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이지만 교사라 불리지 않는 돌봄 노동자들, 방과후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나는 마을 방과 후 교사입니다’가 11일 개봉됐다. <영화 스틸컷> |
[비즈니스포스트] “담당과목은 영어도 수학도 아닌 일상. 아이들보다 더 신나게 놀고 아이들에게 배우고 아이들과 함께 자랍니다. 부모보다 아이들에게 더 진심인 어른들, 세상은 우리를 교사라고 부르지 않지만 나는 마을 방과 후 교사입니다.”(다큐멘터리 ‘나는 마을 방과 후 교사입니다’ 예고편 중)
교사이지만 교사라 불리지 않는 돌봄 노동자들, 방과후 교사들과 아이들,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11일 개봉됐다.
다큐멘터리 ‘나는 마을 방과 후 교사입니다’는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도토리 마을 방과후’를 둘러싼 삶을 담았다.
2017년부터 운영된 ‘도토리 마을 방과후’는 공동육아협동조합이다. 이곳에선 교사 5명이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초등학생 60여 명을 돌본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자 이곳은 운영시간을 늘린다. 학교나 학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더 오래 문을 연다.
하지만 이곳 교사들은 백신 우선 접종도 받지 못한다. 10년을 일해도 경력 인정도 받지 못한다. 정부 지원 없이 조합비로 운영되는 ‘미인가’ 기관인 탓이다. 그래도 교사들은 아이들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다큐를 공동연출한 박홍열 감독, 황다은 작가는 부부다. 박 감독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와 <밤의 해변에서 혼자> 촬영감독으로, 황 작가는 영화 <작업의 정석>과 TV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의 시나리오작가로 이름이 나 있다.
부부는 두 아이를 ‘도토리 마을 방과후’에 8년 가까이 보내면서 방과후 교사들의 삶을 알게 됐다.
황 작가는 “전국 17개 마을 방과후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공적 시스템 안에 존재하지 않아 제대로 경력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아이들을 돌보지만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는 선생님들, 돌봄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만든 영화”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11일부터 전국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에서 볼 수 있다. 서울 아트시네마, 인디스페이스, 명필름아트센터 등 전국 독립영화관에서도 동시 개봉한다.
이 영화는 지난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제2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코리안쇼케이스 상영작이다. 이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