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생명 등 7곳 계열사 대표가 교체됐다. 이들 계열사 대표는 3월 공식 취임하게 된다.
지주 부회장을 다시 3명으로 늘려 부회장 체제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그룹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 옮긴 점과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 내정자 겸 부회장의 그룹 내 부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부회장은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발굴 등을 맡게 됐는데 여기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이승열 하나생명 사장이 하나은행장에 내정돼 3월에 취임한다.
이 내정자는 하나생명으로 자리를 옮긴지 1년밖에 되지 않았던 만큼 그룹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이 나온다.
이 내정자는 그룹 내 대표적 재무전문가로 꼽힌다. 하나은행의 재무 건전성 관리와 내실있는 실적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그는 외환은행에 1991년 입사한 뒤 경영기획과 재무분야에서 오래 일했고 하나금융지주에서 그룹재무총괄(CFO)로도 일했다.
특히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과정에서 경영기획부 재무전략을 담당하며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2021년에 박성호 현 하나은행장과 행장 자리를 놓고 최종 후보로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은 하나증권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하나증권은 하나금융그룹에서 하나은행 다음으로 규모가 큰 계열사라는 점에서 강 내정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강 내정자는 부회장에도 새로 위촉되면서 단숨에 하나금융그룹에서 존재감이 부각됐다.
강 내정자는 영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1964년생으로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1990년 옛 상업은행에 입행한 뒤 이후 하나은행에서 신영통지점장, 검사부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쳤다.
◆ NH농협금융그룹
-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NH농협금융지주가 농축업인을 위한 정책금융의 실행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은 정부와 농협의 가교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학시절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정부와 교감하기에 충분한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이 회장은 손병환 전 회장이 2년 동안 농협금융의 실적 상승을 이끌어 온 만큼 이를 이어 실적 경신에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농협금융지주 실적에서 NH농협은행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비은행 계열사의 고른 성장도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부진했던 해외진출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지주는 글로벌 사업 중장기 목표로 2030년까지 11개국에 27개 지점을 구축해 총자산 22조 원, 순이익 3240억 원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현재 10개국에 21개 지점을 마련한 상태다.
이 회장은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 동아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 대학원에서 MBA를 각각 받았다.
1983년 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등을 거쳐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 농협은행장에는 이석용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이 올랐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외부출신인 이석준 회장이 오른 만큼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농협중앙회 출신의 내부출신을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임원추천위원회도 “금융지주회장이 외부의 정통 경제관료가 선임된 만큼 농협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양한 근무경력을 바탕으로 법인간 원활한 의사소통 및 시너지 창출에 있어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이석용 행장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이 행장은 농협은행의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이자이익에 집중된 이익구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기업이 자본을 이용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는 각각 9.73%, 0.51%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이 행장은 디지털 전환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대표 앱인 NH올원뱅크를 농협금융 계열사의 서비스를 연계한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개편했고 앞으로 다양한 생활서비스도 접목해 제공할 준비를 해 왔다.
이 행장은 농협중앙회의 주요 보직과 일선 영업현장을 두루 경험해 농협의 대표적 융합형 리더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1965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농협중앙회에 들어와 파주시지부장과 조합구조개선지원부 국장, 조합감사위원회사무처 국장, 수탁업무센터장, 서울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2022년부터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일해 왔다.
- 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에는 윤해진 농협은행 신탁부문장이 올랐다.
농협금융지주는 윤 사장이 기업금융 및 투자, 운용 등에서 풍부한 업무경험이 있는 만큼 전략적 자산운용과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투자수익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사장은 일시적 자본잠식에 빠진 농협생명의 자본 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4820억 원으로 나타나 있다. 2020년 만기 보유채권을 매도 가능 채권으로 전환한 뒤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평가손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농협생명은 금리상승으로 장부상 수치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고 기업가치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회계상에만 나타난 자본잠식이라도 신사업을 위해서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조속히 풀어야할 과제로 보인다.
윤 사장은 1965년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 봉곡지점장과 의령군지부장, 농협중앙회에서 경남경제사업부장과 상호금융여신부장, 상호금융여신지원부장, 상호금융투자심사부장, 경남지역본부장을 거쳐 농협은행 신탁부문장을 지냈다.
◆ 우리금융그룹
- 신년 초부터 손태승 회장의 거취, 계열사 대표 추천, 이사회 구성, 라임펀드와 헤리티지펀드 대응, 비은행 부문 인수 등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일이 쌓여 있다.
손 회장은 파생결합상품(DLF) 징계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로 징계 취소를 받아냈지만 라임펀드 '문책경고' 징계가 남아있어 법적 대응에 나설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금융당국은 손 회장의 라임펀드 관련 징계가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인 만큼 손 회장이 현명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며 발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 노동조합은 정부가 민간 금융사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기 위해 압박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손 회장은 그동안 우리금융지주의 성장을 위해 디지털 강화와 비은행 부문 인수를 강하게 추진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위해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유력하다는 금융업계의 관측이 나왔다.
-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 마련된 우리카드 해외 법인을 바탕으로 2023년에 동남아시아 등 해외사업 활성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 할부금융사를 인수한 것도 해외사업 강화의 의지를 보인 것으로 여겨진다.
2023년에도 금리상승으로 자본조달이 어려워지는 것과 함께 인터넷은행들도 카드업 진출에 속도를 내는 만큼 국내 카드사 경쟁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돼 해외진출을 통한 성장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사장은 2020년에 당시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와 함께 우리은행 은행장 후보군 7명에 포함될 정도로 내부에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다만 우리금융그룹이 회장 거취나 계열사 대표 인사에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로 향후 입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 사장은 2023년 증시업황 악화와 함께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증권사 인수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지난해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저축은행 등과 함께 그룹 공동영업 시스템 구축에도 나섰다.
김 사장은 지난해 디지털 상품부를 신설하고 개인고객그룹제도를 시행하는 등 우리종합금융의 디지털 경쟁력 확보와 차별화 마케팅, 고객관리 등에 집중해 왔다.
김 사장은 손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2018년에 부행장보로 승진했고 1년 뒤 곧바로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에 올랐다. 보통 부행장급 이상에서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처음으로 부행장보에서 선임됐다.
김 사장 역시 우리금융그룹의 계열사 대표 인사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곽보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