프로그램의 투명성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옥스팜의 공정한 세상] (2)마을 남자가 돈 벌러 집 안 떠나게, ‘캐시포워크’
▲ 미레아 압둘 만난(62)은 의 바람은 아이들과 홍수 시 피난 온 주민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도와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다. 옥스팜이 함께 이를 고려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옥스팜코리아>

'캐시포워크'로 구축되는 모든 인프라는 예산이 얼마나 투입되었고 몇 명의 주민이 몇 일간 참여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푯말을 세워 공개한다.

프로그램 지원기관이든 지방정부 공무원이든, 마을에서 뛰어 노는 동네아이든, 모두가 그 정보를 알 수 있다.

반면 현지 정부의 프로그램은 이러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옥스팜이 지역정부 관계자와 프로그램에 관한 회의를 할 때, 한 고위 관료는 지역 책임자들에게 옥스팜의 프로그램을 직접 보고 배워서 옥스팜처럼 일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옥스팜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화(Localization)다.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이행은 지역 파트너기관인 ‘마납 묵티 상스타(MMS)’에 의해 이루어진다.

MMS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방글라데시 시라지간지 차우할리에서 1984년에 설립된 현지 시민사회기관이다. 홍수에 취약한 '차르' 지역 주민들의 재난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활동과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왔다.

옥스팜이 이들과 협력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이 해당지역의 필요와 요구를 우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현지에 알맞는 해결방법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MMS는 옥스팜 및 한국국제협력단 이외에도 세계식량계획(WFP)나 유니세프 같은 UN기관, 영국 및 호주 정부와도 협력했다.
 
[옥스팜의 공정한 세상] (2)마을 남자가 돈 벌러 집 안 떠나게, ‘캐시포워크’
▲ 방글라데시 시라지간지의 시민사회기관 MMS에 12년째 일하고 있는 미자누르 라흐만(40)은 가장 소외되고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자 MMS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옥스팜코리아> 

이 프로그램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미자누르 라흐만(40)은 MMS에 12년째 일하고 있다. 그는 이 지역은 접근이 어렵고 잘 알려지지 않아 활동하는 기관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소외되고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자 MMS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MMS 직원 대부분이 이곳 '차르' 지역 출신이라 지역에 대한 이들의 관심과 헌신이 가능하다.

옥스팜이 MMS와 협력으로 얻는 것은 많다. 지역의 온전한 이해와 정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세부 활동을 촘촘하게 계획할 수 있었다.

'캐시포워크' 활동을 우기 직전에 진행하도록 계획한 것이 좋은 예다. 열악한 지역사정으로 마을 내 남자들은 우기 시 돈을 벌기 위해 타지로 떠난다. 가장 가난한 가정일수록 여성과 노약자, 어린이만 남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은 남성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홍수 때 대응을 어렵게 한다. '캐시포워크' 활동의 시기를 우기 직전으로 잡은 것은 이러한 남성들을 집안에 묶어 놓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캐시포워크'가 제공하는 일자리가 타지로 떠나려는 남성들 일부를 붙잡는 역할을 했다. 금전적 보상은 크지 않지만 남성들은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기에 이 정도의 보상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옥스팜은 이번 활동의 1차년을 마무리하고 있다. 1년 동안의 경험을 꼼꼼히 살펴보고, 이를 통해 배운 것들을 2차년도에 적절히 적용할 시기이다. 재원이 한정되다 보니,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옥스팜의 공정한 세상] (2)마을 남자가 돈 벌러 집 안 떠나게, ‘캐시포워크’
▲ 마을 내 남자들은 우기 시 돈을 벌기 위해 타지로 떠난다. 가장 가난한 가정일수록 여성과 노약자, 어린이만 남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은 남성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홍수 때 대응을 어렵게 한다. '캐시포워크' 활동의 시기를 우기 직전으로 잡은 것은 이러한 남성들을 집안에 묶어 놓고자 하는 것이다. 사진은 우기 때 물이 찬 도로 위를 배로 이동하는 모습. <옥스팜코리아>

