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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이 잿더미 만든 핀란드 도시, '순록뿔 프로젝트'로 산타마을 되다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2-12-22 16: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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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이 잿더미 만든 핀란드 도시, '순록뿔 프로젝트'로 산타마을 되다
▲ 산타클로스의 '고향'인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의 로바니에미 산타클로스 마을 모습. <로바니에미 지역 관광청>
[비즈니스포스트] “비행기를 타고 로바니에미 도시에 도착하면 착륙하기 전에 이미 하늘에서 순록을 볼 수 있어요. 산타 썰매의 루돌프가 아닌 핀란드 건축가 알바르 알토의 ‘순록뿔 계획’ 이야기입니다.”

산타클로스의 '고향'인 핀란드 로바니에미 지역 관광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순록의 도시 로바니에미-순록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는 글의 첫 부분이다.

로바니에미는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지역의 중심 도시다. 

산타클로스의 집무실과 공식 우체국이 있어 세계 어디에서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께’라고 주소를 쓴 편지는 로바니에미 산타 중앙 우체국으로 배달된다.

산타클로스의 ‘공식’ 거주지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진짜’ 산타마을이라고 볼 수 있다.

도시의 거리와 도로마저 산타썰매를 끄는 순록 루돌프의 뿔 모양이라는 이 마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독일군이 잿더미 만든 핀란드 도시, '순록뿔 프로젝트'로 산타마을 되다
▲ 로바니에미 도시재건을 이끈 핀란드 건축가 알바르 알토(왼쪽)와 그의 아이디어인 '순록 뿔 계획'에 따른 로바니에미 도시 설계도. <로바니에미 지역 관광청>
22일 로바니에미 관광청 홈페이지를 보면 로바니에미는 1939년부터 라플란드의 행정중심지로 발전해 온 북극권 바로 남쪽에 위치한 도시다. 현재 시민 6만3천여 명과 순록 1만2450마리가 살고 있다.

365일 산타의 순록썰매를 타 볼 수 있고 북극권 아래 지하 깊은 곳에는 산타의 비밀동굴이 있는, 세계 200개 나라 어린이들의 편지가 날아드는 이 동화 같은 도시는 사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잿더미가 됐던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44년 10월 독일군은 소련군의 공세에 라플란드 로바니에미에서 퇴각하면서 도시를 철저히 파괴했다. 시내 중심가 건물의 90%가 불에 타 사실상 도시 자체가 사라졌다.

전쟁이 끝난 뒤 로바니에미는 당시 핀란드의 대표적 건축가였던 알바르 알토를 주축으로 도시재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알바르 알토는 1898년 2월 핀란드에서 태어난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현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1921년 핀란드 헬싱키의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1923년 건축사무소를 열었다. 알바르 알토는 30세의 젊은 나이에 파이미오 결핵요양원 설계공모에서 당선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당시 핀란드에는 결핵이 급속히 번지고 있어 치료시설이 필요했다.

알바르 알토는 그의 얼굴이 유로가 나오기 전 핀란드 화폐에 등장할 만큼 핀란드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국민 건축가’이다. 
 
독일군이 잿더미 만든 핀란드 도시, '순록뿔 프로젝트'로 산타마을 되다
▲ 순록이 이끄는 썰매는 로바니에미의 주요 관광상품이다. <로바니에미 지역 관광청>
알바르 알토는 로바니에미 재건사업을 맡으면서 순록의 고장, 라플란드의 중심지인 지역 특징을 살려 순록과 닮은 도시로 재건해보자는 ‘순록뿔 계획’을 내놓았다.

알바르 알토는 대지의 자연적 모양과 주요 도로, 철도가 교차하는 방식을 강조해 로바니에미에서 북, 서, 남쪽으로 나가는 도로는 순록의 뿔의 모습으로 설계했다.

또 로바니에미 도심은 순록 머리 모양으로 이어진 도로로 둘러싸고 시내에는 스포츠 경기장이 순록의 눈동자로 자리 잡았다.

새롭게 재건되는 로바니에미의 행정 및 문화지구에는 시청과 시립도서관을 설계해 넣고 극장이 들어있는 라삐아 하우스도 배치했다.

로바니에미 시립도서관은 1968년 가장 먼저 완공됐고 1976년에는 라삐아 하우스가 지어졌다. 라삐아 하우스는 알바르 알토가 1976년 세상을 떠나기 전 완공된 마지막 건축물이다.

로바니에미의 시청은 알토의 아내이자 건축가인 엘리사 알토의 설계에 따라 10년 뒤 완공됐다.
 
독일군이 잿더미 만든 핀란드 도시, '순록뿔 프로젝트'로 산타마을 되다
▲ 산타클로스의 고향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는 산타의 비밀 동굴을 통해 50m 아래 지하로 북극권을 횡단할 수 있다. <로바니에미 지역 관광청>
로바니에미는 이렇게 핀란드가 사랑한 건축가의 노력으로 전쟁의 비극을 안은 폐허에서 순록의 도시로 재건됐다. 그리고 이후 북극권을 보러 몰려드는 관광객들에 아이디어를 얻은 지역 기업가들이 산타클로스 마을을 조성하면서 1985년부터 북극권에 닿아있는 산타마을로 새로운 역사를 시작했다.

산타클로스의 고향 로바니에미에는 알바르 알토의 건축물 외에도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아내인 엘레노어 루즈벨트를 위해 만든 ‘루즈벨트 코티지’, 북극권 과학센터로 활용되고 있는 아끄띠꿈 박물관 등 유명한 건축물이 많다.

특히 루즈벨트 코티지는 1950년 6월11일 완공된 산타마을의 첫 명소다.

루즈벨트 코티지는 제2차 세계대전 뒤 북극권의 작은 도시가 어떻게 재건됐는지 보기 위해 로바니에미를 방문한 엘레노어 루즈벨트를 맞이하기 위해 로바니에미 도심에서 8km 떨어진 곳에 지은 통나무 집이다.
 
독일군이 잿더미 만든 핀란드 도시, '순록뿔 프로젝트'로 산타마을 되다
▲ 1950년 핀란드 로바니에미를 방문한 엘레노어 루즈벨트 부인이 북극권을 밟고 서 있다. <로바니에미 지역 관광청>
건축가 페르디난드 살로칸가스가 하룻밤 만에 설계했고 오우나스요키강에서 자란 통나무 목재를 그대로 날라 사용했다.

로바니에미는 현재 세계에서 한 해 5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산타와 순록을 만나러 모여든다.

산타클로스 마을이라는 판타지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현실처럼 다가간다. 가령 산타가 사는 집의 정확한 위치는 비밀이지만 산타는 1985년 로바니에미에 사무실을 설립했다는 사실이 방문객들에게 소개된다.

로바니에미 산타 중앙 우체국은 1985년부터 해마다 200여 개 국가에서 약 50만 통의 편지를 받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하루에 거의 3만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한국에도 강원도 최전방에 위치한 화천군이 2016년 로바니에미와 협약을 맺으면서 산타 우체국 한국본점이 설립됐다. 화천 산타우체국은 해마다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를 모아 10월 말 핀란드 로바니에미 산타 중앙 우체국으로 발송한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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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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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처음 알게되었네요.
정리가 잘 되서 저도 모르게 끝까지 읽었네요
멋진 기사 입니다
   (2022-12-22 18:14:56)
김진영
아~~산타 마을에 이런 아픈 역사가 있었네요.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수고 하십시오
   (2022-12-22 17:5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