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준 신임 산업은행 노조위원장(가운데)과 정청 수석부위원장(왼쪽), 조진우 부위원장(오른쪽)을 15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만나 산업은행 부산이전을 둘러싼 논란과 앞으로 대응전략 등을 직접 들어봤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의 취임 이후 추진되고 있는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이전에 대한 산업은행과 직원들의 갈등도 6개월여 시간이 흘렀다.
강 회장은 11월 말 산업은행 본점 내 일부 조직을 부산으로 내려 보내는 조직개편을 단행해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채비를 하고 있다.
조직개편을 신호탄으로 부산이전이 점차 현실화됨에 따라 강 회장과 부산이전을 반대하는 산업은행 직원들의 대치 상황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이전 반대 투쟁을 이끌어 왔던 산업은행 노동조합 집행부도 선거를 통해 최근 교체되며 새로운 투쟁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강성보다 행동파다.”
내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새 산업은행 노조 집행부는 스스로를 이렇게 규정했다. 새 노조 집행부는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려는 강 회장을 상대로 현 노조 집행부보다 단호하고 빠르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김현준 신임 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정청 수석부위원장, 조진우 부위원장을 15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만나 산업은행 부산이전을 둘러싼 논란과 앞으로 대응전략 등을 직접 들어봤다.
- 출마 동기는 무엇인가.
“산업은행 부산이전이 국가경제적 차원의 자해행위인 것이 명백한 점과 더불어 그 추진과정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정부에서 위법하게 근거없이 졸속으로 부산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직원들이 사내 게시판에 경영진에 대한 불만사항을 포함해 충분히 정당한 본인들의 소신을 올리고 있는데 회사 측은 글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게시글을 삭제하고 글쓴이를 색출하고 있어 이러한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강한 노조를 만들어서 직원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남한테 부탁하는 것보다 제가 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 강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이전에 대해 평가하자면.
“강 회장은 직원들과 소통을 잘 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완전 불통, 쇼잉 소통’ 뿐이다. 직원들은 강 회장을 통해서 들은 내용은 전혀 없고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알고 있다.
강 회장에게 경제학자이면서 산업은행 수장으로서 부산이전이 과연 은행과 대한민국을 위한 옳은 방향인지 되묻고 싶다.”
- 강 회장이 주장하는 부산이전을 통한 동남권 지역의 부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인가.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말이다.
돈은 수요가 있는 곳으로 가게 돼 있다. 동남권에 자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지부터 의문이다. 지금 운영하는 정책 중에도 지방기업에 대해 우대를 주는 자금지원 방안들이 있다.
강 회장이 대외적으로 부산이전에 대해 직원들이 동의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직원들의 ‘98.5%’가 반대하고 있다.
사실 산업은행이 어느 지역에 특혜를 주고 있는지를 보면 부산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은행의 지점이 가장 많은 곳이 동남권이고 심지어 해양산업금융실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에 뭔가 부족해 산업은행이 내려간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산업은행이 건설회사라면 본사가 지방에 내려가서 산업을 일구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금융은 네트워크고 대주단을 서울에서 구성해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부산지역 기업에 대해서는 이미 산업은행 지점들이 충분히 하고 있는데 굳이 본점 부서가 내려가서 어떤 경제적 효과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산업은행이 4조2천억 원을 지원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난리가 났었다.
그 결정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했고 당시 홍기택 회장이 참여를 했다. 홍 회장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결국 엄청난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강 회장이 정책금융기관에 수장으로 왔으면 국가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세금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소신을 가지고 판단을 해야 한다.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기관장으로서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 강 회장과 산업은행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부산이전 관련 설명회를 열려고 했는데 직원들이 이를 막지 않았느냐.
“시작 자체가 잘못됐다.
설명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 자리에 처음부터 회장이 나온 것도 아니고 정책기획부분장과 경영관리부문장이 나와서 직원들의 솔직한 얘기를 듣는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짜놓은 계획과 형식적 답변만 내놓았다.
직원들이 50일 넘게 이전반대 아침시위를 해왔을 때 첫 설명회가 열렸다. 강 회장이 진짜 소통을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아침 집회에 나와서 얘기를 했어야 했다.
설명회 자체가 부산이전을 한다는 결론을 내놓고 설명을 했다는 점도 문제였다.
의사결정 과정은 제안이 있으면 타당한지 검토를 하고 논의해서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지금은 부산이전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논리를 지금 만들고 있다.
그래서 설명회도 이전이 필요한데 논의해보자가 아니라 이전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논의해보자였다. 그런 것이 바로 소통의 진정성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한다.”