MMS의 라흐만 씨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활동별로 발생하는 비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절약된 예산을 가지고 어떻게 수혜자와 건설 인프라를 확대할 것인가 등등 현지를 온전히 이해하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아이디어들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활동의 우선순위를 돌아보게 한다. 지금의 활동은 마을공동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이 있는데, 조호카 카톤 씨나 미나 카툰 씨와 같은 최취약 가정에 대한 개별 접근도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2023년에도 ‘캐시포워크’를 통한 홍수 대응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다. 구체적인 인프라는 마을 주민들이 그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

홍수 시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이중플랫폼관정(Double Platform Tube well)도 설치된다.

이중플랫폼관정은 지면에서 1미터 높이의 플랫폼을 추가한 관정으로 홍수 시에는 그 위에서 식수를 얻을 수 있도록 한 식수 장치이다.

안전한 화장실의 보급도 중요한 활동이 될 것이다. 홍수로 화장실이 물에 잠기면 마을 내 여성과 아이들, 노약자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 지반을 높여 물에 잠기지 않게 하고, 정화조가 범람하지 않는 구조의 화장실로 최대 8가정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화장실이 설치될 예정이다.

재난대피모의훈련도 진행된다. 재난대피모의훈련은 홍수를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정부 당국과 주민들이 이를 어떻게 대응하고 대피해야 하는지를 함께 훈련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방당국 관계자는 물론이고, 소방서, 경찰서, 의료봉사자 등이 참여한다. 주민들 중에는 대피에 있어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노약자와 여성,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한다.

재난대피모의훈련 중에는 마을 아이들을 위한 수영대회도 열리는데, 불어난 물에 아이들이 익사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생존 수영을 가르치는 장치이다.

마을별 재난관리위원회의 역량강화를 지원하는 활동도 진행된다. 재난관리위원회는 발생할 수 있는 재난에 대비하고 관련된 위험을 줄이는 책임과 역할을 가진 조직이다.
 
[옥스팜의 공정한 세상] (2)마을 남자가 돈 벌러 집 안 떠나게, ‘캐시포워크’
▲ 옥스팜은 이번 활동의 1차년을 마무리하고 있다. 1년 동안의 경험을 꼼꼼히 살펴보고, 이를 통해 배운 것들을 2차년도에 적절히 적용할 시기이다. 재원이 한정되다 보니,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사진은 옥스팜과 MMS 관계자들이 2022년 활동을 돌아보고 2023년 계획을 논의하는 모습. <옥스팜코리아>

각 마을별로 홍수에 대한 위험을 분석하고 해당 위험을 줄이기 위한 활동을 이들과 함께 수립하게 된다. 분석된 위험과 대응계획은 문서화되고 디지털화되어 인도적 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 당국 및 여타 국내외 기관에 공유된다. 이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서다. 

중앙정부의 예산이 마을 내 재난예방계획에 적절히 배정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로비 활동도 내년에 진행되는 주요 활동이다. 방글라데시 시라지간 '차르' 지역의 주민들이 겪는 홍수 피해는 그 빈도와 규모면에서 매년 증가했다. 아마도 기후변화의 영향일 것이다.

옥스팜은 이에 대한 적절한 개입이 있다면, 그 피해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 또한 지난 활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독자들이 기후변화의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적절한 개입이 있을 때 그로 인한 피해 역시 우리가 줄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방글라데시 '차르' 지역 주민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너무 먼 나라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노하우도 있다.
 
이정온 옥스팜코리아 국제개발&CSR팀장은 2010년부터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벌이고 있는 13년차 국제개발전문가다. 2021년 옥스팜코리아에 합류한 후 기후변화 취약지역에서 재난위기경감사업, WASH사업, 여성경제역량강화 사업 등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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