- 부산연구원이 KDB산업은행의 부산이전 효과로 2조 원가량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예측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산업은행이 내려가서 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서 금융시장이 살아나게끔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부산에 가면 오히려 부산지역 금융생태계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 이미 동남권 지역에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있는데 산업은행이 내려가면 산업은행도 성과를 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할 텐데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기업금융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산업은행 본점의 기능은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큰 규모의 대출에 은행들을 모으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내려가면 시중은행들이 부산까지 내려와서 참여할 것인지 의문이다. 시중은행을 다 함께 내려보내는게 아니라 산업은행만 덜렁 내려 보낸다면 산업은행만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져버린다.
산업은행이 부산에 내려가면 2조 원의 경제효과가 아니라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에서 대주단을 구성해 기업의 큰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데 부산에 내려가서 대주단 구성이 어려워졌을 때 나타나는 손실은 수조 단위가 될 수 있다.
부산에서는 산업은행이 내려가면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지만 부산에 내려간다고 부산기업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자금 지원을 하는 건 아니다. 지방기업에 대한 지원은 서울에서도 충분히 하고 있다.”
- 정부와 강 회장이 주장하는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지방이전 말고 다른 금융정책이 있을지.
“지방기업에 대한 특별기금을 만들어서 일반대출 상품보다 지방기업에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실질적 혜택을 마련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방에 기구를 만들면 오히려 비용이 들어가서 그 비용이 금리에 반영될 수 있다. 차라리 그 비용을 아껴서 금리를 싸게 해주는 것이 낫다.
부산은행을 통한 전대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산업은행이 부산은행을 통해 기업들에게 대출해주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지역은행과 상부상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은행이 2018년경 사양산업에 있는 기업들과 함께 펀드를 조성해 이들 기업들이 혁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사례가 있었는데 상당히 잘 운영이 되고 있다.
투자한 기업이 스타트업의 도움을 받은 협력 사례도 많고 펀드 수익률도 높다. 이런 식으로 지원을 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 산업은행 직원들의 아침 시위가 6개월 동안 지속돼 왔고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칫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지.
“직원들이 시위에 참여하면서 상황이 어떻게 진전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해 지쳐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블로그를 통해서 노동조합이 하고 있는 상황을 알리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고 어느 수준까지 왔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알려서 직원들이 시위를 통한 효과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 새 노조 집행부가 산업은행 부산이전을 막기 위해 대응책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이전 집행부와 차별화되는 대응책이 있다면 어떠한 것이 있는지.
“새 집행부는 결단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전략적인 면과 조직력, 행동력도 두루 갖추고 있다. 이에 어떤 상황이 왔을 때 명확하게 판단하고 빠르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 가운데 산업은행의 부산이전에 대해 대응이 느리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새 집행부는 이전보다 단호하고 빠르게 행동할 것이다.
대내적으로 경영진들이 직원들에 대해 귀를 닫고 있는 상황을 규탄하면서 지금보다 강도 높게 투쟁할 생각이다.
대신에 대외적으로는 유연하게 정치 진영에 상관없이 부산이전 반대를 납득시킬 수 있는 논리를 탄탄하게 만들어 나가는 전략을 쓸 것 같다.”
- 강 회장은 당장 1월부터 부산에 직원들을 내려 보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명백한 불법이다.
정관에는 본점 외에 소재해야 할 부서를 해양금융부서로 명시하고 있는데 부산으로 내려가는 부서들을 이를 어겨가며 강 회장이 전결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이 취소될 수 있도록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 강 회장의 취임 이후 6개월이 흘렀는데 그동안의 경영성적을 평가하자면.
“현재 산업은행의 저조한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지금 특정 부서에서 강 회장이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발표한 ‘대한민국 경제재도약 프로젝트’의 로드맵을 짜고 있다.
그런데 사전에 검토를 하고 계획을 내야 하는데 결론부터 말하고 이에 대한 백업자료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물론 회장으로서 비전을 먼저 제시할 수 있지만 잘못되면 업무가 뒷수습하는 방식으로만 진행될 수도 있다. 현재 모든 업무를 이러한 방식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김현준 신임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내년 1월부터 산업은행 노조를 이끌게 된다.
1981년 태어나 배명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공공보안정책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 산업은행에 들어와 IT기획부와 정보보호부를 거쳐 현재 영업부에서 일하고 있다.
정청 신임 산업은행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1984년 태어나 공주사대부속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산업은행에 입행해 소매여신기획부, 인천지점, 벤처기술금융실을 거쳐 현재 넥스트라운드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조진우 신임 산업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1991년생으로 용산고등학교와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19년 산업은행에 들어와 종로지점을 거쳐 현재 종합기획부에서 일하고 있다. 조승리 기자